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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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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서민들의 이상향 삼포를 아십니까 삼포 가는 길/황석영/1973년 마당 앞에는 실개천이 흐르고 온갖 채소들로 가득한 뒤뜰을 나지막한 산이 내려다보고 아이의 눈과 같은 높이로 서있는 언덕배기에는 누렁 송아지와 강아지가 한가로이 술래잡기 하는 곳. 반나절에 한 번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주름진 노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흐르고 굽이굽이 힘든 줄 모르게 고개를 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해가 내려앉은 곳. 질흙 같은 어둠 속에서도 이야기가 새어 나오는 곳. 누군가에게는 빛바랜 사진 속 풍경일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마음 속에 고이고이 담아둔 꿈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천박스럽다고 하지만 로또 한 장에 일주일이 희망인 서민들의 꿈은 소박하다. 아니 고달픈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민들의 꿈은 얕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대..
유토피아를 향한 또 다른 열망, 디스토피아 소설들 우스꽝스러운 외모, 그러나 의리는 하나만은 끝내주었던 포비를 기억하는가! 30대 중반을 넘긴 한국 사람이라면 [미래소년 코난]에 추억이 아련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코난, 라나, 라오 박사, 악당 레프카...각자 역할이 분명한 캐릭터들이 있었지만 나는 왠지 코난과 라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포비에 대한 기억이 더 생생하다. 나이가 들고서야 알게 됐지만 [미래소년 코난]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다. 30여년 전에 미래사회를 그렸던 이 만화영화의 미래는 2008년이었다. 벌써 2년이나 지난 과거에 되어 버렸으니 세월의 무상함이 새삼 느껴진다. 새삼스럽게 [미래소년 코난]을 들먹이는 것은 이 만화영화의 배경이 다름아닌 디스토피아적 미래 지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미래가 이미..
유토피아, 꿈이 아닌 현실일 수 있다 유토피아(Utopia)는 그리스어 ‘U(없다)’와 ‘topos(장소)’의 합성어로 ‘어디에도 없는 땅’이란 뜻이다. 단어만 놓고 본다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유토피아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왜 한낱 망상에 불과한 유토피아를 저 유명한 철학자 플라톤은 ‘아틀란티스’로, 베이컨은 ‘벤살렘 섬’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직접 유토피아를 방문하는 수 밖에 없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면서무슨 수로 방문한단 말인가! 걱정마시라. 책이 있지 않은가! 책에서는 가지 못할 곳이 없으니 말이다. 토마스 모어(Thomas More, 1478~1535)가 쓴 [유토피아]의 원제는 이다. 오늘날 ‘이상사회’라는 의미의 ‘유토피아’는 토마스 모어가 만들어낸 신조어였다...
11월 무모한 도전의 테마는 경제다 손발이 오그라든다. 경제 문외한인 내 주제에 가당찮게 경제를 테마로 잡다니....그러나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주제였음에는 틀림없다. 독서라는 것도 마치 미지의 세계를 찾아다니는 여행처럼 첫발을 내딛기 전에는 많은 두려움과 망설임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가보지 못해서 생긴 두려움은 더욱더 그 세계와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두텁게 만들곤 한다. 그동안 경제 관련 책들을 거의 읽어보지 못했다.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발을 내딛고 나면 의외로 친근함으로 다가오리라 믿는다. 그렇다고 11월에 경제 관련 책들만 읽기엔 나의 뇌용량이 너그럽지 못하다. 평소 즐겨읽는 고전과 신화를 포함해 5권의 책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스칸디나비아 신화]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제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책들인 것 같다.10..
철학이 어렵다고? 소설로 읽는 철학서 5選 바칼로레아를 아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프랑스의 대입자격시험이다. 나도 몇 년전 TV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당시 토론 사회자는 시민패널로 나온 서울대학생에게 바칼로레아 문제 중 하나를 제시하고 어떻게 답할 것인지를 물었다. 왠일인지 문제를 읽던 그 대학생은 고개만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문제길래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학생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만들었을까? 정확한 기억인지는 확실치 않으나(다음 지식이라도 찾아보면 될걸, 게으른 탓에...) 바칼로레아 문제는 총 4문제로 이틀에 걸쳐 시행된다고 한다. 논술형으로 제시문은 철학을 테마로 한다고 한다. 철학사와 철학자 그리고 철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없으면 논술하기 어렵다고 한다. 비로소 '태정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