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샌달(sandal)의 계절이 다가왔다. 샌달? 다음사전을 검색해 보니 '샌들'이 정확한 표현이란다. 원래는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이 신던 가죽신을 이르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일반 운동화나 구두와 달리 앞뒤 좌우가 뚫린 시원하게 뚫린 신발을 의미한다. 아마도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이 신었던 가죽신도 이런 모양이었을게다. 이뿐인가. 좀 무서운 얘기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신고있던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신발을 죽음과 삶의 경계쯤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죽으면 흔히들 지하세계로 간다고 한다. 즉 신발 바닥은 지하세계를 향하고 있고 신발 윗부분은 현실세계를 향하고 있어 죽음을 앞두고 신발을 벗는 의식은 현실세계를 포기하고 지하세계와의 접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샌달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신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다. 유리구두 한 짝이 그녀의 운명을 바꿔놓았으니 요즘은 신데렐라 신드롬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또 남자들이 군대간 뒤 여자친구와 헤어지면 신발을 거꾸로 신었다느니, 군화를 거꾸로 신었다느니 하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신발이 운명의 한자락이 되는 순간이다.
너무 암울한 얘기는 여기서 접고 본격적으로 샌달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자.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이올코스라는 나라가 있었다고 한다. 예상하겠지만 이 이올코스의 왕은 무던히도 무능했나 보다. 나이도 많을 뿐더러 현명하지도 않고 충복도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올코스의 왕에게는 왕위를 노리는 펠리아스라는 젊고 유능한 이복동생이 있었다.
이올코스 왕에게는 이아손(Iason, 영어식 표현으로는 Jason이라고 한다)이라는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펠리아스의 야망을 눈치챈 왕은 이아손을 펠리온산의 반인반마(半人半馬, 켄타우로스)인 케이론에게 보내 훗날을 기약하게 된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성인이 된 아버지의 나라 이올코스를 향해 펠리온산을 내려오게 된다. 항상 영웅에게는 운명의 여신이 함께 하는 법, 이아손이 이올코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나우로스강을 건너야 되는데 거기서 이아손은 물살이 하도 세서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던 한 노파를 만나게 된다. 이아손은 이 노파를 등에 업고 강을 건너면서 신발 한 짝을 강물에 잃어버리게 된다. 게다가 강을 건너자마자 등에 업혀있던 노파는 온데간데 없이 종적을 감춰버린 것이다.
한 짝 신발만 신게 된 이아손은 이올코스로 향햐던 중 아이들에게서 이상한 노래를 듣게 된다.
'모노산달로스(Monosandalos)가 산에서 내려와 이올코스의 왕이 된다네...'
마치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서동요처럼.....사람사는 세상의 사람사는 이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하나보다.
또 이올코스의 왕 펠리아스가 헤라 여신을 모욕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여러 명의 첩을 두고 있던 펠리아스에게 결혼의 여신 헤라가 여사제를 통해 펠리아스에게 충고했지만 펠리아스는 헤라 여신이 살고 있는 신전의 기둥을 뽑고 말았다. 이 때 헤라 여신이 했던 충고는 펠리아스가 신성한 결혼을 계속해서 더럽히면 모노산달로스(Monosandalos)가 왕위를 빼앗을 거라는 것이었다.
이쯤되면 예상했던 대로 그 노파는 헤라 여신이었고 모노산달로스는 이아손이었음을 직감할 것이다. 결국 세월이 한참 흐른 후 이아손은 멜리아스를 몰아내고 이올코스의 왕을 되찾아온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이 불렀던 노래 중에 Monosandalos에서 샌달의 유래가 생겨난 것이다. 알다시피 'Mono'는 하나를 뜻하고 'sandalos'는 그리스인들이 신던 가죽신을 의미한다. 결국 모노산달로스는 한 쪽 신발만 신은 사람, 즉 강물에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이아손을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가 대충 신고 버리는 신발에 이렇게 거창한 신화가 숨어있을 줄이야!....오늘 때묻은 신발을 정성껏 씻어보는 것은 어떨까? 삶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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