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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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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륜과 비극의 장소로 물레방아였을까 물레방아/나도향/1925년 바야흐로 프로야구의 계절이다. 올해는 창원을 연고로 한 제9구단 NC 다이노스까지 합세해 꿈의 양대 리그가 현실화되고 있으니 야구팬들에게는 희망 부푼 한 시즌이 될 것이다. 필자도 이런 부류 중 한명이다. 1982년 여섯 개 구단으로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도 이제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만큼이나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의 응원문화도 한층 성숙해졌다. 남성 일색이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야구장을 찾는 여성들의 수도 만만찮게 늘어나고 있다. 야구장 여기저기서 벌어지던 추태는 거의 자취를 감췄고 직장인들은 회식장소로 야구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각자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희비가 엇갈릴 때마다 애교섞인 다툼을 하는 어느 커플은 모 야구장의 명물이 되었다. 한때 ..
지형근, 그는 왜 노동자이기를 거부했을까? [20세기 한국소설] 중 나도향의 『지형근』/「조선문단」14~16호(1926. 3~5)/창비사 펴냄 "교직원 한 명 나와보질 않아요. 그래도 매일같이 자신의 사무실을 쓸고 닦아주시던 분들인데 그렇게 하대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더욱이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말이죠." 배우 김여진의 말이다. 그는 요즘 용업업체와의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평생 일터에서쫓겨날 위기에 처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홍익대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양대, 한국교원대 등 지성을 대표한다는 대학에서 해고의 칼바람이 북풍한설보다 더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겉으로는 용업업체와의 계약만료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학들의 의도는 여지없이 드러나고 만다. 바로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이다. 대학 ..
불은 누가 질렀을까? 나도향의 /1925년 “이러할 때마다 벙어리의 가슴에는 비분한 마음이 꽉 들어찼다. 그러나 그는 주인의 아들을 원망하는 것보다도 자기가 병신인 것을 원망하였으며 주인의 아들을 저주한다는 것보다 이 세상을 저주하였다.” -『벙어리 삼룡이』 중에서- 오생원집 머슴 삼룡이는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아도 상대를 원망하는 법이 없다. 사회적 약자로서 그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록 강요된 선택일지라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고개는 몸뚱이에 대강 붙어있고 땅딸보에 불밤송이 머리를 하고 옴두꺼비마냥 더디게 걷는 삼룡이는 벙어리다. 세상 손가락질은 다 받고 살지언정 그도 사람이다. 그는 웃을 줄도 알고 울 줄도 안다. 흔하디 흔한 사랑, 그라고 못해봤을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지 마라. 뜨거운 불길 ..
'뽕', 아직도 에로영화로만 기억하십니까? 나도향의 /1925년 사람의 기억이란 게 참 묘하다. 한 번 저장된 이미지는 쉬 변하지 않는다. 그 자리를 새로운 이미지로 덧칠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낙인찍기’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도 이런 기억의 특성 때문이겠다. 나도향의 소설 『뽕』을 읽는 내내 야릇한 상상이 허공을 맴도는 것도 이런 이유일게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에로티시즘 영화가 바로 이다. 영화 의 원작이 나도향 소설이라는 사실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을 대표하는 단편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는 이가 얼마나 있었을까? 혹여 알고 있었다치더라도 자극적이고 매혹적인 영상에 매료되어 과 소설은 어색한 동거가 되고만다. 에로티시즘 영화에는 늘 예술이니 외설이니 하는 논란이 따라붙는다. 예술의 한 장르로서 영화를 바라보는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