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해도 너무하다. 아니 철면피도 이런 철면피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나 잘난 맛에 산다지만 그래도 취업 때문에 힘들어하는 청년들 앞에서 잘못된 정부정책에 대한 일말의 자기반성은커녕 너희들이 못나서 취업 못하는 거다라고 질책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먹먹해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천대학에서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취업정보센터에서 학생들에게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주문을 했다고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남의 탓만 하는 사람은 절대 성공 못한다. 늘 비판적이고 남의 탓하고 내가 일자리 못구했다 했을 때 나를 돌이켜보기보다 '나라는 뭐 하나', '학교는 뭐하나', '우리 부모는 뭐하나' 등 남의 탓만 하려면 끝없이 할 수 있다"
맞다. 틀린 말 하나 없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한다면 이 사회는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왜 나는 구구절절 지당한 말씀만 하시는 대통령에게 철면피라는 무례한 비난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나 또한 대통령 얘기처럼 타성에 젖어사는 그런 못난 인간이어서일까?
영어를 못해도 아버지가 외교관이면 외교부 공무원이 되는 세상, 실력이 없어도 아버지가 농협 지점장급 이상만 되면 꿈에 그리던 공기업 일원이 될 수 있는 세상. 현정부가 말하는 공정한 사회의 기본 자격이 이쯤이라면 지나친 비야냥일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도서관과 시끌벅적한 밤길을 헤매는 청년들을 향해 '눈높이를 낮춰라', '남탓하지 마라' 말고 어떤 청년실업대책을 내놓았는지 아무리 지난 3년의 기억을 더듬어도 선뜻 떠오르는 게 없다.
배추값 파동으로 민심이 어수선한 이 때, 그리고 예견된 서민행보....고작 이 정도 해법을 가지고 서민들을 만나고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할 거라면 시간이 금(金)이라는 격언을 한 번 더 되뇌어 보는게 낫지 않을까?
참여정부 5년 동안 '노무현 탓'만 유행가 가사처럼 부르짖더니 정권을 잡고서는 '국민 탓'만 하는 대통령에게서 진정성있는 자기반성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by 여강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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