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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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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상처인가, 문화적 충격인가 하근찬(1931년~2007년)의 /1963년 1980년대 국내에 불어닥친 홍콩 느와르의 충격은 대단했다. 영화 , , , 등에서 보여준 홍콩 문화는 당시 젊은이들의 아이콘이었다. 주춤했던 홍콩 느와르의 부활이라고 불렸던 2002년작 영화 까지 홍콩 느와르의 주류는 아마도 남성 중심의 우애와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홍콩 느와르의 충격이 남성들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빼어난 외모의 영화 속 주인공들이 부른 노래는 여심을 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1980년대 국내를 강타한 문화적 충격은 2000년대 역으로 한류의 홍콩 강타로 반전이 이루어졌다. 홍콩 젊은이들의 휴대전화 벨소리로 드라마 속 주제곡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하니 문화 흐름의 대반전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같다. 그나마 ..
한국인의 용기와 역량을 드러낸 소설 하근찬(1931년~2007년)의 /1957년 으로 유명한 중국의 소설가 모옌(본명은 관모예, 1955년~)은 이 소설을 두고 "부자(父子)가 서로 합치면 하나의 온전한 사람이 된다는 생각은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정신과 물질 면에서 모두 성공적인 한마당을 복구해낸 한국 인민의 용기와 역량을 드러낸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모옌은 일제의 강제침탈과 연이은 한국전쟁이라는 재앙을 딛고 짧은 시간 안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이룩한 한국을 한 쪽 팔이 없는 아버지가 한 쪽 다리가 없는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이 소설 속 마지막 장면에서 발견했는가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읽어봤을 하근찬의 소설 의 마지막 장면은 이 대에 걸친 가족의 수난사(史)를 비극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삼각의 집, 꿩과 함께 날아가버린 꿈 하근찬(1931년~2007년)의 /1966년 1966년 가을바람이 스산하게 불어대는 어느 날 오후, 미아리 산비탈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집은 부숴져 내리고 허옇게 사람들이 들끓으며 여기저기 아우성으로 가득 찼다. 무너져 내린 집은 벌써 납작해져 버려 예전의 형체는 보이지도 않았다. 이 참혹한 광경에 누구든 횡경막이 수축되어 공기는 성대를 뚫지 못할 것이다. 멀리서 처량하게 트럼펫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빠—ㅇ 빠빵 빠—ㅇ 빠빵 빠응빠응 빵빠빠—ㅇ. 빠—ㅇ 빠빠응 빠응빠응빠응 빠—ㅇ 빠빵빵. …… 2009년 1월20일 북극바람이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든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옥상에는 강제철거를 반대하며 생존권을 외치는 이들이 겨울바람을 막아서고 있었다. 이들을 생존권의 마지막 보루..
삼십년 묵은 족제비의 정체가 사람이었다고? 하근찬(1931~2007년)의 /1970년 하근찬 소설을 대표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역사와 민초일 것이다. 태평양전쟁에 강제징용되어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와 한국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의 수난을 다룬 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줄곧 사회고발적 소설을 써온 하근찬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민초들이 겪어야만 했던 수난과 고초를 때로는 진지한 시선으로 때로는 웃음이 묻어나는 글쓰기로 실감나게 그려냈다. 1970년 제7회 대한민국 문학상 수상작인 또한 그의 뚜렷하고 일관된 주제의식을 보여준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는 저자 하근찬이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동원해 아이의 눈에 비친 부조리한 세상을 해학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의 일제 말기 사회상을 그려낸 작품들 대부분은 아이들..
분단이 잉태한 또 하나의 수난 이대 이원규의 /1987년 이원규의 소설 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하근찬의 소설 (1957년)를 떠올리게 된다. 일제 강점기 말기 징용에 나가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 만도, 만도의 아들 진수는 한국전쟁에서 한 쪽 다리를 잃게 된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도가 아들 진수를 업고 건너는 마지막 대목에서는 서로의 팔과 다리가 되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부자의 현실에 가슴 찡한 감동이 몰려온다. 가 수난의 원인이 전쟁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서로 다른 시대에 의한 피해자들인데 반해 은 고착화된 분단이 만들어낸 비극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 비극이 대물림된다는 점에서 와는 또 다른 형태의 비극을 보게 된다. 2011년 12월25일 광주고법에서는 의미있는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납북 어부 간첩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