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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최저임금도 모르는 박근혜가 전태일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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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뉴미디어 토론회 현장. 서민 상식에 관한 퀴즈를 풀던 중 사회자는 박근혜 후보에게 "2012년 기준으로 아르바이트 최저 시급이 얼마냐"는 질문을 했다. 박근혜 후보는 "5000원……좀 넘는 것 아니냐"고 대답했다. 박근혜 후보의 답변을 들은 사회자는 "올해 최저임금은 4580원"이라고 정정했다. 그러자 박근혜 후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5000원도 안됩니까"라고 말을 이어갔다.

 

서민 정당(?)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어제 전태일 재단을 방문했단다. 올해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도 모른 박근혜가 노동자의 영원한 벗 전태일 열사를 말이다. 언론은 광폭행보라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하고 있다. 야권 대선 후보가 올해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도 몰랐다면 어땠을까. 아마 언론의 집중포화 속에 다리를 휘청거렸을 것이다. 오직 박근혜만이 예외일 뿐이다. 그녀의 사소한 일거수일투족마저 기사화되지만 그녀가 최저임금도 모른다는 사실은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이런 언론을 등에 업고 박근혜는 보답이라도 하듯 연일 뉴스거리 제공하기에 바쁘다. 급기야 전태일 열사까지 만나려 했다. 최저임금도 모르는 그녀가 말이다.

 

 

박근혜와 전태일 열사와의 만남은 다행히(?) 유족의 반발로 무산됐다. 당연히 무산됐어야 했다. 전태일 열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박근혜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노동자와 서민의 아픔을 외면해 온 그간의 행보에 대한 반성과 참회가 있어야 했다. 어제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가 박근혜의 전태일 재단 방문을 거부하며 했던 말을 최소한 되새길 줄 알아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종속돼 노예처럼 하루하루를 사는 오늘이 가슴 아프다. (쌍용차 문제의) 대안의 실마리라도 갖고 와서 이야기해 주길 기다리는 이 때, 박근혜 후보가 전태일 정신 없이 이 재단을 찾아오는 것을 유가족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말의 의미를 모른다면 박근혜의 전태일 재단 방문은 이 땅의 노동자와 농민에 대한 모욕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박근혜의 최근 행보는 일방적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상대방을 방문할 때는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노무현 전대통령 묘역이 있는 봉하 마을을 방문했을 때도 그랬듯이 박근혜의 최근 행보는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무조건 간다'는 식이다. 소통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하지만 그녀의 최근 행보는 오히려 불통의 이미지만 강화시켜 줄 뿐이다.

 

전태일 열사의 흉상 앞에서 가식적인 애도의 눈빛을 보낼 게 아니라 흉상 앞에 앉아 그녀의 헌화를 가로막고 있는 노동자의 얘기를 들어주는 게 먼저다. 진정성이 없는 정치인의 행보는 '쇼'에 불과하다. 지난 5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정치인이 흘리는 '악어의 눈물'에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삶이 끝없이 추락하는 현실을 신물나게 봐왔다. 

 

박근혜는 지금쯤 전태일 재단 방문 무산을 굴욕으로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심으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민주노총의 어제 논평을 듣고 또 들어야 한다. 

 

"반노동정책을 집요하게 밀어붙인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로 반성과 사죄 한마디 없이 전태일 열사와 어머니를 만나겠다니 고인들을 뵙기가 민망하다. 열사와 어머니 그리고 고인들의 뒤를 이어 살아가는 수많은 전태일에 대한 모욕이다. 대선 후보면 무엇보다 노동자의 아픔과 희망을 살피는 것이 당연한데도 박 후보는 자신의 캠프 앞에서 '함께 살자'며 지금도 농성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목소리엔 단 한 번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자본 중심의 정리해고와 직장폐쇄, 노조 무력화와 비정규직 양산 등은 모른 체하면서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의 화합을 위한 행보'를 운운하는 박근혜 후보는 노동의 과거도 말할 자격이 없다"

 

한 편의 '정치쇼'를 보고 난 오늘 아침, 태풍 볼라벤이 쓸고 간 자리마냥 허탈하고 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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