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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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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수건, 네가 강자(强者)다"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태준의 『달밤』/「중앙」1호(1933.11)/창비사 펴냄 강자가 살아남는다 하고 살아남는 놈이 강자라 한다. 인간이란 참 간사하다. ‘호모○○○’, ‘호모○○○’, ‘호모○○○’ 라는 난해한 말을 만들어 동물과 구분하려 들면서 정작 동물들의 세계인 ‘약육강식(弱肉强食)’을 진리인양 떠받들고 산다. 도대체 강자란 누구이며 어떤 놈이 살아남는단 말인가! 권력과 돈을 가진 자?, 뛰어난 머리와 빠른 발을 가진 자? 아니다. 약삭빠른 자가 강자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면 분명 쥐처럼 약삭빠른 자가 강자임에 틀림없다. 약자가 만들어준 강자의 세상. 꼴찌에게 보내는 박수는 강자의 거만함인지도 모른다. 이태준의 소설 『달밤』의 주인공 황수건은 빡빡 깎은 머리지만 보통 크다는 정도 이상으로 ..
그들은 부부로 살기위해 달콤한 거짓말을 한다 달콤한 작은 거짓말/에쿠니 가오리 지음/신유희 옮김/소담출판사 펴냄 여기 결혼 3년차 부부가 있다. 테디 베어 작가인 루리코와 자동차 보험 계약담당 사원인 사토시가 그들이다. 루리코는 남편 사토시보다 두 살이 많다. 그들은 부부로 살기위해 오늘도 달콤한 거짓말을 한다. 뭐가 그리도 달콤하고 왜 그들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독일 시인 하이네(Christian Johann Heinrich Heine, 1797~1856)의 말처럼 그들은 일찍이 어떤 나침반도 항로를 발견한 적이 없는 거친 바다를 항해중이다. 그들은 안전하게 항해를 마치고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까? 솔라닌과 바꽃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달콤한 작은 거짓말]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가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소설의 진행에 긴장감과 ..
1,000만 영화 [해운대]의 모티브가 됐던 책 수필이란 모름지기 이런 것이다 수필·피천득 지음·범우사 펴냄 오래 전 가을 춘천 영랑호에 간 적이 있다. 영랑호가 목적은 아니었고 설악산 여행중 우연히 들렀는데 그 곳에서 머물렀던 짧은 시간이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붉게 이글거리던 가을놀을 빼앗은 영랑호는 나그네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누군가 좁쌀 만한 돌이라도 던져 파장을 일으켰다면 호되게 꾸짖어줄만큼 세상의 소음을 잔잔한 수면 속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피천득의 [수필]을 읽을 때면 그 때 영랑호 한 켠에서 바라봤던 해질녘 호수를 떠올리게 된다. 그의 말마따나 플롯이나 클라이맥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게 수필이라서일까? 아니면 수필의 색깔이 황홀 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기 때문일까? 아무튼 개인적으로 피천득의 [수필]은 문학 장르로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