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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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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허위의식을 고발한 촌철살인의 한마디 섬섬옥수/황석영/1973년 드라마 속 가난한 여주인공 앞에는 늘 '실장님'이 등장한다. '실장님'의 포스는 외모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잘생긴 얼굴에 훤칠한 키, 게다가 상대가 하류인생일수록 더 깍듯해지는 매너까지. 어디 하나 빠진 구석이 없는 완벽한 남자가 드라마 속 '실장님'의 캐릭터다. 또 한가지 뻔한 사실은 '실장님'은 늘 재벌가 2세거나 속칭 잘 나가는 기업의 모든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차세대 실력가라는 점이다. 그런 '실장님'은 꼭 한 여성의 비루한 인생을 책임진다는 게 알고도 속는 인기 드라마의 불편한 진실이다. 결국 그저그런 삶을 살아왔던 여자 주인공은 비로소 신데렐라가 되어 여성 시청자들의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되기에 이른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란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노력이 아닌..
고달픈 서민들의 이상향 삼포를 아십니까 삼포 가는 길/황석영/1973년 마당 앞에는 실개천이 흐르고 온갖 채소들로 가득한 뒤뜰을 나지막한 산이 내려다보고 아이의 눈과 같은 높이로 서있는 언덕배기에는 누렁 송아지와 강아지가 한가로이 술래잡기 하는 곳. 반나절에 한 번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주름진 노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흐르고 굽이굽이 힘든 줄 모르게 고개를 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해가 내려앉은 곳. 질흙 같은 어둠 속에서도 이야기가 새어 나오는 곳. 누군가에게는 빛바랜 사진 속 풍경일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마음 속에 고이고이 담아둔 꿈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천박스럽다고 하지만 로또 한 장에 일주일이 희망인 서민들의 꿈은 소박하다. 아니 고달픈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민들의 꿈은 얕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