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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이념 교육의 장본인들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 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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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의 민심은 교육감 투표에 있었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의원, 기초의회의원 등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계급 투표보다는 지역간·세대간 투표성향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세월호 참사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은 이런 투표성향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정부·여당에게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만큼은 이런 고질적인 투표성향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진보 교육감의 압승이었다.

 

앵그리맘의 반란과 이런 민심을 거부한 또 하나의 반란

 

세월호 침몰이 참사로 이어진 배경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선내방송이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선내방송만이 아니라 학교교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율과 창의성보다는 국가와 사회가 원하는 인간형을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 듯 했던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었다. 세월호 직원들의 불순한 음모도 모른 채 수학여행의 벅찬 설레임에 빠져있던 단원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어른들의 말만 잘 들으면 무사할 것으로 믿었다가 참변을 당했던 것이다. 게다가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해야 할 정부 대처 또한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해 피해를 더욱 키우고 말았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진보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단원고 학생들과 또래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분노했다. 언론은 이들을 앵그리맘이라고 불렀다. 선거 전부터 단원고 학생들 또래의 자녀을 둔 40대 엄마들에게 주목했다. 이들이 앵그리맘이 되어 이번 선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선거여왕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거짓(?) 눈물에 선거 쟁점은 사라진 채 과거의 투표행태가 재연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교육감 투표는 달랐다. ‘앵그리맘의 분노는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실제 앵그리맘은 초등학생 정도의 자녀를 둔 30대 엄마들이었다고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학교교육에 자녀를 맡겨야 하는 이들은 현재의 줄세우기 교육보다는 혁신학교와 친환경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진보 교육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앵그리맘의 분노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 선거에서 참패 대신 면죄부를 받은새누리당이 또 한 번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이런저런 명분을 들이대지만 이들의 속셈은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진보 교육감 시대가 마땅찮은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그토록 줄기차게 종북 딱지를 씌우고 있는 전교조 출신이 대거 교육감에 당선됐으니 위기감도 느꼈을 법도 하다. 그렇다고 국가정책마저 입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라면 이들에게 온전히 국가를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교육감 폐지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며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망각의 산물이다.

 

이념 교육의 장본인은 바로 당신들이었다

 

새누리당이 갑작스레 교육감 폐지 주장을 들고 나온 명분은 교총이 교육감 직선제 위헌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는 것과 여론조사에서 국민들 다수가 직선제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그러면서 많은 나라들이 교육감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로 과도한 선거비용, 비리문제, 인지도 부족으로 인한 로또선거 등을 꼽았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그들의 속마음을 좀 더 솔직하게 내비치고 있다. 진보 교육감 시대가 마땅찮고 두려운 것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교육 문제는 현세대가 아니라 100년 미래를 내다보고 논의하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서 직선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한다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직선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마찬가지로 선진국에서도 직선제보다 임명제가 많다며 국민 공론화를 거쳐 교육감 선거를 개선하겠다며 폐지 추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선거 비리로 많은 교육감이 전과자가 됐고, 이념·진영 논리로 학생을 교육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이냐는 근본적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종북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진보 교육감이 되면 학교가 이념 교육장이 된다는 이완구 원내대표의 말은 소가 웃을 말이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학교를 이념 교육장으로 만들었던 장본인들이 이런 주장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일 뿐이다.

 

필자는 김재규가 유신의 심장을 쏘았던 1979년 국민학생(초등학생)이 되었다. 이어진 전두환 살인마 정권까지 청소년 시절을 온전히 권위주의 시대에서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학교는 배움의 장이라기보다는 이념 즉 국가주의나 보수의 진영 논리를 전파하는 공간이었다. 등교하면 교문 앞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를 하고 수업 시간에는 국정교과서 맨 앞장에 빳빳하게 인쇄되었던 국민교육헌장을 외워야 했다. 길을 가다가도 국기 게양식이 있으면 거리는 TV 속 정지화면처럼 정적으로 휩싸였다. 학교 수업은 어땠는가? 해방 후에도 승승장구했던 친일문인들의 소설과 시를 아무런 비판없이 한국문학의 대표인양 배웠다. 박정희는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과 동격이었고 전두환이 무고한 시민들의 피를 담보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은 교과서 어디에도 없었다. 전두환은 정의사회 구현의 전도사였다. 필자가 이럴진대 필자보다 앞선 세대들의 학교교육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학교를 이념 교육장으로 만들었던 공화당과 민정당 후예들이 이념 교육 운운하며 진보 교육감 시대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대통령 직선제도 폐지하자고 하지. 그러면 그 진심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줄텐데 말이다.

 

 

민주주의는 제도(시스템) 운영의 묘. 조그만 부작용을 명분으로 수시로 없애거나 만든다면 그것은 이미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번 새누리당의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은 운용 과정에서의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제도와 사람에게 씌워대던 종북 딱지와 다를 바 없다. 다시 한 번 반성의 기회를 준 이번 선거 결과를 이런 식으로 이용하다니 제 버릇 남 못 준다는 옛사람들의 말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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