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유행 지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있어도 헤진 옷이나 밑창이 다 낡은 구두를 신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결코 풍족해서는 아닐 것이다. 내용이나 내면보다는 형식이나 외모를 중시하는 풍조 탓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8일 5·18 국립묘지 참배 당시 우연히 찍힌 낡은 구두가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보통 사람들도 그 정도 낡은 구두라면 주저없이 새로 구입하기 마련인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닳고 헤진 구두를 그것도 공식 석상에 신고 나왔다는 데서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시민들이 더더욱 열광했던 것은 대통령의 소탈함만은 아니었다. 그 낡은 구두에 얽인 사연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그 닳고 헤진 구두는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수제화였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아지오'라는 수제화 전문기업을 방문해 애로사항도 들어주고 구두 한 켤레도 구입했는데 그 구두를 여태 신고 있다는 것이다. '아지오'는 2009년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몇 명이 경기도 파주에 모여 만든 구두공장으로 최고의 구두를 만들어 교회를 세우겠다던 사회적 기업이었다.
처음에는 장애인 직업교육으로 시작했지만 직원들의 솜씨가 늘고 입소문이 나면서 독자 브랜드까지 만든 케이스라고 한다. 많은 이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안타깝지만 이제는 이 구두를 살 수 없다는 것고 한다. 장애인이 만든 구두라는 편견 때문이었는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3년 폐업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이 낡은 구두 한 켤레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비단 필자의 감성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리스 신화 속 지체장애신[神] 헤파이스토스(Hephaistus)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5·18 국립묘지 참배 당시 찍힌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 |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삐딱한 게 현실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반대를 외치면서도 정작 장애인 시설이 우리 동네에 들어온다고 하면 기를 쓰고 막아선다. 이런 삐딱한 시선이 어디 장애인에만 향해 있겠는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머리 따로 가슴 따로다. 야금술과 수공업, 조각 등을 관장하는 헤파이스토스도 태어날 때부터 장애신은 아니었다. 헤파이스토스가 다리를 절게 된 데는 두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장애신 헤파이스토스는 어떤 신보다 당당했다
하나는 헤라가 어떤 남성의 도움도 받지 않고 낳은 아들이 헤파이스토스라고 한다. 헤라는 헤파이스토스를 낳은 뒤 아기가 너무 작고 못생긴데다 시끄럽게 울어대자 올림포스 꼭대기에서 아래로 던져버렸다고 한다. 헤파이스토스는 하루종일 추락하여 바다에 떨어졌는데 이 때 다리에 장애를 입었다고 한다. 또 하나는 헤라와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설인데 헤라와 제우스가 부부싸움을 할 때 헤파이스토스가 어머니인 헤라 편을 들자 화가 난 제우스는 아들을 하늘에서 던져버렸다. 헤파이스토스는 하루종일 추락하다 렘노스 섬에 떨어졌는데 그 후로 다리를 절룩거리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신화의 세계라지만 이런 부모라면 부모 자격을 박탈해야 마땅할 것이다.
▲제우스의 번개창을 만들고 있는 헤파이스토스. 사진>구글 검색 |
▲그리스 신화 최고의 추남 헤파이스토스와 최고의 미녀 아프로디테. 사진>구글 검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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