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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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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달라졌을까? 詩 '휴일특근' 같이 일하는 형님이 침통한 얼굴을 하고 나를 불렀다. 한손에는 급여명세서가 들려 있었다.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0몇 퍼센트 올랐다는데 작년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설마요?' 하면서 급여명세서 좀 볼 수 있냐고 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개별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선뜻 자신의 급여를 공개하기가 망설여질 것이다. 한참 고민 끝에 보여준 급여명세서는 도통 알 수 없는 내용뿐이었다. 식비나 교통비, 직무 수당과 같은 각종 수당은 사라지고 급여총액과 공제금액뿐이었다. 아, 뉴스에서 보던 꼼수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킨다더니 이런 식이었구나 싶었다. 그러니 작년 월급과 큰 차이가 없을 수밖에.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 중 90% 이상은 최저임금 노동자다..
전태일 44주기, 100만원짜리 옷을 만들어도 일당은 2만원 너는 나다/손아람·이창현·유희·조성주·임승수·하종강 지음/레디앙·후마니타스·삶이보이는창·철수와영희 펴냄 한동안 뜸 하더니 오랫만에 수능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안 그래도 떨고 있을 수험생들인데 날씨마저 이 모양이니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떨지 마시라. 젊음이 있고 열정이 있는데 이 비루한 세상 어떻게든 헤쳐나가지 못하겠는가 말이다. 가슴에는 꿈을 품고 눈은 문제에만 집중하시라. 세월이 흘러 그대들이 이 땅의 자랑스런 노동자가 되는 날에도 세상이 여전히 비겁하겠느냐 말이다. 맞다. 오늘은 수험생 그대들의 날이기도 하지만 그대들의 미래,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몸을 불사른 지 44년이 되는 날이다. 인간의 삶은 계속된다. 그것이 바로 윤회의 사회적 의미이다. 우리는 앞선 시대로부..
내년도 최저임금 5580원, 여전히 생활임금에는 못미처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기준)이 올해보다 370원 오른 5,58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5년도 최저임금이 올해(5,210원)보다 7.1% 오른 5,580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16만 6,220원(209시간 기준)이다. 당초 노동자측은 6,700원을, 사용자측은 올해와 같은 5,210원 동결을 주장했다. 양측은 4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제시했고 법정 시한인 오늘 새벽 5시를 앞두고 최종 중재안 5,580원을 두고 표결을 실시해 전체 위원 27명 중 18명의 찬성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보장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여전히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도 불구하고 공약 파기 논란 속..
노동절 124주년, 노동자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노동의 새벽/박노해/1984년 지난 달 27일 공개된 한국금융연구원의 '임금없는 성장의 국제 비교' 보고서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늘 소외돼 왔던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과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명목 임금을 소비자 물가 상승률로 조정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2.3%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근로자 수로 나눈 실질노동생산성은 9.8% 증가했다고 한다. 열심히 일했지만 그에 합당한 댓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서로 비슷하게 움직이던 실질임금과 실질노동생산성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당장이라도 선진국에 진입할 것처럼 국민들을 현혹하고..
전성시대가 없었던 영자의 전성시대 영자의 전성시대/조선작/1973년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최근 영국에서는 비싼 등록금 때문에 성매매에 나선 여대생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해외토픽을 본 적이 있다. 덧붙여 영국뿐만 아니라 많은 전세계 젊은이들이 생활고로 인해 섹스산업과 관련된 일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남 일 같지 않다고 느낀 건 비단 필자의 생각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열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젊은이들이 등록금에 발목이 잡히고 생활고를 이기기 위해 옷을 벗어야 하는 현실은 우리나라에서 뉴스 가치가 없어진 지 이미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고 중년들은 언제 직장에서 쫓겨날지 전전긍긍하고 노인들은 폐지라도 주워야지 생활이 가능한 나라. 소비는 해마다 줄어든다는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