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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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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에 읽는 우리말 동시, 한글이 이 정도다 달 타는 날/강순예/국립국어원 소식지 『쉼표, 마침표』10월호 저녁 출근길, 음산한 분위기에 아무 생각없이 하늘을 쳐다보니 달이 여인네 눈썹만큼의 형체만 남긴 채 시나브로 검은 그림자 뒤로 숨고 있었다. '참, 오늘 3년 만에 개기월식을 볼 수 있다고 했지!.' 문득 며칠 전 본 뉴스가 스쳐갔다. 그러고 보니 사십 년 넘게 살면서 지구가 달과 태양 사이에 위치해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린다는 월식 현상을 직접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린아이마냥 신기한 듯 밤하늘을 쳐다보며 걷는데 둥그렇게 빛으로 형체만 유지한 달은 나보다 더 서둘러 자꾸만 도망치듯 저만치 앞서 있었다. 어릴 적 읽었던 동시에도 이런 표현이 있었는데 이 나이가 되어서야 고개를 끄덕이다니 척박하디 척박한 내 감성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글박물관 들어보셨나요? 우리말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전시하는 박물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문영호)이 오는 10월 9일 한글날 개관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일깨우는 전시와 체험,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박물관이다. 한글의 문자·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과학·산업·예술 등 여러 분야와의 소통을 통해 한글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심 기관으로 성장할 예정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국가 대표 콘텐츠로서 한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0년 박물관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2013년 8월 준공하였다. 박물관 전시 등 운영방향 정립을 위하여 한글 관련 학계·단체, 디자인, 문화예술계 관련 분야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개관위..
한자를 몰라 한글 표기를 제대로 못한다는 억지, 문제는 국어 교육이다 마지막 수업/알퐁스 도데/1871년 '가을 바람에 기후가 평안하신지 문안 알기 바라오며, 뵈온 지 오래되니 섭섭하고 그립사옵니다. 어제 보내주신 편지 받아보니 든든하고 반갑사옵니다' 얼핏 보면 사대부들이 주고받았을 편지 같지만 실은 얼마 전 경매시장에 나와 화제가 된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가 5살 무렵 외숙모에게 보낸 한글 편지(아래 사진)라고 한다. 필체야 다섯 살 나이답게 졸필이지만 문장 구사력은 나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편지를 쓴 정확한 날짜는 없지만 자신을 '원손'이라고 쓴 마지막 부분을 볼 때 최소 1759년 이전 편지로 추정된다. '언문'이라고 해서 양반층 이상에서는 한글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조 편지에서 보듯 기득권층의 한자 사대주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XX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정상일까 다움/오 은/창작과 비평 2013년 가을호 파란색과 친숙해져야 해/바퀴 달린 것을 좋아해야 해/씩씩하되 씩씩거리면 안돼/친구를 먼저 때리면 안돼/대신, 맞으면 두배로 갚아줘야 해 인사를 잘해야 해/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해/받아쓰기는 백점 맞아야 해/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돼/밤에 혼자 있어도 울지 말아야 해/일기는 솔직하게 써야 해/대신, 집안 부끄러운 일은 쓰면 안돼/거짓말은 하면 안돼 꿈을 가져야 해/높고 멀되 아득하면 안돼/죽을 때까지 내 비밀을 지켜줘야 해/대신, 네 비밀도 하나 말해줘야 해 한국 팀을 응원해야 해/영어는 잘해야 해/사사건건 따지고 들면 안돼/필요할 때는 거짓말을 해도 돼/대신, 정말 필요할 때는 거짓말을 해야만 해/가족을 지켜야 해 학점을 잘 받아야 해/꿈을 잊으면 안돼/대신..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시킨 이유 들어보니, 기가 막혀 한글날을 공휴일로 복원해야만 하는 이유 일본의 언어학자이자 판화작가인 노마 히데키는 그의 저서 에서 한글의 탄생을 동아시아 문화의 역사 속에서 일대 사건이었다고 표현했다. 한글을 모국어로 하지않는 외국인도 한글의 우수성을 이렇게 찬양하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말인 한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글의 우수성을 배우고 익히기는커녕 한글날의 숭고한 정신을 지키는 것만도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이다. 외래종교의 창시자 탄생일도 공휴일로 지정된 마당에 한글날이 그저 이름뿐인 기념일에 그치고 있는 현실은 문화가 경쟁력이라는 최근의 추세와도 맞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 문방위 소속 여야의원들은 1949년 국경일로 지정돼 공휴일..
한글날, 나는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을까? 며칠 전 출근길 버스 안에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맨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두 여학생의 대화에 그만 설잠을 깨고 말았다. 고등학생이나 많아야 대학 새내기 정도 돼 보이는 이들의 대화는 그야말로 당황스러움을 넘어 충격이었다. 아마도 한 여학생의 남자친구에 관한 얘기를 하던 모양인데 이들의 대화 중에서 욕을 빼 버리면 내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욕설과 그들만의 언어로 넘쳐났다. 방송으로 보여준다면 '삐~익' '삐~익'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었을게다. 쫑긋 선 승객들의 귀는 이들이 버스에서 내리고서야 제자리를 찾는 듯 했다. 더러는 혀를 차는 어르신도 있었고 히죽거리며 이들의 뒷담화에 열을 올리는 또래 젊은 친구들도 있었다. 잠이 확 깨 버린 나도 한심어린 시선으로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