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세이돈의 삼지창을 만든 장인, 텔키네스

2026. 2. 2. 07:00세계의 신들

텔키네스(Telchine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로도스 섬의 원주민이었다. 그들은 티탄족 폰토스와 가이아의 자식들이었다. 기록에 따라서는 폰토스와 탈라사 또는 타르타로스와 네메시스의 자식들이었다도 하고 우라노스가 아들 크로노스에게 거세당했을 때 땅에 떨어진 우라노스의 피에서 에리니에스와 함께 태어났다고도 한다. 그들은 야금술에 능해서 포세이돈에게는 삼지창을, 크로노스에게는 낫을 만들어 주었다. 티탄 신족 여신 레아는 오케아니데스(오케아노스와 테티스가 낳은 3천명의 딸들)인 카피라의 도움을 받아 어린 포세이돈의 양육을 그들에게 부탁했다. 다른 신화에서는 텔키네스가 제우스의 양육을 맡았다고 한다. 텔키네스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졌으며 변신에 능했으며 독을 만들고 우박, 눈, 비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그들이 악한 일에 그들의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제우스는 벼락으로, 포세이돈은 삼지창으로 그들을 죽였다고 한다. 또는 아폴론이 늑대로 변신해 그들을 죽였다고도 한다.

 

텔키네스는 포세이돈의 삼지창과 크로노스의 낫을 만들었다.

 

텔키네스의 기원은 출처에 따라 차이가 있다. 텔키네스를 언급한 남아있는 문헌의 대부분은 그리스 작가가 아닌 후대 로마 출처에서 나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로마인들은 그리스어 판본의 텔키네(Telkhine)를 텔키네스로 바꾸었다. 로마의 기록이 훨씬 더 풍부해지면서 텔키네스가 표준이 되었다. 텔키네스에 대한 가장 영향력 있고 확실한 기록 중 하나는 12세기 비잔틴 제국의 시인이자 문법학자인 존 체츠가 그리스 신화를 보존하기 위해 헤시오도스의 <테오고니>에 주석을 추가한 주석서였다. 체츠는 텔키네스의 기원에 관한 가장 초기의 여러 신화를 필사했다. 한 신화에서는 그들이 지하세계의 신 타르타로스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의 자식이었다. 다른 기록에서 이들은 태초의 바다의 신 폰토스나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피를 통해 대지의 어머니 가이아의 자식이었다.

 

기원전 1세기에 로마 작가 디오도로스 시켈로스가 저술한 <비블리오테카 히스토리카>와 같은 초기 기록에 따르면 텔키네스는 바다를 의인화한 그리스 여신 탈라사에서 직접 유래했다고 한다. 비록 여러 가지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기원 설화의 공통점은 텔키네스가 태초의 신들과 그리스 신화에 묘사된 초기 존재들의 직계 후손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텔키네스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는 것은 아마도 로마의 기록이지만 그리스 신화의 시작에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다양하게 전해져 내려왔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을 무렵에는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을 것이다.

 

텔키네스의 묘사는 외형, 힘, 기질 면에서 더욱 중요한 차이점을 보였다. 어떤 기록에 따르면 텔키네스는 마법 능력을 얻었지만 인간의 모습을 유지한 종족에 불과했다. 그러나 바다와 관련되었다는 이유로 많은 신화에서 팔 대신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거나 성게와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거나 인어 또는 인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등 물고기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신화에서 텔키네스가 얼마나 다양하게 나타났는지는 12세기경 호메로스의 작품에 대한 주석을 쓴 비잔틴 그리스 학자 테살로니카의 에우스타티우스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텔키네스가 손 대신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다고 묘사했는데 이는 그들이 탈라사의 후손이라는 신화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또 텔키네스를 악테온의 개가 사람으로 변한 개의 머리를 가진 존재로 묘사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묘사는 섬뜩하게 결합되어 물고기 지느러미에 개 머리를 가진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시켈로스는 그들을 원하는 어떤 모습으로도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묘사했다. 텔키네스의 성격도 매우 다양하게 묘사되었는데 양육자이자 보호자였지만 매우 악마적인 존재로도 묘사되었다. 당연히 그들과 관련된 신화는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텔키네스에 대한 오래된 신화 중 하나는 가장 사랑스러운 신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켈로스는 텔키네스가 그리스 신화의 주요 신들 중 하나인 포세이돈을 양육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주장했다. 포세이돈의 기원 신화에서 보호자로서의 그들의 역할은 텔키네스가 한때 신들에게 믿음직한 보호자로 여겨졌음을 시사한다. 시켈로스는 텔키네스가 특정 예술을 발견했고 인류의 삶에 유용한 다른 것들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다른 기록에서는 텔키네스가 신들을 기리는 최초의 조각상을 제작했다고도 하고 포세이돈의 전설적인 삼지창을 만들었다고도 한다.

