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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대구 부산엔 추석이 없다"란 2000년 9월9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사회통합을 위해 앞장서야 할 언론이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부추겼던 명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보수신문들도 이 기사에 장단을 맞춰주는 기막힌 하모니를 선사해 주었다.

DJ의 국민의 정부가 반환점을 찍은 시점에서 이 하나의 기사를 계기로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영남지역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여는 등 대놓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당당함을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0년,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 10년 동안 그렇게 핏대를 세우던 보수신문과 방송들의 침묵 속에 우리는 가장 암울한 추석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희망섞인 통계자료와 달리 실업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찔끔찔끔 오르는 임금에 비해 장바구니 물가는 경칩날 개구리 뛰어오르 듯 하고 있다. 멀쩡한 강을 파헤쳐 콘크리트로 도배할 예산은 있어도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그릇 먹여줄 예산은 없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1년 사이에 재산이 수억씩 늘어나는 높으신 분들이 있는가 하면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으로 하루하루를 근근히 버텨나가는 사람들이 수백만에 이른다.


문득 궁금해졌다. 아니 단순한 호기심에 과거 기사를 검색해봤다. 2000년 '추석이 없다'던 보수 언론은 2010년 추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 우울한 날들의 추석-2001년 9월29일

"명절 종말?"...추석을 어쩌란 말이냐-2003년 9월6일

"이런 썰렁한 추석 30년만에 처음"-2006년 9월28일

올 추석엔 말도 많겠네-2007년 9월21일

 

DJ와 노무현이 대통령이었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추석관련 동아일보 기사 제목이다. 어쩌면 이렇게 우울한 기사 뿐일까? 이들이 주장하는 '잃어 버린 10년' 동안 우리에겐 추석마저도 '잃어 버린 10년'이었던 모양이다.

 

남규리 "독자여러분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2008년 9월12일

시끌벅적 한가위 난...나홀로 서핑!-2009년 9월30일

추석은 다가오는데 위문객 발길은 끊기고...-2010년 9월14일

 

지긋지긋했던 잃어 버린 10년(?)을 청산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좀처럼 정치면에서 추석관련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연예인들의 추석관련 동정기사가 많이 검색되고 있다. 이런게 바로 우민화 정책일까?

구차한 해석은 짧게 끝내고자 한다.

분명한 것은 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어묵 대통령'과 포털 사이트를 대통령의 어묵 드시는 사진으로 도배질하는 '어묵 언론'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0년 추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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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