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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음란패설에서 배우는(?) 고달픈 삶의 유머와 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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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사전에서 음담패설(淫談)을 찾아보니 '음탕하고 덕의에 벗어나는 상스러운 이야기'란다. 영어로는 'dirty jokes', 직역하면 '더러운 농담' 정도라고나 할까? 아무튼 음담패설은 사람 사는 곳이라면 빠질 수 없는 대화의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장려할 수도 없는 게 음담패설은 어쩌면 대화의 계륵(鷄肋)이 아닐까?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를 대할 때면 음란패설을 떠올리게 된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千一夜話]의 '밤 夜'를 '요염할 冶'로 바꾸어 속되고 음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방송 제목이나 에피소드를 [천일야화]로 짓곤 한다.

그러나 [아라비안 나이트]를 단순한 외설이나 음란패설로 받아들인다면 문화적 차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너무 편협함을 자조할 수밖에 없다. [아라비안 나이트]가 쓰여질 당시 아라비아인들의 성에 관한 인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 적나라한 성표현은 외설이 아닌 자연스런 인간의 행위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숨김없는 성적 표현을 통해 권선징악과 삶의 지혜와 재치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라비안 나이트]의 또다른 매력은 아닐까?

다음에 소개하는 '바그다드 짐꾼과 세 여자' 이야기도 '19금' 딱지가 붙을 음란패설일지 모르나 고달픈 삶을 헤쳐나가는 유머와 재치의 한 토막을 배울 수 있다.


옛날 바그다드에 독신인 짐꾼이 있었다. 어느날 눈이 부시게 화려한 한 여인의 이 짐꾼의 고객이 되었다. 짐꾼은 알라신에게 오늘 모든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이 여인은 짐꾼을 푸줏간, 과일가게, 과자가게 등을 데리고 다니면서 짐꾼의 등이 휠 정도로 많은 양을 산 다음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짐꾼이 도착한 여인의 집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게다가 거기에는 그 여인만큼이나 아름다운 또다른 여인이 둘이나 더 있었다. 이들은 모두 자매였다. 엄청난 삯을 받은 짐꾼은 이 여인들의 행동에 참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만일 참견한다면 호된 채찍을 맞는다는 조건으로 그 여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산해진미에 술, 여인들의 눈을 홀기는 춤...짐꾼은 세상 부러울게 없었다.

그러던 중 첫 번째 여인이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알몸이 되어 짐꾼이 보는 앞에서 목욕을 하더니 자신의 아래를 가리키며 뭐라고 부르는지 짐꾼에게 물었다.

"도끼자국이라고 하지요"

여인은 망측하다며 짐꾼의 따귀를 후려갈겼다.

"아랫문이라고 하지요", "그럼 감씨인가?" 짐꾼이 대답할 때마다 여인들은 짐꾼의 뺨을 때리거나 채찍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참다못한 짐꾼은 여인에게 도대체 그 물건을 뭐라 부르는지 물었다. 여인은

"다리(橋)의 바질(향미료나 약용으로 쓰이는 식물)이라고 하지요"고 대답했다.

아픔을 잠시 잊고 짐꾼은 다시 부어라 마셔라 했다. 그때 두 번째 여인이 첫 번째 여인과 마친가지로 목욕을 하면서 똑같은 질문을 했다. 짐꾼은 아까처럼 대답했다가 또다시 여인들의 호된 채찍과 주먹을 피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여인은

"껍질 벗긴 호두면 어때요?"라고 대답했다.

짐꾼은 너무도 쑤시고 아픈 자기의 목과 어깨를 주무르면서도 이 별천지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참아야지 다짐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세 번째 여인이 앞의 두 여인들과 똑같은 질문을 했다. 짐꾼의 똑같은 대답과 함께 어김없이 가해진 여인들의 채찍과 주먹은 짐꾼의 목과 어깨를 시퍼런 멍이 들게 만들었다. 세 번째 여인은

"나그네의 주막이라고 해요"라고 대답했다.

짐꾼은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었다. 여인들과 마친가지로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털이 수북한 알몸으로 탕 속으로 뛰어들었다. 잠시 후 물 속에서 나온 짐꾼은 여인들에게 자기의 아래를 가리키며 뭐라고 부르는지 물었다.

여인들은 우리가 예상하는 그런 단어들을 쭉 나열했지만 짐꾼이 생각하는 정답은 아니었다. 짐꾼이 밝힌 자기의 거기는 이러했다.

"이놈의 진짜 이름은 '사나운 당나귀'요. '다리의 바질'의 새순을 뜯어먹고, '껍질벗긴 호두'를 염치없이 씹어먹고, '나그네의 주막'에서 밤을 세우기도 하는 물건이란 말이요"

조금은 야한 얘기긴 하지만 세 여인의 콧대를 여지없이 꺽어 버린 짐꾼의 재치와 유머가 빛나지 않은가!  [아라비안 나이트]의 얘기꾼 세헤라자데의 화수분같은 이야기는 쭉!!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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