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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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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었다 나혜석의 /1918년 경기도 수원시에서는 2000년부터 해마다 ‘나혜석 거리 예술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행사기간 동안에는 나혜석 미술대전 수상자들의 작품 전시회, 음악 콘서트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린다. 나혜석, 생소한 이름이다. 대중에게는 낯설기만 한 이름 석자에 불과하지만 그녀에게는 ‘조선 최초 여류 서양화가’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있다. 그러나 ‘나혜석’이라는 이름을 ‘조선 최초 여류 서양화가’라는 틀 속에만 가둬두기에는 부족하리만큼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던 인물이기도 하다. 1910년대 여성에게 교육은 달나라 얘기만큼이나 허무맹랑했던 시기였지만 나혜석은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그것도 서양미술을 전공했던 신여성이었다. 또 국내에 돌아와서는 당시 여성들에게 목숨처럼 지켜야만 했던 아니 여성들..
잘못된 역사 청산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지롱드 주의 경찰 총서기로서 보르도로부터 유대인을 강제 이송하는 법령에 서명했던 모리스 파퐁에 대한 재판에서 사람들은 ‘행정 범죄’라는 말을 했단다. 업무상 자신의 상관에게 복종하는 행정 관료의 간단한 서명이 특정 상황 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어."-『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중에서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 바치는 친일인명사전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와 친일인면사전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가 지난 8년 동안의 편찬 작업을 마무리하고 식민지 시절 일제에 협력한 인사 4000여명의 행적을 담은 을 공개했다. 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무용가 최승희, 애국가의 작곡자 안익태, 소설가 이광수, 최남선 및 현재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인물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친일인명사..
공공도서관은 친일파를 싫어한다? 민족문제연구소의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이제는 공공연하게 '멍청한 정부'로 낙인찍혀 버렸다. 그것도 이명박 정부 텃밭에서 말이다. MB정권 탄생의 일등주역이라 할 수 있는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지난 4월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독립유공자 19명에 대한 서훈 취소 명단에 장지연이 포함된 것을 두고 '이 정권을 언필칭 보수정권이라고 하고 또 실제로 보수·우파 세력의 지지로 권력을 담임한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하는 일들을 보면 좋게 말해서 '실용'이고, 실제로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기회주의적' 집단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철학이 없는 정부로 규정했다.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유명한 장지연은 2009년 11월8일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에 수록된 인물로 독립운동을 했다는 초기와 달리 말년에는 일본 천황을..
역사의 뒤안길에는 대한민국 원주민이 있다 최규석의 /2008/창비사 지난 1월20일은 용산참사가 일어난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2년 전 차디찬 겨울의 한 복판에서 그들은 살을 에는 물대포 세례를 받아야 했고 급기야 추위를 녹위는 거대한 화염 속에 피끓는 절규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새까만 주검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우리는 분노했다. 심지어 국가가 망자들의 손목에까지 쇠고랑을 채웠을 때 국가는 한낱 거추장스러운 사치품에 불과했다. 여전히. 그들의 타들어가는 절규가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할 만큼 그렇게 불순한 것이었을까? 단지 내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것 뿐이었는데, 국가에 더 달라고 손벌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 살던대로 그렇게 살게 해달라는 것 뿐이었는데...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지금 우리는 2년 전의 분노도 눈물도 어느..
추악한 세상을 허우적대는 우리의 자화상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여기 세 장의 사진이 있다. 귀엽게 생긴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의 사진이지만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은 뜯어보면 볼수록 어딘지 모르게 음산하고 불길한 것이 느껴진다. 또 하나의 사진은 어엿한 청년이 된 그 아이의 사진이나 어쩐지 괴담같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마지막 사진은 어른이 된 그 아이가 분명한데 도무지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다. 화로에 손을 쬐고 있는데 그대로 죽어버린 듯한 음산하고 불길한 인상을 풍기는 사진이다. 전후 일본문학의 거장 다자이 오사무(1909~1948)가 본 이 세 장의 사진 주인공은 다름아닌 '요조'라는 사람이다. 은 이 세 장의 사진에 얽힌 요조의 에피소드를 모은 액자소설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친절하게도 후기를 통해 이 수기를 쓴 광..
성공적인 귀농을 위한 제1과 제1장 이무영(1908~1960)의 /「인문평론」1호(1939.10) 사람은 누구나 흙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꼭 그래야만 되는 필연적 이유도 이론도 없다. 가장 자연스런 인간의 성정이다. 굳이 얘기한다면 흙이 생명의 근원이라는 것 빼고는 달리 인간의 회귀본능을 설명할 길이 없다. 특히 석회 반죽을 사이에 두고 흙과 결별해 사는 도시인들에게 보드라운 흙의 감촉은 그야말로 삶의 청량제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주말이면 맨발로 황톳길을 걷기도 하고 주말농장을 찾아 잊혀져 가는 흙내음을 되살리려 한다. 급기야 ‘귀농 열풍’이라는 현대판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직면해 있다. 이무영의 은 카프 계열의 농민문학과 이광수, 심훈 등의 계몽적 농민문학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다. 또 이무영 자신의 체험적 소설이기도 하다. 그..
그에게 결혼보다 더 절박했던 문제는... 박화성의 /1932년 목포는 항구다. 대중가요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된 목포의 이미지는 항구다. 한편 목포는 예향이다. 목포 앞바다에 그림처럼 자리잡은 삼학도를 바라보고 영산강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일명 '예술의 거리'라는 문화벨트가 형성되어 있다. 각종 박물관과 전시관, 기념관 등이 드넗은 바다를 향해 펼쳐져 있다. 이 건축물 중 목포문학관에는 한국문학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4명의 목포 출신 문학인 기념관이 있다. 사실주의 연극을 완성한 차범석, 근대극을 최초로 도입한 김우진, 계간 ‘문학과 지성’을 창간한 평론가 김현, 우리나라 여류소설가 최초로 장편소설을 집필한 박화성. 아이들과 함께 목포여행 계획이 있다면 '예술의 거리'를 한번쯤 둘러보는 것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될거라 믿는..
미완성 교향곡에 숨겨진 사랑의 비밀 주요섭(1902~1972)의 /「조광」3호(1936.1) 키프로스의 왕 키뉘라스에게는 스뮈르나라는 예쁜 딸이 하나 있었다. 딸을 어찌나 예뻐했던지 키뉘라스왕은 딸 스뮈르나를 아프로디테(로마신화의 비너스)의 아름다움에 견주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아프로디테가 누군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그리스 최고의 미인으로 선택한 신이 바로 아프로디테였다. 그러니 원조 '공주병' 아프로디테가 스뮈르나를 가만둘 리 없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를 불러 스뮈르나가 처음 본 남자에게 견딜 수 없는 사랑에 빠지도록 스뮈르나에게 황금 화살을 쏘게 했다. 이 어찌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었던지 에로스의 황금 화살을 맞은 스뮈르나가 처음 본 남자는 다름아닌 아버지 키뉘라스왕이었다. 이 사건은 스뮈르나뿐만 아니라 아프로디테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