 

이러한 보호자로서의 텔키네스 이야기를 관련된 다른 신화들과 조화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시켈로스와 거의 같은 시기에 글을 쓴 오비디우스는 <변신 이야기>에서 텔키네스를 사악한 존재로 묘사했는데 그들의 시선은 무시무시하고 불길한 마력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텔키네스는 하늘을 지배하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마음대로 폭풍을 불러올 수 있었다. 텔키네스는 이러한 힘을 악한 목적으로 사용했고 신들은 이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였다. 텔키네스는 또한 지진을 일으킬 수도 있었는데 6세기 그리스 시인 파울루스 실렌티아리우스는 고향 콘스탄티노플의 건물들을 파괴한 지진의 원인으로 텔키네스를 지목했다. 그리스 지리학자 스트라보는 <지리학>에서 텔키네스가 저지른 가장 악랄한 행위를 묘사했다. 그는 텔키네스가 로도스 섬에 스틱스 강물을 뿌려 생명이 자라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기술했다.

 

텔키네스는 여전히 신비로운 존재였지만 지금까지 전해지는 신화들은 그들을 영리하고 숙련된 강력한 존재로 묘사했다. 그들이 지닌 마법과 기술은 그리스 사회의 여러 중요한 측면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스인들은 숙련된 항해자였으며 많은 작가들은 다양한 바다 괴물의 손에 의한 폭풍과 난파를 묘사했다. 바다를 지배하는 힘을 가진 텔키네스는 갑작스러운 폭풍의 원인으로 지목되었지만 잔잔한 바다를 만든 공로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다. 날씨를 조종하는 그들의 능력은 농업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그리스 농부들은 홍수나 가뭄이 발생하면 텔키네스의 짓이라고 믿었다.

 

텔키네스의 예술적 재능과 독창성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은 신들을 기리는 조각상을 최초로 세웠는데 이 전통은 그리스 사회에서 매우 널리 퍼졌고 이후 로마 시대에는 더욱 강해졌다. 텔키네스는 또한 숙련된 금속 세공인으로 낫과 같은 정교한 청동 및 철제 도구들을 제작했는데 이는 그리스 농경 생활에 필수적인 도구였을 것이다. 하지만 텔키네스가 야금술과 마법을 결합했을 때 그들의 힘이 가장 강력해졌다. 그들은 포세이돈의 삼지창, 우라노스에게 사용된 크로노스의 낫 그리고 저주받은 목걸이를 만들어냈는데 이 모든 것들은 그들을 가장 유명한 그리스 신화에서 비록 드러나지 않았지만 주요 존재로 만들었다.

 

가장 사악한 그리스 신 중 하나로 여겨지는 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가 가진 강력한 힘을 탐했다. 우라노스와 가이아는 자식들을 어떻게 키울지 놓고 논쟁을 벌였다. 우라노스는 자식들 중 일부를 하데스의 깊은 곳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가이아는 크로노스가 왕위에 오르도록 돕기로 결정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와 크로노스에게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다. 그들은 텔키네스에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닌 거대한 낫을 제작하게 했다. 그런 다음 가이아는 우라노스에게 만나자고 청했고 크로노스는 근처에 숨어 있었다. 가이아의 신호에 따라 크로노스는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낫으로 아버지의 성기를 거세했다. 이 일로 우라노스는 예전과 같지 않았고 결국 크로노스는 새로운 우주의 왕이 되었다.

