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유정

(8)
구뜰한 맛, 이곳이 진짜 맛집 맛을 표현하는 우리말 ▲ 변변하지 않은 국이나 찌개의 맛이 구수할 때 '구뜰하다'라고 한다. 사진>서울신문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의 소설 중에서- 불온한 상상은 하지 마시라! 결정적인 장면에서 스크린을 온통 달빛 가득한 밤 하늘로 채우는 19금 영화가 아니니까. 김유정의 소설 의 마지막 장면은 열일곱 살 시골 소년과 소녀의 소박하기 그지없는 애정행각(?)으로 그간의 갈등이 해소된다. 그 장소는 다름아닌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핀 동백나무(생강나무의 강원도 방언) 아래다. ..
김유정의 <동백꽃>에서 알싸한 그 냄새의 정체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누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유정의 소설 중에서- 1936년 『조광』 5월호에 발표된 김유정의 소설 은 산골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의 주인공 '나'와 점순이의 순박한 애정행각을 해학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삶의 기반을 잃고 떠도는 가난한 사..
MB만 비껴간 코미디 풍자, 과연 바람직한가 20세기 한국소설05/창비사 1980년대 KBS 코미디 프로그램 [유머 일번지] 중에 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비룡 그룹 임원 회의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기본 설정으로 한 당대 최고의 인기 코미디 프로였다. 비룡 그룹 임원회의에는 몇 명의 정형화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김회장(故김형곤), 쥐뿔도 아는 게 없지만 회장 처남이라는 이유로 자리를 버티고 있는 양이사(故양종철), 쓴소리만 해대는 그래서 늘 찬반신세인 엄이사(엄용수), 김회장 옆에서 딸랑딸랑 방울소리만 울려대는 영혼없는 김이사(김학래). 마치 도때기 시장 같은 비룡 그룹의 임원회의는 김회장이 주먹으로 자신의 이마를 때리며 “잘 되야 될텐데…”라는 말과 함께 끝이 났다. 이들이 쏟아내는 웃음 보따리는 힘겨운 시대를..
현대판 장발장,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20세기 한국소설] 중 김유정의 『만무방』/「조선일보」(1935.7.17~31)/창비사 펴냄 당뇨병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물건을 훔친 아들, 아이들 분유값 때문에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남성들에게 성관계 쪽지를 보낸 뒤 차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엄마, 간암 투병 중에 약값이 없어 배포용 무가지를 훔친 독거노인, 빈 건물에서 건축자재를 훔치다 붙잡힌 무직자까지 국민소득 2만불 시대 대한민국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정부고 언론이고 내일 당장이라도 선진국 반열에 오를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그 뒤안길에서는 ‘현대판 장발장’이 빵 한 개 훔치려다 철창 신세로 전락하는 생계형 범죄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범죄는 범죄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냉혹한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기에는 우리 ..
두 번 결혼한 여자 [20세기 한국소설] 중 김유정의 『산골 나그네』/「제일선」11호(1933.3)/창비사 펴냄 몹쓸 병에 걸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남편과 그 남편 곁을 묵묵히 지켜주고 있는 아내가 있었다. 아내의 지극정성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병은 더욱 깊어가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약 한재 지어 먹일 수 없는 빠듯한 살림이었으니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였다. 어쩔 수 없이 아내는 남편을 데리고 이 동네 저 동네 찾아 다니며 걸식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동네 부잣집에서 마누라를 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도 씨받이가 아니었나 싶다. 아내는 그 부잣집을 찾아가 남편을 살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첩으로라도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 부잣집에서는 근처에 남편이 기거할 수 있는 움막을 지어 주고 아내를 첩..
상상 자유, '봄봄'의 뒷이야기 만들기 [20세기 한국소설] 중 김유정의 『봄봄』/「조광」2호(1935.12)/창비사 펴냄 김유정표 해학과 익살을 대표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봄봄』을 꼽겠다. 맛깔스럽다.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있었으면 좋겠다. 김유정이 당시 농민들이 사용하던 비속어와 강원도 사투리 등을 섞어가며 생생한 현장감을 더해주고 있는 소설이 『봄봄』이다. 소설 속 인물들간 갈등이 깊어갈수록 독자들의 입가에는 굵은 미소가 번져간다. 특히 머리 속에 그려지는 장면들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배꼽이 달아나도 모를 지경이 된다. 지나치게 웃다 보면 눈물이 난다. 어느덧 그 웃음은 즐거워서가 아니라 슬픔의 눈물로 변하여 간다. 김유정이 만들어내는 웃음이 위대한 까닭이다. 오늘은 그냥 웃어볼까 한다. 그 동안의 딱딱했던 교..
순수한 열일곱, 그들의 사랑이 슬픈 이유 [20세기 한국소설] 중 김유정의 『동백꽃』/「조광」7호(1936.5)/창비사 펴냄 김유정은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고골, 루쉰 등의 작품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짧은 생을 살다간 김유정이 왜 그토록 기층민중의 삶을 묘사하는 데 집착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유정이 그려내는 소설들은 농민소설이라기보다 농촌소설에 가깝다. 김유정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은 농촌현실에 대한 냉혹한 비판보다는 그 농촌을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는 민중들의 순박한 삶이기 때문이다. 한편 유쾌한 해학이 곁들여진 김유정의 농촌에는 슬픔이 있다. 김유정의 소설은 잔잔한 미소, 때로는 박장대소 하고 읽다 보면 알 듯 모를 듯 식민지 농촌현실이 영화필름처럼 머리 속을 채우기 시작한다. 김유정표 해학이 주는 매력이다. 소설 『동..
콩밭에서 로또대박을 꿈꾸는 사람들 [20세기 한국소설] 중 김유정의 『금 따는 콩밭』/「개벽」속간 4호(1935.3)/창비사 펴냄 올 설은 어느 때보다 시장 바구니가 가벼웠다. 치솟는 물가, 쥐꼬리만큼 티도 안나게 부푼 월급봉투, 생색만 낸 최저임금. 경기회복을 입버릇처럼 떠들어대는 정부의 장밋빛 발표와는 달리 서민들 생활은 날이 갈수록 팍팍해져만 간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민심이 무섭다느니, 민심이 천심이라느니 입에 발린 소리가 난무하고 있다. 어디에도 진정성 있는 자기반성은 없다. 희망을 잃은 서민들, 도대체 서민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지 지나온 터널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마주치는 건 또 다른 터널뿐이다. 팍팍한 삶의 대안은 대박뿐이다. 여기저기 대박을 쫓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대박을 쫓다 지치면 쪽박인 것을 여기까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