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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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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삼국유사 - 10점
일연 지음, 김원중 옮김/민음사


거창하고 대담하다. 읽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난해한 책을 과감히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제목을 붙이다니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 교육현실을 볼 때 결코 지나친 자만심은 아닐 것으로 확신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2011년부터 그동안 고등학교 1학년생들이 필수과목으로 배우고 있는 한국사가 선택과목으로 전환된다고 하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과거를 삭제해 버리고 미래를 설계한다는 우리교육이 과연 정상적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는 교과서마저 외면한 우리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왕명에 의해 씌여진 정사(正史)로 승자의 기록이라면 일연의 [삼국유사]는 개인이 각고한 노력으로 쓴 야사(野史)라 할 수 있다. [삼국유사]가 야사라고 해서 허구로 치부해 버릴 수 없는 것은 여기에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정신적 뿌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꼭 [삼국유사]를 읽어야만 하는 것일까? [삼국유사]는 모두 5권으로 다음과 같은 체제로 구성되어 있다.

1권: 왕력(王歷)
고구려, 백제, 신라, 가락 및 후삼국의 연대표, 고조선과 삼국의 건국신화 및 삼한, 부여, 고구려와 신라의 삼국통일 이전의 역사

2권: 기이(紀異)
문무왕의 삼국통일 이후의 신라를 비롯한 백제, 후백제 및 가락국에 관한 역사

3권: 흥법(興法)
불교 전래의 유래 및 고승들의 행적, 탑과 불상에 얽힌 유래

4권: 의해(義解)
원광법사, 원효대사 등 고승들의 행적

5권: 신주(神呪)
이승들의 전기 및 영험, 감응에 관한 기록과 효행, 선행, 미담에 관한 기록 

[삼국유사]는 우리도 신화가 있는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 준다. 중국, 인도, 중동, 그리스 지역 등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인류 문명의 발상지라는 점은 누구나 알 것이다. 더불어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신화가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국유사]에는 단군, 주몽, 박혁거세 등 많은 건국신화를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오랑 세오녀, 처용랑과 같은 민간설화까지 포함하고 있다. 야사로서 [삼국유사]가 가진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삼국유사]의 문학사적 가치는 우리 문학을 더욱 풍부하게 해 준다. [삼국유사]에는 14수의 향가가 실려있다. 향가는 우리말이 없던 시대 한자를 빌어서 우리말을 표기한 이두로 쓰여진 것으로 향가를 집대성한 [삼대목]이 있다고 알려졌으나 현재 전하지 않은 만큼 [삼국유사]에 소개된 14수의 향가는 [균여전]에 전하는 11수와 함께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불어 우리말을 갖기 위한 선조들의 열망을 엿볼 수 있다.


[삼국유사]에는 세계 3대 종교 중 하나인 불교가 이 땅에 정착한 과정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교과서를 통해 익히 알고 있듯 불교는 고구려 소수림왕 때 전진의 순도가 최초로 전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 [삼국유사]에는 불교가 고구려, 백제, 신라에 전해진 과정과 이후 고승들의 행적을 통해 불교가 정착해 가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불교 관련 내용은 [삼국유사]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독자들이 각자의 종교에 따라 편견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로 봐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삼국유사]는 한국이 오래 전부터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삼국유사] 지증왕편에는 우릉도(울릉도)를 복속시키는 과정이 소개되어 있다. 울릉도에서 지근 거리에 있는 독도를 신라의 영토로 인식했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의 끊임없는 독도 침략 야욕에 대응할 수 있는 역사적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삼국유사]는 지배자의 기록뿐만 아니라 민간의 효행이나 미담 등도 소개하고 있다. [허클베리핀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고전이란 언젠가 읽어 보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 책이다'라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삼국유사]에 관한 내용은 수도 없이 들어봤을 것이다. 마치 다 읽어본 것처럼.....그러나 직접 읽어보지 않으면 그 가치를 피부로 느낄 수 없다.

끝으로 이 책의 원본인 중종 임신본 발문을 통해 [삼국유사]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음미해 봤으면 좋겠다.

'우리 동방 삼국(三國)의 본사(本史)나 유사(遺事)도 책이 딴 곳에서는 간행된 것이 없고 오직 본부(경주)에만 있었다. 세월이 오래 되매 완결되어 한 줄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 겨우 4,5자밖에 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건대, 선비가 이 세상에 나서 여러 역사책을 두루 보고 천하의 치란과 흥망 그리고 모든 이상한 사적에 대해서 오히려 그 견식을 넓히려 하는 것인데, 하물며 이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의 일을 알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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