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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일일드라마, 카타르시스도 지나치면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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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일 드라마를 아침에 본다. 아침 드라마가 아니라 저녁에 하는 일일 드라마를 말이다. 그것도 KBS 일일 드라마만 본다. 안티라고까지 할수는 없지만 최근 KBS가 공영방송에서 국영방송(?)으로 변신한 행태를 보면서 KBS 뉴스를 끊은지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드라마는 KBS만 고집하고 있을까? '울며 겨자먹기'다. 야간일을 하는 탓에 아침에 퇴근해서 머리도 식힐 겸 인터넷 TV로 전날 방송을 공짜로 볼 수 있는 건 KBS 일일 드라마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게 된 드라마가 KBS [바람불어 좋은 날]이다. 한마디로 촌뜨기 권오복의 상경 스토리랄까? 몇 명의 스타가 채널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인물들도 참신했고 캐릭터의 이름들도 나름 재미있었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어째 손발이 오그라들고 밤샘 피로가 다시 쌓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를 한다면 5공화국 시절 KBS 드라마 [달동네]를 보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국영방송이 된 KBS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졸 출신 권오복의 대기업 입사, 그것도 20살에....나이 30에 대기업 팀장이 된 장대한, 게다가 7살된 아들까지...최근에는 경쟁 대기업에서 총괄 본부장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더라.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설정이지만 그래도 드라마가 삶에 지친 보통 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는 공익적 차원에서 넘어가기로 한다. 이 둘은 부부다.  

몇년 전 멜라민 파동으로 사회가 떠들썩한 적이 있다. [바람불어 좋은 날]에도 이 사건이 등장한다. 여기서부터 손발이 오그라들고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뇌를 진동시키기 시작한다. 식약청 과장인 대한 아버지의 혈연에 얽매이지 않는 단호한 선택, 멜라민 사건 하나로 파산하게 된 식품 대기업 웰빙 유업, 하루 아침에 셋방살이 신세로 전락한 웰빙유업 사장, 결국 공사판을 전전해야만 하는 전직 대기업 사장 아들......사실 이 장면을 현실에서 보고싶다.

지나친 카타르시스다. 그래서 역겹다. 최근 KBS의 행태와 오버랩되면서 더더욱 그렇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어릴 적 [달동네]를 보면서 많이 울고 웃었던 기억이 스친다. 나이를 먹고 안 사실이지만 달동네는 당시 우리사회의 모순이 집약된 개발에서 철저히 소외된 또 하나의 작은 대한민국이었다. 불법으로 권력을 찬탈한 정권이 감추고 싶었던 현실을 그렇게 희망을 덧씌워 보여준 것이었다. 우민화 정책이 이런 게 아닐까?

지금의 KBS도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KBS가 보여주고자 한 것이 과연 희망의 메세지일까? 그건 결코 아닌 것 같다. [바람불어 좋은 날]뿐만 아니라 국영방송(?) KBS의 의도는 최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쏟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권력과 권력을 둘러싼 주변부에 대한 미화작업이 한창이다. KBS를 통해서.

그나마 최근 KBS노동조합의 파업을 보면서 꺼져가는 희망에 희미한 빛을 보게 되어 다행이다. '폭설뉴스' 박대기 기자의 즐거운 파업이 국영방송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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