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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향연>에 얽힌 일상

책읽기가 짜증날 때면 읽곤 하는 책이다.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의 책을 다른 책 읽다 짜증나면 읽다니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그러나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양서는 읽다 자주 덮는 책이라고...사실 읽고 읽어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고대 그리스 스타(?)들의 사랑에 관한 토론을 읽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오늘날 심포지엄이 이 책 제목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이런 즐거운 토론도 있나 싶다. 술상을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토론이 정말 낭만적이지 않은가!

사실 <향연-사랑에 관하여>이 책 서평을 언제쯤 쓸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철학적 지식의 빈곤과 일상에 지쳐버린 머리와 가슴이 미처 따라가지를 못한다. 그래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나의 애독서 <향연-사랑에 관하여>, 이 책에는 나만의 추억이 있다.

평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문고본을 좋아하는 터라....범우사의 <향연>을 문고본으로 소장하고 있었다. 헤지긴 했어도 내 손때가 묻어서인지 늘 친구같은 애틋함이 있었다. 

이 친구와 부득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날도 출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읽으려고 바지 뒷주머니에 <향연>을 챙겼다. 퇴근하면 꺼내 머리맡에 두곤 했다. 그런데 이 날은 그 습관을 잠깐 망각하고 있었다. 바지와 함께 세탁기 안에서 물을 먹어버린 것이다. 뒤늦게 세탁기 작동을 멈추고 꺼내봤지만 조저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뭐랄까? 그 때 내 심정은 ....생명이 없는 사물과의 이별에 이토록 마음아픈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구입한 게 문학과 지성사 <향연-사랑에 관하여>이다. 기존에 소장하고 있던 범우사 <향연>은 왠지 복제품같은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같은 주제에 같은 제목의 책인데...이렇게 다를 수가....아무래도 번역서이다 보니 읽는 맛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도 한두번 읽다보니 다시 그 술판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미세한 번역상 차이는 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친구와의 이별 뒤에 새로 사귄 친구.....이 친구와의 동고동락이 시작되었다.

참, 요즘 그리스 사태를 두고 말이 많은 것 같다. 복지 포퓰리즘이라고도 하고, 국가부도 앞에서도 끊이지 않는 시위에 제 밥그릇 챙기기라고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비난의 대부분은 국내 보수언론의 일방적인 편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국내정치를 어떻게든 자신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위기마저 자신들의 입맛에 맛게 왜곡해 버리는....어디 한두번 겪었던 일도 아니지만 매번 씁쓸한 뒷맛은 어쩔 수 없다.

그리스 신화로 대표되는 헬레니즘 문화는 기독교의 헤브라이즘과 함께 유럽 문화의 원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리스의 헬레니즘 문화는 르네상스를 거쳐 현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고 있다. <향연>에서의 자유로운 난상토론을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민주주의의 행동양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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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