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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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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방황, 이유있다 한말숙(1931년~)의 /1957년 대표적인 전후작가 중 한 명인 손창섭은 그의 소설 에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가져다 준 허무주의와 자조와 냉소, 인간의 무력한 삶을 객관적이고 처절하게 묘사한다. 그의 또 다른 소설인 과 등에 등장한 주인공들 또한 철저하게 비상식적인 전형들로 삶에 대한 뚜렷한 이유가 없는 인간들이다. 그의 소설에서 주인공들이 대부분 비정상인으로 설정된 것도 결코 정상적일 수 없는 전쟁에 대한 저항의 표시일 것이다. 반면 같은 전후작가인 한말숙의 소설 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손창섭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해 준다. 한말숙, 작년 박완서 작가가 타계했을 당시 언론 보도에서 얼핏 들었던 것 빼고는 전혀 생소한 이름이다.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단 5분간의 회담이 결렬된 이유 김성한의 /1955년 "저걸 좀 내려다보아라. 과거는 잊어버리자. 저걸 수습해야 할 거 아니냐? 요컨대 너와 나의 싸움이니 적절히 타협하잔 말이다. " "그게 역사죠. 역사는 당신과 나의 투쟁의 기록이니까." "그러나 이건 진전이 아니라 말세다." "당신의 종말이 가까웠으니까……" "내 종말은 즉 세상의 종말이 아니야?" "흥, 그거 또 괴상한 얘기로군." - 중에서- 프로메테우스와 신이 구름 위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며 단 5분간의 짧은 회담을 하고 있다. 그 사이 인간세상에서는 프로메테우스와 신을 대리하는 자들이 열변을 토해내고 있다. 그러나 회담의 아름다운 결정체가 타협이거늘 프로메테우스와 신 사이에는 접점이 보이지않는 평행선만 존재할 뿐이다. "지나치게 자기 재주를 믿는 것도 사고야. 이제 막다른..
1953년 부산과 2011년 대한민국의 끝의 끝 닮은꼴 손창섭의 /1953년 그렇다면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찌하여 그들은 출찰구를 빠져나오자 마자 그렇게 쓱쓱 찾아갈 곳이 있단 말인가. 어찌하여 그들은 한 순간에 동지에서 벗어나 그렇게 용감하게 자유를 행동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이 부산의 끝의 끝, 막다른 끝이란 것을 모른단 말인가. 이 끝의 끝, 막다른 끝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옮기면 바다에 빠지거나 허무의 공간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잊었단 말인가. 그렇지도 않다면 정녕 이 끝의 끝, 막다른 끝까지 온 사람은 중구 자신 뿐이란 말인가. 김동리는 그의 소설 (1955년)에서 한국전쟁 당시 최후의 피난처 부산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끝의 끝. 김동리는 전쟁의 상흔이 남긴 극한의 절망적 상황을 '끝의 끝'이라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단어로 ..
친구야, 사는 게 그렇게 힘들었니? 이봉구의 /1958년 블로그를 멀리 한지 벌써 넉달이 다 되어간다. '일일 일포스팅'이라는 나름의 원칙을 지켜오다 5월 중순 정확히 말하면 5월19일 이후로 포스팅도 건너뛰는 날이 많아졌고 내 블로그를 찾아준 이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 포스팅을 해보지만 안그래도 허접한 글에 먹물만 더 번지게 할 뿐이었다. 5월19일.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길래.... 토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밝게 인사하고 헤어졌던 직장동료, 이 친구가 일요일부터 연락을 끊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결근이나 지각에 대해서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철두철미한 친구였던 터라 며칠 동안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전신을 파고들었다. 마침내 수요일 저녁 이 친구를 찾았다는 소식으로 찰나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어제(화요일) 한 ..
추악한 세상을 허우적대는 우리의 자화상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여기 세 장의 사진이 있다. 귀엽게 생긴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의 사진이지만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은 뜯어보면 볼수록 어딘지 모르게 음산하고 불길한 것이 느껴진다. 또 하나의 사진은 어엿한 청년이 된 그 아이의 사진이나 어쩐지 괴담같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마지막 사진은 어른이 된 그 아이가 분명한데 도무지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다. 화로에 손을 쬐고 있는데 그대로 죽어버린 듯한 음산하고 불길한 인상을 풍기는 사진이다. 전후 일본문학의 거장 다자이 오사무(1909~1948)가 본 이 세 장의 사진 주인공은 다름아닌 '요조'라는 사람이다. 은 이 세 장의 사진에 얽힌 요조의 에피소드를 모은 액자소설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친절하게도 후기를 통해 이 수기를 쓴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