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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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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 오상원의 /1955년 앙리 뒤낭(Jean-Hemri Dunant, 1828~1910)은 1858년 이탈리아 통일전쟁 당시 제분회사의 수리권을 얻기 위해 나폴레옹3세를 만나러 가던 중 솔페리노 전투에서 수천명의 부상병이 신음하는 참혹한 현장을 보게된다. 이 때 경험을 바탕으로 앙리 뒤낭은 국적에 구애됨없는 전쟁 부상자 구호를 위한 중립적 국제민간기구의 창설을 역설하게 되는데 이 기구가 바로 국제적십자사다. 그러나 전쟁의 특성상 국적을 떠나 전시에 부상당한 군인과 민간인에 대한 보호는 말뿐인 구호에 그치게 된다. 1949년 제네바 회의에서 체결된 '제네바 협약'은 전쟁 중 부상당한 군인이나 민간인뿐만 아니라 전쟁 포로에 대한 인권을 명시한 국제협약이다. '제네바 협약'에는 전지(戰地)에 있는 군대의 부상자 ..
'방란장 주인' 마침표(.)가 단 하나뿐인 소설 [20세기 한국소설] 중 박태원의 『방란장 주인』/「시와소설」1호(1936.3)/창비사 펴냄 노래 부를 때 뿐만 아니라 책도 읽다 보면 호흡이 필요할 때가 있다. 호흡의 길이는 읽는 이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적절한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호흡은 책의 이해도를 높이고 내용의 흐름을 원활하게 연결시켜 준다. 또 호흡은 저자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호흡은 대략 한 문장이 끝나거나 길지 않은 문단이 끝났을 때가 대개는 적절한 타이밍으로 여겨진다. 여기 언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지 적절한 타이밍을 혼란스럽게 하는 소설이 있다. 박태원의 소설 『방란장 주인』이 그것이다. 『방란장 주인』은 단 한 문장으로 된 단편소설이다. 아무리 단편소설이라지만 어지간한 필력으로는 소화해 내기 힘든 5,558자에 이르는 소설..
국비유학생이 떠돌이 약장수로 사는 이유 [20세기 한국소설] 중 박태원의 『최노인전 초록』/「문장」임시증간7호(1939.7)/창비사 펴냄 구한말 조선에서 영향력을 잃어가던 일본은 청일전쟁의 승리를 계기로 다시 조선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다. 김홍집, 박영효 등 친일파 내각은 ‘홍범 14조’를 발표하는 등 대한제국의 개혁을 천명하고 나섰다. 이 때 주한일본공사의 제안으로 제1차 관비유학생이 파견된다. 일본이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침략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개화사상을 가진 지식인들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관비 유학생의 대부분은 양반 자제들로 200명 가까운 이들 조선 관비유학생을 받아들인 곳이 바로 복택유길(福澤諭吉)의 경응의숙이었다. 그러나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중도 탈락하는 유학생들이 생겨났고 ‘아관파천’ 사건..
만삭 아내의 모시조개와 막걸리 국가보안법 [20세기 한국소설] 중 박태원의 『춘보』/「신문학」3호(1946.8)/창비사 펴냄 『춘보』는 박태원이 쓴 최초의 역사소설이다. 이 소설을 계기로 [태평성대], [계명산천은 밝아오느냐]를 거쳐 북한에서 최고의 역사소설로 평가 받고 있는 [갑오농민전쟁]을 집필했다. 『춘보』에서 보듯 박태원 역사소설의 주인공은 민중이다. 대부분의 역사소설들이 권력과 권력을 둘러싼 지배계층의 치열한 암투를 묘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박태원은 자기만의 색깔로 역사소설을 창작했다고 할 수 있다. 소설 『춘보』의 주인공 춘보는 막벌이꾼이다. 하루 먹기 급급하다보니 만삭인 아내의 모시조개와 토장을 푼 냉이국 한 번 먹고 싶다는 소원마저도 언제 들어줄지 그의 삶은 막막하다. 약삭빠른 재주를 가진 사람조차 넘기 힘든 생활고를 춘보..
성탄절 짜장면에 얽힌 자매의 사연 [20세기 한국소설] 중 박태원의 『성탄제』/「여성」21호(1937.12)/창비사 펴냄 소위 아이돌 그룹이 노래하는 사랑이란 남녀간의 사랑이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 또한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빠른 리듬에 춤까지 곁들여져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오늘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세태 속에 짜장면을 매개로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어머니의 사랑을 애잔하게 노래해 새삼 신선하게 다가온 아이돌 그룹이 있었다. 이제는 추억의 아이돌 그룹으로 밀려났지만 그룹 God의 ‘어머니께’는 지금 들어도 눈물이 와락 쏟아질 만큼 우리네 어머니만의 독특한 사랑 표현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가난 때문에 라면만 먹던 어린 시절, 어머니를 졸라 짜장면을 먹던 나는 더 이상의 행복은 없었다. 그러나 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