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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페우스, 꿈을 꾸어요 저녁별의 신 헤르페로스의 아들 케익스와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딸 알키오네는 테살리아의 왕과 왕비였다. 금슬이 좋기로 소문난 부부였지만 어느 날 케익스의 주변에 안 좋은 일이 반복되곤 했다. 케익스는 아폴론의 신탁을 받아보기로 결심하고 먼 여행길을 떠난다. 하지만 이오니아해에서 거센 파도를 만나 목숨을 잃고 만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알키오네는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며 헤라 여신의 신전에서 매일같이 기도를 했다. 헤라 여신은 이런 알키오네가 가여웠던지 잠의 신 힙노스에게 알키오네의 잠 속으로 들어가 남편의 소식을 알려주라고 부탁했다. 힙노스는 아들 모르페우스를 불러 헤라 여신의 부탁을 실행해 옮기도록 지시했다. 모르페우스는 완벽하게 케익스의 모습으로 변장한 뒤 알키오네의 꿈속으로 들어가 자신은 이미..
나는 어젯밤에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잠의 사생활/데이비드 랜들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 펴냄 괴성을 지르면서 잠에서 깬 사내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왜 나는 한밤중에 침실이 아닌 복도 바닥에서 뒹굴고 있을까? 20년 넘게 고약한 잠버릇 때문에 고생한 저자는 어느 날 밤, 잠결에 걷다가 크게 다치고서야 병원을 찾아간다. 하지만 의사에게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걸 알게 되자, 처음으로 진지하게 잠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왜 우리는 잠을 잘까? 남자는 여자와 잠을 자는 방식이 다를까? 꿈은 왜 꿀까? 아이를 잠재우는 것은 왜 어려울까? 왜 어떤 사람은 코를 골고, 어떤 사람은 골지 않을까? 자신이 잠결에 걸어다니는 원인은 무엇이며, 왜 그것을 멈출 수 없을까? 데이비드 랜들은 (원제:Dreamland)에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더 많은..
성공을 위한 촌철살인, '미쳐라' 1년만 미쳐라/강상구 지음/좋은책만들기 펴냄 출세는 불교의 '출세간(出世間)'에서 유래했다. 이 말은 세속을 떠나 승려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세속에서의 출세는 성공을 의미한다. 유교에서는 성공을 의미하는 뜻으로 '입신양명(立身揚名)'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세상에 이름을 날린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름을 날린다는 것은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즉 불교의 출세란 말은 유교국가였던 조선시대에 들어 입신양명이란 의미로 바뀌었다. 출세가 입신양명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현실에서의 성공은 출세나 입신양명 본래의 뜻보다는 출세주의 또는 출세 지상주의로 의미가 변질되고 말았다. 지금이야 많이 사라졌지만 서울대에 입학하거나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동네 어귀마다 걸렸던 플랭카드의 추억..
듀이 보젤라, 중년에 이룬 복서의 꿈 2011년 10월15일, 52세의 한 중년 남성이 프로복싱 데뷔전을 앞두고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 센터, 버나드 홉킨스(Bernard Hopkins) vs 챠드 도슨(Chad Dawson)의 주경기에 앞서 열린 데뷔전 경기에서 래리 홉킨스(Larry Hopkins)를 상대로 4라운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 선수는 52세의 듀이 보젤라(Dewey Bozella)였다. ▲사진>구글 검색 이 중년 복서의 도전에 감동을 받은 미국 오바마(Obama) 대통령은 필라델피아에서 버나드 홉킨스와 훈련하고 있던 듀이 보젤라에게 직접 전화해 그의 도전에 응원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한 중년 남성의 프로복싱 데뷔전에 미국 대통령까지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영화 같은 보젤라의 인생역전 스토리가 ..
팜비치에는 팜비치가 없다 팜비치/최정화/2012년 "이이는 늘 이런 식이에요. 정말 엉뚱하죠?" "아직 소개를 안했지? 자기 애들이 바다에서 노는 동안 나더러 파라솔을 잠깐 써도 좋다고 하셨어. 이분은 가족과 함께 팜비치에 사신대. 여보. 진짜 팜비치 말이야." - 중에서- 최정화의 소설 에서 무슨 대단한 비밀을 말하는 양 아내는 '진짜 팜비치'라고 말할 때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내는 '그'가 상어 튜브를 가져오느라 오랜 시간을 지체한 이유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았다. 지금 이 젊은 부부는 네 살 난 딸애를 데리고 팜비치 해변에서 한여름의 열기를 식히는 중이다. 우리 시대 고개숙인 가장의 슬픈 자화상 미국 지도를 보면 매부리코마냥 대서양을 향해 삐죽 튀어나온 곳에 팜비치(Parm Beach)라는 세계적인 휴양지가 있다. 필자처럼 ..
고달픈 20대와 똘똘뭉친 50대 내가 이리도 속 좁은 놈인 줄을 오늘에야 알았다. 조간신문을 받자마자 폐휴지함에 처박아 버렸다. 여태 TV도 켜보지 않았다. 인터넷은 내 블로그와 내 이웃 블로그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다음뷰 창 두 개만 열어 놓았다. 밤새 어느 때보다 즐겁게 일했다.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콧노래라도 흥얼거려야지 안 그러면 홧병이라도 생길 것 같아서였다. 축제(?)의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나란 놈은 겉으로는 대범한 척 하지만 속에는 좁쌀영감이 고집스런 표정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소위 IMF 세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교조 세대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에는 역사를 배우고 정의를 배웠지만 정작 사회에 내딛는 첫걸음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새천년의 설레임은 강 건너 어렴풋이 보이는 난..
일상탈출을 갈구했던 아내의 꿈과 그 한계 내 여자의 열매/한 강/1997년 모 결혼정보회사가 이혼 남녀 9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 요인, 시댁·처가간 갈동, 성격·가치관의 차이, 배우자의 불건전한 생활 순으로, 여성은 경제적 요인, 배우자의 불건전한 생활, 시댁·처가간 갈등, 성격·가치관 차이 순으로(충청일보 인용) 조사됐다고 한다. 결혼도 이혼도 자유로운 시대라지만 이혼은 결국 가정이 무너지는 비극의 시작일 뿐이다. 특히 현대사회처럼 각자의 활동영역을 존중하며 이어나가는 부부생활에서 대화의 부족은 이 모든 이혼 이유들을 아우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오죽 했으면 개그 코너의 제목이 '대화가 필요해' 였을까. 마치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한강의 소설 에서도 주인공 부부의 판타스틱한 비극은 소통 ..
전성시대가 없었던 영자의 전성시대 영자의 전성시대/조선작/1973년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최근 영국에서는 비싼 등록금 때문에 성매매에 나선 여대생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해외토픽을 본 적이 있다. 덧붙여 영국뿐만 아니라 많은 전세계 젊은이들이 생활고로 인해 섹스산업과 관련된 일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남 일 같지 않다고 느낀 건 비단 필자의 생각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열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젊은이들이 등록금에 발목이 잡히고 생활고를 이기기 위해 옷을 벗어야 하는 현실은 우리나라에서 뉴스 가치가 없어진 지 이미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고 중년들은 언제 직장에서 쫓겨날지 전전긍긍하고 노인들은 폐지라도 주워야지 생활이 가능한 나라. 소비는 해마다 줄어든다는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