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재판 기록에 등장한 가정의 신, 드라크

2026. 1. 22. 07:00세계의 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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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케(Drache), 드라클(Drakl), 드라켈(Drakel) 등으로도 불리는 드라크(Drak)는 독일 민속에 등장하는 가정의 신(또는 정령)으로 용이나 뱀의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드라크는 도둑질이나 초자연적인 수단을 통해 주인에게 부와 번영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종종 집주인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 튀링겐, 작센, 바이에른과 같은 독일 중부 및 동부 지역과 발트해 연안 지역에서 발견된 기록에 따르면 드라크는 ‘용’을 의미하는 독일어와 관련이 있지만 불타는 뱀이나 빛나는 뱀의 모습으로 굴뚝을 통해 집에 들어온 가정의 정령 코볼트와 유사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집주인은 드라크를 달래기 위해 동전이나 곡물, 가축 등을 제물로 바쳤다. 드라크의 이중적인 본성은 그의 행동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드라크는 재산을 축적해 주기도 했지만 집에 해충이 들끓게 하거나 불을 지르거나 재산을 가지고 도망치는 등의 보복으로 집주인을 파멸로 이끌기도 했다. 1615년 슈트로이프도르프 사건과 1714년 코타 사건을 비롯한 초기 근대 마녀 재판 기록은 드라크를 계약과 관련된 의식에서 소환되는 악령으로 묘사했으며 이는 드라크가 마녀 혐의와 경제적 어려움과 얽혀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20세기 초 문헌에 따르면 스위스의 알프스 지역과 독일 남부에서는 드라크를 트라게를(‘작은 운반자’라는 뜻), 슈투츨리(스위스 동전 슈투츠의 약칭), 겔트휘흔들(‘돈닭’이라는 뜻)과 같은 애칭으로 불렀는데 이는 가정에 부를 가져다 준다는 드라크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며 종종 농업의 풍요와 관련된 도움을 주는 존재로 등장했다. 드라크는 또 하우스뢰츠헨(‘작은 집 앞치마’라는 뜻)과 로트야크테(‘빨간 재킷을 입은 자’라는 뜻) 등으로도 불렸는데 이는 드라크가 소박한 옷이나 붉은 옷을 입고 나타났다는 것을 암시한다. 즉 드라크는 가정의 수호신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독일 북부 올덴부르크 지역에서는 이 용어가 여성형인 드라케(Drake)로 바뀌어 가족의 복지나 양육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묘사되었다.

 

독일 민속에서 드라크는 종종 악마와 동일시되었으며 절도와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도록 도왔다고 한다. 근대 초기 마녀 재판 기록은 드라크를 악마가 마녀들을 섬기도록 보낸 뱀으로 묘사했으며 이웃의 우유, 곡물, 기타 귀중품을 훔쳐 주인을 도왔다고 묘사했다. 이런 기록은 드라크가 기독교 이전의 영적 신앙과 기독교 악마론이 융합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순진한 사람들을 영혼을 대가로 번영을 약속하며 마법의 길로 유혹하는 존재로 묘사되었음을 보여준다.

 

독일 민속에서 드라크를 가정의 수호신으로 삼으려면 악마와 계약을 맺어야 했는데 이 계약은 소유자를 초자연적인 의무에 묶었고 성직자의 개입이나 축복을 통해서만 해제될 수 있었다. 이 금지된 의식은 마법 지식을 가진 사람들 특히 마녀들이 이러한 존재를 소환하고 통제하는 데 필요한 신비로운 전문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이러한 계약이 얼마나 금기시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계약은 영혼이나 충성심을 드라크의 긍정적인 역할과 맞바꾸는 심오한 도덕적 타협을 나타냈으며 역사적으로 드라크를 소유하는 것은 마법의 증거로 여겨져 북부 독일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수 세기 동안 불법이었다.

 

드라크를 가정에 부르기 위해서는 특정 의식을 거행해야 했는데 이는 주로 정기적인 제물 제공과 존중하는 상호 작용을 통해 이루어졌다. 집주인은 매일 밤 화덕 위나 굴뚝 안처럼 드라크가 산다고 여겨지는 장소에 제물을 놓아야 했다. 꾸준히 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드라크와의 유대가 약해진다고 생각했다. 드라크에게 바칠 제물로는 곡물로 만든 음식이나 우유 등이었다. 드라크가 싫어하는 큰 소음, 욕설 또는 그가 사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변형시키는 행위는 피해야 했다. 독일 민속에서 드라크를 집에서 쫓아내거나 추방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종종 언어적 대립, 신체적 몸짓 그리고 원시적인 의식을 결합했는데 이는 기독교 이전의 미신과 이후의 기독교적 영향을 모두 반영한 것이었다. 이러한 의식은 드라크의 장난스럽거나 도둑질하는 행동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을 때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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