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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웰빙의 시작, 피부에 자연을 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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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관련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났던 아주 특별한 여성고객을 소개하는 걸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30대 후반의  그 여성고객은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서 피부 트러블이 자주 생겨 상담전화를 걸어왔다. 한참을 상담하던 중 그 여성고객이 벌꿀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가 판매하는 화장품에는 벌꿀이 주요성분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트러블 원인은 벌꿀 알레르기였다.

그러면서 그 여성고객은 과거 화장품을 사용했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우리 제품을 접하기 전까지그녀는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고가의 수입화장품, 소위 말하는 명품화장품만을 고집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용할 때마다 피부트러블이 생겼다는 것이다. 의사와 상담해 봤냐고 물었더니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고가의 명품화장품인데 문제가 있을 리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피부가 너무 안좋거나 좋아지기 위한 명현현상으로 받아들였단다.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집요하고 악착같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욕망은 앞서 소개한 여성고객처럼 명품화장품에 대한 맹신을 낳기도 한다. TV를 켜면 온통 예쁘고 잘생긴 선남선녀들 뿐이니 겉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움이 세상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어 버린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여성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화장품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남자들을 위한 색조화장품이 남성용 화장품 시장 매출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젊은이들이 많은 거리를 지나다 보면 여성들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얼굴로 돌아다니는 남성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화장품의 진화는 얼굴을 동안으로도 만들어주고 넓대대한 얼굴을 갸름하게 보이도록도 해준다. 그러나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얼굴에 고가의 화장품을 두겹 세겹 바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행복해 할 때, 내 피부도 과연 행복하다고 느낄까? 내가 투자한 막대한 비용에 내 피부는 만족해 할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공합성물이 내 얼굴을 도배하는 사이 내 피부는 호흡이 가빠지고 숨쉴 구멍을 찾아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영사에서 펴낸 <잘먹고 잘사는 법> 시리즈의 61번째 책 [자연 화장품]은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피부해방선언문이다. 일종의 DIY(Do It Yourself) 화장품 실용서에 대고 너무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에 대한 부작용으로 안전한 먹거리만큼이나 안전한 바를거리에 대한 관심 또한 날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가 화장품 관련 일을 할 때 구입해서 여전히 손때를 묻히고 있는 책이니 이게 실용서의 매력이 아닌가싶다. 

이 책이 기본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독자는 여성이다. 그러나 그렇게 여성으로 한정하기에는 화장하는 남자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현실 또한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왜 갖가지 기초화장품부터 기능성 화장품까지 10여 종 이상을 아침 저녁으로 정성스레 바르는데도 우리 피부는 점점 지치고 노화되어갈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한다. 화장품 성분 때문이란다. 물과 오일, 여기에 첨가한 향과 색소, 방부제 성분이 피부를 지치게 한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자연화장품이다.

여기서 '자연화장품'이란 특정 제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싱싱한 우리 농산물로 자기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화장품을 일컫는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만큼 우리 피부도 자연을 원한다는 것은 구차한 이론적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한 대로 먹어서 좋은 것이 꼭 피부에 좋은 것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종 합성화합물로부터 피부를 지키기 위해 자연 화장품을 선택했다면 거기에 걸맞는 피부에 대한 기초지식을 가져야 한다.

즉 무조건 자주 씻어도 좋은 게 아니고 무리하게 각질 제거를 자주해도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피부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각질층이 외부의 더러움이나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주고 피부 내 수분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란다. 또 사람마다 건성피부, 지성피부, 복합성피부 등 다양한 피부타입이 있는만큼 이에 걸맞는 자연재료, 천연재료, 유기농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저자는 피부에 대한 기초지식을 일러준 후 본격적으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이나 야채 등을 이용해 자신의 피부에 맞고 계절에 맞는 자연화장품을 직접 만드는 다양한 팁들을 소개해 준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기본을 강조한다. 세안(클렌징)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깊은 공감이 간다.
내가 화장품 일을 했을 때를 기억하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세안보다는 꾸미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반면 외국 여성들은 화장은 가볍게 하되 세안만은 철저하게 준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차이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화장품 회사들 웹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 중계를 보더라도 늘 해설자가 그러지 않는가! 튼튼한 기본이 중요하다고, 피부관리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 피부에 좋은 재료들을 따로 정리해서 보여준다. 녹두나 현미, 팥, 콩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재료들이다. 가장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은 '냉장고 속 화장품'이다. 냉장고문만 열면 보이는 우유, 달걀, 요구르트 등 그동안 먹거리로만 생각했던 것들이 잘만 사용하면 건강한 피부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에 소개된 팁들은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다. 반면 알면서도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시류 탓에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웰빙의 기본은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또 웰빙을 누리는 데는 그만한 시간과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피부보다는 건강한 피부로의 피부해방을 위해서 피부에 자연을 許하라! 마지막으로 이 책에 소개된 피부관리 팁 중에 건조한 겨울철 거칠어지기 쉬운 피부에 좋은 천연팩 만드는 법 하나만 소개하고자 한다.

재료: 살구씨 가루 1작은술, 오이 간 것 3큰술, 밀가루 적당량
방법:

깨끗이 씻은 오이의 껍질을 벗겨 강판에 갈고 살구씨 가루와 밀가루를 넣는다. 밀가루는 팩 바르기 좋은 농도가 되도록 적당량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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