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주지 명진스님)는 794년 신라 원성왕 10년에 창건된 절이라고 한다. 이후 1498년 연산군 4년에 정현왕후가 봉은사로 이름을 바꾼 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종교를 언급하기에 앞서 1,200년을 살아 숨쉬고 있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런 봉은사가 창건이래 최대의 능멸을 당했다고 한다. 아니 봉은사에서 갈기갈기 찢기고 모욕당한 이는 부처가 아니라 다름아닌 예수였다.
한 편의 동영상, 일부 얼치기 기독교인들의 '봉은사 땅밟기'라는 철없는 행동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찬양인도자학교 소속이라고 밝힌 젊은 기독교인들이 자체제작한 이 동영상에는 봉은사 대웅전 등에서 기독교식 예배를 보며 불교가 우상숭배라며 봉은사를 하나님의 땅이라고 주장한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또 이들은 "우리가 밟고 지나간 자리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보냈다고 믿는다."며 '봉은사 땅밟기'의 목적을 설명하기도 했다.
종교가 없는 내 상식으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데 봉은사 주지인 명진스님을 비롯한 불교신자들로서는 가슴이 찢어지고 통탄할 일이었을 것이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종교간 마찰없이 어울렁더울렁 살아온 우리들이기에 그 충격은 쉬 가시지 않을 것 같다. 부처님 오신 날 목사와 신부들이 법당에서 법회를 하고 예수님 탄생하신 날 스님들이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이 마당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젊은 기독교인들은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그들의 '봉은사 땅밝기'를 통해 정작 능멸받고 모욕당한 이는 예수이고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그가 설파하려했던 사랑이 봉은사에서 무심하게 짓밟혔으니 말이다. 예수가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만들려했던 하나님의 나라가 그들의 행동처럼 타인을 짓밟는 것이라면 종교는 아니 기독교는 백해무익이요 이 땅에서 추방당해야 할 암적 존재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인이든 기독교인이 아니든 예수를 존경하고 경외하는 것은 그가 이루려 했던 하나님의 나라는 사랑과 용서와 화해가 충만한 나라라는 보편적 상식 때문이다.
일부 그릇된 믿음을 가진 기독교인들의 비상식적 행동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단군신화가 우상숭배라며 단군상을 훼손하는 일도 종종 저지르곤 했다. 역사와 종교도 구분 못하는 이들을 진정한 종교인이라 부를 수 있을지 한심할 노릇이다.
이번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을 예사로 넘길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들이 철부지 행동을 감행한 데는 현정부의 종교편향정책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종교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정부 초기부터 종교탄압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점 또한 생각해 봐야 한다.
나는 믿는다. 예수와 석가모니가 지금껏 살아있다면 그들은 요즘말로 절친이었을 것이다. 예수가 고난의 십자가를 맨 것도 석가모니가 고행의 길을 떠난 것도 결국엔 '사랑'과 '자비'라는 이음동의어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 이 젊은이들이 속해있는 찬양인도자학교측에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단순히 말로만 하는 사과가 아닌 타종교를 이해하려는 인식전환이 동반되어야함은 두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레바논의 위대한 시인이자 철학자인 칼릴 지브란이 쓴 [예언자]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만일 그대들 '신'을 알게 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수수께끼를 푼 자라고 자처하지 말라.
차라리 그대들 주위를 보라, 그러면 그대들은 그대 어린이들과 더불어 놀고 있는 '그분'을 보리니.
또 공중을 보라, 그대들은 구름 속을 거니는 '그분'을 볼 것이며, 번개로써 팔을 뻗치면서 비를 내리시는 '그분'을 보게 되리라.
그대들은 꽃 속에서 웃고 계시는 '그분'을 볼 것이며, 그러고는나무들 사이로 '그분'의 손을 들어올려 흔드는 것을 보게 되리라.
'따따부따' 카테고리의 다른 글
G20정상회담이 되살린 21세기 속 20세기 대한민국 (29) | 2010.11.08 |
---|---|
청와대엔 귀신이 산다 (35) | 2010.11.02 |
야당때는 '노무현 탓', 여당되니 '국민 탓' (5) | 2010.10.15 |
한국농업의 미래라던 유기농이 수질오염의 주범이 되기까지 (14) | 2010.10.14 |
MB의 두얼굴, 물가걱정 Vs 농업예산 삭감 (16) | 2010.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