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덴동산

(5)
아담과 이브 이전에 엔키와 닌후르삭이 있었다 누구나 ’낙원’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에덴 동산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에덴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동경의 대상이다. 그곳의 삶이 어떤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성경 속 또는 히브리 신화 속 에덴 동산의 원형이 메소포타미아 더 정확히 말하자면 수메르 신화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에덴’의 어원이 수메르어에서 황무지나 땅을 의미하는 에디누Edinu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수메르 신화 중에 ‘엔키(Enki)와 닌후르삭(Ninhursag) 신화’가 있는데 신화학자들은 바로 이 신화가 히브리의 에덴 동산 신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래 엔키는 메소포타미아의 주요 창조신 중의 한 명이다. 수메르 최고의 신이자 하늘의 신..
황금을 지키는 괴물, 그리핀 누구나 한번쯤 하늘을 나는 꿈을 꾸어 보았을 것이다. 영화 '트랜스포머 Ⅲ'의 특수부대원들처럼 말이다. 영화에서 특수부대원들은 윙수트(WingSuite)를 입고 전투기와 나란히 비행을 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영화에서처럼은 아니지만 스포츠와 레저로 윙수트를 입고 '인간새'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윙수트가 이제는 군사용으로도 제작되고 있다. 기존의 낙하산을 대체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육지와 하늘을 오가는 강력한 군사시스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독일의 한 벤처기업이 군사용으로 만든 윙수트 이름이 '그리폰'이라고 한다. 그리폰(Griffon)은 그리핀(Griffin), 그리피오스(Gryphios), 그리페스(Grypes), 그라이프(Greif) 등 ..
아발론, 아더 왕의 영원한 휴식처이자 이상향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던 사내가 있었다. 조선시대 허균의 한글 소설 제목이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는 의적 홍길동이었다. 홍길동은 철저하게 신분사회였던 조선에서 서자로 태어난 억울함을 새로운 사회에의 꿈으로 해소했고 활빈당의 우두머리가 되어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홍길동은 연산군으로부터 제의받은 병조판서 자리도 거부하고 부하들과 함께 바다 건너 율도국이라는 섬나라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홍길동에게 율도국은 출신 성분에 따른 신분 차별이 없는 이상향이었을 것이다. 물론 봉건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했던 당시로서는 율도국이 완전한 이상 사회였다기보다는 홍길동 자신이 말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던 휴식처로서의 의미가 더 강했을 것이..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만들어낸 세계, 유토피아 엘포의 유토피아 기행/엘포 지음/우현주 옮김/서해문집 펴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2009년, 이탈리아의 만화가 엘포(본명 잔카를로 아스카리)는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권리》를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다. 무한경쟁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1880년대 라파르그의 글은 마치 지금 이 시대를 위한 것만 같았고, 이에 영감을 얻은 그는 인류 역사상 더 나은 미래, 즉 유토피아를 꿈꿨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엘포의 관점은 이제까지의 유토피아 이야기와는 그 결이 다르다. 플라톤의 《국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비롯한 유토피아 소설들, 20세기 공산주의 국가들의 ‘이상으로서의 유토피아’가 기존의 유토피아 담론을 지배하고 있었다면, 엘..
교과서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은 인류 최초의 대서사시 우룩의 왕 길가메시(Gilgamesh)는 ‘영원한 생명’을 찾아 죽음을 불사한 모험을 했다. 그의 또 다른 자아(自我)이자 친구인 엔키두(Enkidu)와 함께... 과연 그는 모험을 통해 불사의 무엇을 구했을까? 세상 어느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힘을 가진 길가메시였지만 결국 그도 반신반인(半神半人)인, 인간의 숙명을 갖고 태어난 죄로 생물학적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맞다 생물학적 죽음일 뿐이다. 그가 그토록 욕구했던 ‘영원한 생명’은 4,000년 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흙 속에 잠들어 있었지만 21세기 나와 함께 호흡하고 있으니 어쩌면 그의 불같은 꿈이자 욕망이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불사의 생명을 얻고자 끝없는 여행을 했던 길가메시의 땅에 지금은 사치스런 ‘영원한 생명’보다 내일의 태양마저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