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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철학이 어렵다고? 소설로 읽는 철학서 5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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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로레아를 아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프랑스의 대입자격시험이다. 나도 몇 년전 TV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당시 토론 사회자는 시민패널로 나온 서울대학생에게 바칼로레아 문제 중 하나를 제시하고 어떻게 답할 것인지를 물었다. 왠일인지 문제를 읽던 그 대학생은 고개만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문제길래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학생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만들었을까?

정확한 기억인지는 확실치 않으나(다음 지식이라도 찾아보면 될걸, 게으른 탓에...) 바칼로레아 문제는 총 4문제로 이틀에 걸쳐 시행된다고 한다. 논술형으로 제시문은 철학을 테마로 한다고 한다. 철학사와 철학자 그리고 철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없으면 논술하기 어렵다고 한다. 비로소 '태정태세문단세...'식의 우리식 교육을 받은 그 대학생이 문제를 받고는 난감해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덧붙여 프랑스에서는 우리의 고등학교 과정까지는 독서 위주의 교육을 시행하고 있단다. 그 외 과목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교양수준의 교육만을 받는다고 한다. 사회생활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도 모른 채 머리카락 쥐어뜯어가며 미분, 적분까지 배워야만 하는 우리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또 프랑스 독서교육의 기본이 철학이라고 하니 우리 상식으로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미분, 적분만큼이나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현재 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떨구고 떨구고 하다 마지막에 선택한 과가 철학과인게 우리 현실이다.

선입견과 편견은 언젠가 깨져야 한다. 철학은 단지 철학이라는 학문에 한정되지 않는다. 철학은 인간이 접할 수 있는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학문 위의 학문이다. 어렵사리 여기까지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철학하면 먼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선입견과 편견은 깨져야만 한다. 프랑스의 학생들처럼 어릴 때부터 철학을 접해왔다면 지금쯤 철학 관련 책을 읽으면서 만화책만큼이나 입가의 미소를 내려놓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뒤늦게야 철학의 즐거움을 깨닫고 있으면서 추천까지 한다니 오그라드는 손발을 어찌할 수가 없다. 그동안 철학이 어렵다고 느꼈다면 소설로 읽어보자. 머리아픈 철학은 잠시 던져 버리자. 때로는 깔깔거리고 때로는 훌적거리는 사이에 삶의 지혜는 단비가 되어 가슴을 촉촉히 적셔 줄 것이다.

깡디드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아니 3번 정도 읽었지만 선뜻 서평을 쓰지 못하고 있다. 어려워서라기보다 나와 사회에 대해 생각할 것들이 많이 생겨서다. 그렇다고 이 한 권으로 내가 철학자가 된 건 아니니 오해 마시길...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 볼떼르의 대표작 [깡디드]는 대표적인 철학소설이다. 그의 나이 64세에 집필을 시작하여 1759년 발표한 작품이다. 이 책의 원제는 [깡디드냐 낙천주의자냐>다. 당시 사회적 병폐와 종교에의 맹신을 철저히 부정하고 인간은 스스로 이성에 호소하여 이상적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사상을 소설로 풀어쓴 책이다.

순진한 청년 깡디드는 그의 스승 빵그로스의 세상은 최선으로 가득 찼다는 낙천주의를 철저히 맹신했으나 결코 그렇지 못한 세계로의 여행을 통해 자신의 미래는 자신의 자유의지로 헤쳐나가야 된다는 지혜를 깨닫게 된다. 소설 [깡디드]의 주제는 마지막 한 구절에 집약되어 있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그러나 지금 우린 우리의 뜰을 경작해야 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대학 새내기 때 읽었던 책이다. 92학번이니까 무려 18년 동안이나 여전히 내 책장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볼 때면 늘 부끄럽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특이한 책 제목과 밀란 쿤데라라는 작가 이름을 빼면 기억나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메모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해 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배경은 그 유명한 1968년 '프라하의 봄'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의사인 토마스와 테레사, 사비나 등의 인물들이 사랑과 성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인생무상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책은 니체의 '영원회귀사상'이 전체 내용을 지배하고 있다. 1984년 프랑스에서 체코어로 출간된 이후 각국에서 번역되어 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번역출간되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책으로 기억한다.

