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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MBC, 영혼없는 딴따라들은 다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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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아니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온다해도 이번 결정은 한국 언론사에 부끄러운 오점으로 남겨질 게 분명하다. 일명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으로 알려진 방송심의 규정 제8장인 고정출연제한 규정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대로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을 비난하는 여론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MBC 출연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치졸하다. 아니 MBC의 생존을 향한 몸부림에 연민의 정까지 느껴진다. 그들 내부적으로 정론을 향한 고민의 소산인지 아니면 누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알아서 기는 고육지책(?)의 결과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다만 그들이 만든 <무한도전>에서 보여주고 있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 남자들의 아름다운 도전이면 좋으련만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이라는 시청자들을 겨냥한 무모한 도전은 아름답지도 않거니와 시궁창에 고여있는 물보다도 더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은 언론 포기선언이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하고 미국 3대 대통령이기도 했던 토마스 제퍼슨은 언론없는 국가보다 국가없는 언론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요즘은 언론을 권력의 제4부라고도 한다. 이 말은 언론이 절대권력을 가져야 된다는 말도 아니고 소비자가 언론에게 절대권력을 부여했다는 말도 아니다. 국가권력의 독선과 오만을 비판하고 견제하라는 의미다. 특히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됨으로써 입법부와 사법부의 기능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언론은 권력의 제4부 이상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해도 과연이 아니다. 

살아있는 권력의 감시라는 언론의 역할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요체이듯 다양성은 언론을 살아숨쉬는 생물이게 만드는 미토콘드리아와도 같은 존재다. 결국 표현의 자유는 언론, 특히 방송이 구현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자 역할인 것이다.

그런데 MBC는 자신의 심장에 비수를 꽂고 말았다. 마치 무표정한 표정으로 살기 넘치는 구호만을 외쳐대는 북한 방송을 보는 것처럼 아래로부터가 아닌 위로부터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주기 위해 언론이기를, 방송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권력의 감시자가 아닌 권력의 시녀가 되기 위해 소비자에게서 부여받은 막강한 권력을 쓰레기통에 내동댕이치고 만 셈이다. 자신들에게 부여된 권력을 포기하겠다는데 무슨 감놔라 배놔라 하냐고? 그렇지 않다. 눈을 감아도 그들의 추악한 음모가 보이기에 그냥 좌시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공정성 훼손? 핑계일 뿐이다

MBC의 이번 결정이 배우 김여진씨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게다. 그는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 문제, 대학생 반값등록금 문제, 한진중공업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 이렇게 하는 데는 어느 특정 정치세력에 동조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하는 사회 문제에 동참하고자 하는 공익 관련 의사 표현일 뿐이다.

사실 요즘 많은 연예인들은 예전과 달리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고 있다. 심지어 특정 정당의 행사에도 자의든 타의든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다. 많은 연예인들이 '소셜테이너'가 되고 있다. 이는 그들을 사랑해주는 팬 또는 시청자들에 대한 보답 차원이기도 하다.

한편 MBC는 이번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의 목적으로 방송의 공정성 훼손을 주장하고 있다. 방송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반복 출연하는 고정출연자나 고정출연 예정자의 언행으로 인하여 방송의 공정성, 객관성, 공적책임 등이 훼손되거나, 회사의 공정성이나 명예와 위신이 손상되지 않도록 고정출연의 적합성을 가리고자 한다는 것이다.

기계적 공정성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그들이 방송의 공정성이니 객관성이니 공적책임이니 하는 것을 운운하다니 이 또한 표현의 자유(?)이거니 일단 넘어가자. 그러나 이것은 핑계일 뿐 그들의 의도는 다른 데 있다. 보수논객으로 알려진 전원책 변호사의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 지지 주장을 들어보면 MBC의 의도는 뻔해진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그는 
소셜테이너라고 불리는 이들이 촛불시위, 4대강 반대, 반값등록금, 한진중공업의 노사분규 등 여러 사안에서 특정정당이나 정치적 세력과 이념과 노선을 함께함으로써 그들의 사회참여가 이미 정치활동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현정부의 눈엣가시로 보이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을 싹부터 잘라보자는 의도인 것이다. 그들의 실정을 비판하면 다 정치세력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를 두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고 해야 하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공익 활동과 정치 활동도 구분 못하는 이들에게서 생존의 절박성이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들은 지난 정권 10년을 거치면서 MBC와 KBS가 좌파방송이 됐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 좌파방송이 있었다니 이보다 더한 어불성설도 없다. 지나치게 오른쪽에 서있던 언론이 한발짝 가운데로 발걸음을 뗐을 뿐인데 좌파라니...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유명인사나 연예인도 우리와 똑같은 일상을 사는 사회인이다. 김여진이나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처럼 공익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각종 정치행사에 드러내놓고 참여하는 연예인들도 부지기수다.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이 제대로(?) 시행되면 앞으로는 김제동의 유쾌한 어록도, 윤도현의 속시원한 노래도, 이덕화의 감동적인 연기도 볼 수 없게 됐다.

그저 권력의 시녀 노릇이나 하는 방송이 매달아 놓은 줄에 이끌려 꼭두각시춤이나 추는 영혼없는 딴따라들만이 브라운관을 가득 채울 것이다. 그렇게 하려는 것이 '소셜테이버 출연 금지법'의 목적이 아니겠는가! 그들이 공익 활동을 하건, 정치 활동을 하건 선택은 시청자의 몫이다.

언론을 흔히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한다. 창 너머 세상에는 아름다움도 있고 추함도 있다. 정의도 있고 불의도 있다. 언론은 기계적 공정성이 아니라 창 너머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MBC는 기계적 공정성도 모자라 세상을 보는 창에 그들만의 그림을 그려넣어 그것이 세상의 다인 것처럼 시청자들을 우롱하려 하고 있다. 그 안에는 영혼없는 딴따라들만이 우글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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