 

포세이돈에 관한 모든 신화도 텔키네스와 관련이 있었다. 결국 포세이돈을 키운 것은 텔키네스였다. 포세이돈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거세술을 부렸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왕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자식을 잡아먹는 버릇이 있었다. 포세이돈의 어머니 레아는 자식을 숨기려면 매우 창의적인 방법을 써야 했기에 크로노스에게 신 대신 말을 낳았다고 말했다. 크로노스는 그것을 믿었고 레아는 친자식인 포세이돈을 로도스로 몰래 데려가 텔키네스에게 아이를 키워달라고 부탁했다. 포세이돈은 바다와 지진의 신이 되었기 때문에 텔키네스는 이 두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리스 신들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아마도 삼지창을 높이 들고 바다에서 나오는 위풍당당한 포세이돈일 것이다. 그 삼지창을 만든 이가 바로 텔키네스였다. 텔키네스는 금과 놋쇠로 삼지창을 만들고 바다와 땅을 지배하는 힘을 부여했다. 포세이돈은 그 삼지창으로 강을 만들고 지진을 일으키고 바람과 바다를 조종할 수 있었다. 텔키네스처럼 하르모니아의 목걸이도 모호한 배경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들과 엮여 있었다. 이 목걸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아내 아프로디테의 불륜을 알게 되었을 때 그 불륜으로 태어난 아이를 저주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설은 텔키네스가 이 목걸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목걸이는 매혹적인 축복과 사악한 저주를 동시에 담고 있었다. 이 목걸이를 착용하는 사람은 영원히 젊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동시에 끔찍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물론 첫 번째는 하르모니아였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 카드모스는 이 목걸이를 착용했고 결국 뱀으로 변했다. 이 목걸이는 나중에 세멜레에게 돌아갔는데 그녀는 제우스의 자식을 낳았고 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저주를 받아 하데스로 추방되었다. 아마도 이 목걸이에 관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이오카스테 왕비에 관한 것이었다. 이 목걸이를 차지한 왕비는 영원히 젊어 보였고 실수로 아들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 동침했던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뽑았고 이오카스테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이야기는 소포클레스는 이 희곡 <오이디푸스 왕>을 통해 전해졌다.

 

텔키네스의 몰락에는 두 가지 가능한 근본 원인이 있었다. 그들은 본래 사악했지만 영리한 존재였기에 결국 선을 넘었고 한때는 친절했던 보호자였지만 잔인한 복수를 하기도 했다. 그들이 결국 처벌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 일치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스틱스 강물과 유황을 섞어 고향 로도스 섬의 식물과 가축을 죽였다. 이는 분명 그곳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4~5세기경에 활동한 논노스는 서사시 <디오니시아카>에서 악의에 찬 텔키네스가 로도스에서 쫓겨나 심해로 추방당했다고 기술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고향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신들의 복수가 가해졌다.

 

 

텔키네스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신화에 따라 다르다. 제우스가 번개나 홍수로 그들을 쓰러뜨렸다고도 하고 아폴론이 늑대로 변신해 그들을 죽였다고도 한다. 아니면 포세이돈이 그들을 죽였다고도 한다. 그들의 죽음과 함께 텔키네스는 기록에서 대부분 사라지게 되었다. 일부 학자들은 핀다로스 같은 초기 그리스 작가들이 로도스 출신 인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자신이 다시 들려주고자 했던 신화의 더 큰 도덕적 목표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을 배제했다고 주장한다. 스트라보는 많은 사람들이 텔키네스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인 정신과 마법의 힘을 질투했기 때문에 삭제되었다고 말했다. 바다를 지배한 강력한 포세이돈 신화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텔키네스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학과 예술 작품에서는 주로 조연으로만 등장했다.

 

텔키네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다른 많은 존재들처럼 꽃병 그림에 자주 묘사되지는 않았다. 아마도 당시 예술가들이 인어나 개인간을 묘사할 만큼 숙련되지 않았거나 그렇게 섬뜩한 장식이 있는 꽃병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텔키네스를 묘사한 고대의 이미지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텔키네스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몇 가지 친숙한 그리스적 주제와 연결된다. 그들은 한때 신들의 소중한 보호자로 여겨졌지만 곧 그리스 신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만함을 드러냈다. 로도스 사람들에게 스스로 벌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신들이 텔키네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처럼 행동할 권리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고 그 오만함 때문에 엄중한 벌을 받았다. 텔키네스는 또한 그리스 신화 속 존재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복잡성을 보여주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신과 신화 속 존재들도 불완전했다. 영웅조차도 결함이 있고 가장 존경받는 신들조차도 종종 심각한 실수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텔키네스는 종종 말썽꾸러기로 여겨졌지만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숙련된 장인들이었다. 그리스 신화는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동시에 받아들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