유토피아

유토피아, 대동세상은 이 땅을 딛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꿈이다. 말 그대로 꿈이다. 꿈에서 깨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현실에 허탈감마저 느낀다. 그러나 유토피아는 접을 수 없는 꿈이기도 하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의 원제는 [사회 생활의 최선의 상태에 대해서의, 그리고 유토피아라고 불리는 새로운 섬에 대해서의 유익하고 즐거운 저작]이다.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킨 작품이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소설적 장치를 빌린 철학서라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유토피아]는 자본주의를 탄생시킨 당시 영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더불어 자유와 평등이 실현된 이상사회에 대한 염원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찾기도 한다.

토마스 모어가 생각한 이상사회, 유토피아란? 최소한의 권력과 최소한의 통제로 유지되는 국가. 슬프지만 지구상 어디에도 이런 이상향은 존재하지 않는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만큼 여러 학교나 기관에서 권장도서로 추천하고 있는 책이 있을까싶다.

소피의 세계

출간될 당시 읽고 싶었지만 기회를 놓친 채 여기까지 왔다. [소피의 세계]를 소개한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했던 책이다. 아직은 독서에 미치지 못한 탓이리라. 출판사 책소개로 대신하고자 한다.

철학을 소설로 풀어 써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이 책은 노르웨이의 철학 교사 출신 요슈타인 가아더가 열네 살의 사춘기 소녀 소피를 통해 인생과 우주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쓴 서양 철학 입문 소설이다.

철학에 관한 소설이지만, 단순히 철학 소개를 위한 교양 소설이나 흥미 위주의 소설만은 아니며 딱딱한 철한에 관한 책만도 아니다. 이 책은 현대 정신 문명의 철학적 뿌리를 파헤친 소설로, 플라톤의 '잔치'(아마도 플라톤의 [향연]을 의미하는 듯 하다)이래 철학자들에게 영원한 화두였던 철학과 문학의 결합을 이뤄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주입식으로 철학을 익히게 하지 않고 많은 예화와 문제 제기를 통해 책을 읽는 독자가 평소 생각지 못했던 철학적 의문을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게 하면서 빈자리를 맞춰 나가는 퍼즐 게임처럼 철학을 풀어 나가고 있다.

공자 지하철을 타다

흔히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를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한다. 동화라고 하면 아이들이나 읽는 책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굳이 어른을 위한 동화란 없다. 나는 동화도 즐겨 읽는다. 가끔 서점에서 어린이 코너에 꽂혀있는 동화책을 보기 위해 머물러 있으면 때로는 민망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우리가 책을 고를 때 출판사에서 내건 '청소년을 위한 책', '청소년 권장도서'란 홍보문구가 붙어있으면 아예 제쳐두는 경향이 있다. 독서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멋을 모르기 때문이다.

[공자 지하철을 타다]는 '청소년을 위한 철학소설 시리즈'로 출간된 첫 번째 책으로 공자와 장자, 맹자의 철학을 각종 사회 이슈들과 접목시켜 쉽게 풀어쓴 책이다. 아쉽게도 출간될 당시에 구입해 재밌게 읽었는데 지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특히 이 책이 주는 재미는 딱딱하고 근업하게만 생각되는 공자와 장자 그리고 맹자를 각각 시민운동가와 백수건달, 주모로 격하(?)시켰다는 데 있다. 비로소 이들이 보통 사람들의 친구가 된 것이다.

출간될 당시보다 오히려 요즘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이주노동자 문제, 장애인 차별 문제, 영어 공용화 등의 이슈를 다루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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