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산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부치겠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문화산업 진흥책이 결국 낙하산 인사로 얼룩지고 말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27일 출범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초대 원장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인 이재호씨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출판계는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정부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의 임명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고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재호 초대 원장 임명을 밀어부치는 데는 정권 초기부터 강행해온 문화계 내 좌파척결이라는 현 정부의 문화정책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작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했던 출판문화산업 진흥책의 일환으로 기존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를 폐지하고 신설되는 출판진흥 기구로 조사연구와 디지털출판 육성 및 출판산업 해외진출 등 출판진흥 기능을 대폭 강화시킨 것으로 양서권장, 출판수요 지작, 출판인력 양성, 제작 활성화, 유통 선진화 등 종합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도 신설될 기구에 맞는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낙하산 인사로 제사람 심기를 반복함으로써 출판문화산업 진흥이라는 애초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현정부의 문화계 제사람 심기는 정권 초기부터 '좌파척결'이라는 명분으로 강력하게 추진돼온 대표적인 반민주적 인사의 전형이다. '양촌리 용식이'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을 내세워 정연주 전 KBS 사장,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 위원장,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 관장 등 문화부 산하 기관장들을 해임하는 등 인사전횡을 일삼아왔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이재호 초대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으로 보수신문 동아일보의 출판국장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보수적 시민사회단체들에게 정부지원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앞으로 진행될 출판문화진흥 과정에서도 보수적 단체들에게 편향적으로 집중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출판계에서는 비전문가의 낙하산 임명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지금과는 전혀 다른 출판환경에 대응해 나가야 할 미래에 비전문가의 임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권이 끝나는 그 날까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이명박 정권에게 실낱같이 남아있던 연민의 정마저 아깝게 만든다. 다음은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의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초대 원장 임명 철회촉구성명 전문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비전문가 원장 임명에 대한 우리의 입장>
오늘 이명박 정권의 문화체육관광부 최광식 장관이 초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에 출판문화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일천한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인사를 임명한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출판인들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새롭게 출범하면서 사상 최악의 붕괴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 출판문화산업에 희망의 등대가 되었으면 하는 실낱같은 희망마저 하루아침에 빼앗아 버린 낙하산 인사에 대하여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을 천명하면서 진흥원의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비전문가의 낙하산 임명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이번 원장 임명은 이명박 정권의 전횡적 낙하산 인사이다!
우리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임명하는 진흥원장을 지난 5월 23일 공모 추천을 받아 6월 1일 면접 심사를 마치고 한 달 보름이 지나가도록 임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직 동아일보 간부인 이재호의 이름이 거론되고, 그가 특정 대학 출신으로 현 정권과 밀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도 설마 양식 있는 정부라면 이런 인사를 원장으로 임명하겠는가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일방통행식 인사에서 예견되는 출판계의 반발과 비난을 피해가기 위해 시간을 끌어왔다. 하지만 7월 25일 출범식을 앞두고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군사 작전식 황당무계한 낙하산 인사의 전횡을 저지른 데 대해 좌절과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 최광식 장관은 진정으로 출판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굳은 신념과 실행 의지가 살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가당착에서 깨어나 비전문가의 임명을 철회하기를 촉구한다.
둘째, 비전문가의 원장 임명은 설립 취지를 망각한 모르쇠 행위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설립 취지를 전반적인 출판산업의 침체 및 전자책 확산 등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변화를 선도하기 위하여 출판문화산업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지원할 기구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또한 진흥원장은 출판문화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미래 비전을 가지고 조직 관리 및 경영능력 등의 리더십을 겸비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표방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라는 웃지 못할 사실 앞에서 우리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셋째, 이번 원장 임명은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장래와 출판문화산업을 피폐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어느 조직이고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조직의 인원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해당 기구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진흥원 인선의 핵심은 진흥원장과 이사회다. 앞으로 우리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환경과 조건 속에서 출판을 해나가야 한다. 새로운 발상과 상상력이 요구되는 디지털 출판 시대를 앞두고 자리에만 연연하는 낙하산 인사에게 이 중요한 자리를 맡길 수는 없다. 대원칙은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자리에 앉히는 것이다. 지금의 출판 현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출판의 미래를 하나하나 구체화시켜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 원장이 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하면서 우리는 잘못된 원장 임명이 철회될 때까지 우리 출판계가 추천한 진흥원 이사의 총사퇴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우리의 뜻을 관철시킬 것을 천명한다.
2012. 7. 18.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윤형두,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고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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