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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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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상처를 치유한 남편의 결정적 한가지 병신 손가락/함정임/1995년 어릴 적 살았던 시골집 흙벽에는 한 눈에 봐도 대여섯 살 아이의 작품으로 보이는 그림이며 낙서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그 위에 흙만 한 번 바르면 될걸 어찌된 일인지 사는 내내 지워지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빛만 바래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흙벽 낙서의 주인공은 내가 두 살 때 죽은 네살 터울의 형의 작품이었다. 아이들이 죽으면 동네 어른들이 나서서 부모가 모르는 곳에 돌무덤을 만들어 매장하는 풍습 때문이었던지 어머니는 그 낙서를 통해 죽은 형을 기억하려 했고 또 그 낙서 때문에 자식 잃은 슬픔이 불현듯 떠오르곤 했던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슴 깊숙한 곳에 상처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 타인의 시선으로야 상처의 패인 자국이 크든 작든 당사자에게는 하루..
새끼를 잡아먹는 어미 금붕어가 상징하는 것 옥천 가는 날/김 숨/2011년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이 있다. 여우가 죽을 때 제가 살던 언덕 쪽에 머리를 둔다는 뜻이다. 비단 동물뿐일까. 아니 동물도 이럴진대 인간이야 오죽하겠는가. 인간은 늘 고향이라는 대상을 그리워한다. 나이가 들어 세상과 이별해야 할 때 누구나 할 것 없이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는 나의 흔적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존재가 한낱 기계 부속품화 되어 자기 정체성이라곤 작은 바람에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현대사회에서 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향의 존재는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단 하나의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나의 존재가 비롯되는 곳, 고향은 바로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곳이다. 김 숨의 소설 은 인간의 회귀본능, 즉 근원으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자화..
네 살 아이를 슈퍼에 보낸 이 엄마의 별난 자녀교육법 딸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이경숙(굄돌)/청출판/2012년 참 별난 엄마도 다 있다. 이제 겨우 돌 지난 딸에게 물이나 우유 마시는 것을 혼자 하게 하고 질레질레 밥알을 흘리고 우유를 쏟아도 그냥 뒀단다. 두 살 난 딸을 어리다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단다. 딸이 네 살 때부터는 수퍼를 혼자 가게 했고 학교에 들어간 다음에는 숙제나 준비물을 혼자 챙기게 했단다. 팥쥐 엄마냐 싶을 것이다. 갈수록 점입가경이니 말이다. 영어 공부를 위해 혀까지 수술한다는 세상에 영어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공부도 시키지 않았고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집안일을 분담하게 했단다. 틈 날 때마다 봉사활동과 체험학습을 무진장 시켰고 아이들끼리 먼 곳으로 여행하는 것도 겁내지 않았단다. 도대체 이 엄마의 정체는 누구일까...
상처투성이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가족의 해체와 탄생 김이설(1975년~)의 /2011년 20년 연상의 중늙은이(무신)를 아내랍시고 데려온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형철, 이런 동생의 아내를 언니라고 불러야만 하는 미라. 게다가 미라의 앞에 나타난 무신의 전남편의 전부인의 딸과 또다시 재발한 동생 형철의 역마살까지. 영화 ‘가족의 탄생’(2006년)은 이렇게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첫 번째 에피소드를 끝낸다. 첫 번째 에피소드의 충격이 너무 컷던 탓일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두 번째, 세 번째 에피소드는 마치 내 주변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영화 ‘가족의 탄생’은 그렇게 기존의 ‘가족’에 대한 관념을 여지없이 부셔버리고 만다. 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혼인이나 혈연 또는 입양의 유대로 맺어지며 단일가구를 형성하는 집단’이다. 이런 ..
아이와 함께 읽어야 할 어른들을 위한 동화 김형진의 /2009년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우는 말 '엄마'. 영어로는 '마미'라고 한다. 태국에서는 '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마메'. 필리핀에서는 '나나미'. 베트남에서는 '마'. '엄마'를 부르는 각 나라의 말이다. 다문화 시대, 공교롭게도 '엄마'를 부르는 아이들의 언어는 국적을 불문하고 비슷한 뉘앙스로 들린다. 나라는 다른데 왜 ‘엄마’라는 말은 다 비슷할까?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어 동양과 서양을 불문하고 변하지 않는 사랑이 바로 엄마의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어설픈 주장을 해도 무리한 억측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0.001%의 이기심도 없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사랑, 보이지 않는 무엇까지도 다 보듬을 수 있는 우주적 사랑, 이것이 바로 엄마의 사랑이다. 여기 강원도 산골 작은 학교에 엄마의 ..
암(癌)보다 더 무서운 건... 지난주 목요일에 동생한테서 문자가 한 통 왔다. 어머니가 며칠째 배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대장이 혹들이 지나치게 많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담당의사는 큰 병원에서 다시 한 번 검진받아보라고 했단다. 어머니는 암일 거라는 생각에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겁이 나셨던지 이후 담당의사의 말이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그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하고 일주일 후에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집에 오셨단다. 동생은 집에 오신 어머니가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고 연신 눈물만 흘리고 계신 모습이 안스럽고 답답해서 나에게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걱정할까봐 동생에게는 전화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모양이다. 동생 문자를 받고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당장이라도 전화를 해야할지 아니면 결과가 나온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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