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1. 07:00ㆍ신화와 전설
고대 중동 전설에 따르면 거대한 뿔 달린 토끼들이 거대한 고래의 등에 균형을 잡고 있는 대지 위를 뛰어다녔다고 한다. 한편 거대한 뱀은 대지 중심부에 잠복하며 세상을 통째로 삼킬 종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자연적인 짐승에 대한 이러한 다채로운 묘사의 출처는 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일부 학자들은 우리 조상들이 공룡 화석이나 다른 선사 시대 짐승 유해의 발견을 설명할 때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어쨌든 현실에는 돌고래와 물개의 중간쯤에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홍해와 아라비아해에 서식하는 듀공처럼 특이하게 생긴 동물들이 꽤 있다. 어떤 학자들은 이러한 짐승들을 상징적인 존재로 여기며 동물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특성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생각한다. 기원전 5세기경에 활동한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근처를 방문하여 거대한 날개 달린 뱀의 유해를 형상화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견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신화를 낳았으며 많은 신화에는 종교적 우화와 마법적 음모 장치가 깃들어 있다. 세 개의 아브라함 계통 종교는 일반적으로 그러한 짐승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그들의 전통에는 성경과 쿠란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설적인 동물에 대한 묘사가 담겨 있다. 다음은 중동 지역의 신화, 종교 문헌, 이야기에 등장하는 생물들이다.
팔락(Falak)

불타는 뱀이 지옥의 깊은 곳에 숨어 하늘과 땅 그리고 지옥 자체를 삼키려고 기다리고 있지만 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다. 아랍어로 ‘새벽’을 뜻하는 팔락은 해리 포터 소설로 유명해진 중세 유럽 전설의 바실리스크보다 더 크고 섬뜩할지도 모른다. 태초에 창조된 팔락은 세상의 종말이 되어 죄인들을 집어삼키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전설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서식하며 불타는 잿불같은 피부로 유명한 실제 마그마 비단뱀이라고 한다. 팔락과 바실리스크의 유사점은 단순한 물리적인 유사성 그 이상이다. 팔락은 땅속에 파묻힌 후 먹이를 잡기 위해 기어올라와 자신의 몸으로 먹이를 질식시킨 후 잡아먹는다. 뱀은 전 세계 신앙 체계에 등장하며 성경에서 아담과 이브의 유혹자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팔락은 다른 전통에서 발견되는 거대한 뱀의 아라비아 버전일 수 있다.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 아펩으로 알려진 거대한 뱀은 태양신 라를 죽이려 하지만 실패하고 대신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지진을 일으킨다. 북유럽 신화에는 장난의 신 로키의 아들인 요르문간드라는 유사한 존재가 등장한다. 비늘로 뒤덮인 이 생물은 대지를 감싸고 있으며 입으로 자신의 꼬리 끝을 물고 있다. 마치 우로보로스 형상에서 자신의 꼬리를 게걸스럽게 먹는 뱀의 형상과 같다. 참고로 우로보로스는 ‘꼬리를 삼키는 자’라는 뜻의 고대 상징으로 커다란 뱀 또는 용이 원형 형태로 자신의 꼬리를 물고 삼키는 모습으로 주로 나타난다. 팔락과 비슷하게 이 생물은 라그나로크로 알려진 세상의 종말을 기다린다.
바하무트(Bahamut)

거대한 고래 위에는 등에 보석을 짊어진 황소가 있다. 황소 위에는 여섯 지옥, 땅, 일곱 하늘을 지탱하고 있는 천사가 서 있다. 이 균형을 잡는 존재 아래에는 이전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뱀 팔락이 있다. 이 고래는 이슬람 이전 신화에서 바하무트로 알려졌지만 발후트라고도 불렸다. 12세기 아랍 지리학자 이븐 알-와르디는 그의 저서 <경이로운 진주와 기이한 것들의 독특함>에서 이러한 겹겹이 쌓인 세계관을 묘사했다. 다른 기록에서는 머리가 하마나 코끼리의 머리를 닮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는 송곳니가 있는 날개 달린 바다뱀이라고 주장한다. 등에 있는 황소는 쿠이타(이슬람의 우주 황소)로 알려져 있으며 눈이 무려 4,000개나 된다고 한다.
13세기 페르시아 우주론자 자카리야 알-카즈위니에 따르면 천사는 기둥처럼 고래 아래에 서서 그 위에 있는 모든 것을 떠받치고 있다. 이 이슬람 이전 신화의 생물은 성경에 나오는 거대한 육지 짐승 베헤모스와 바다에 사는 괴물 레비아탄(리바이어던) 이야기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아라비아의 바하무트는 이 둘의 결합일 수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신화 또한 이러한 신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오늘날 이라크 지역에서 아라비아 반도로 유입된 사상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쿠란에는 이 신화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중세 작가들은 이 이야기를 자신의 저서에 포함시켰다. 20세기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그의 저서 <상상적 존재들의 서>에서 바하무트를 너무나 거대해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존재로 묘사했으며 ‘세상의 모든 바다를 이 물고기의 콧구멍에 담는다면 사막에 심은 겨자씨와 같을 것이다’라고 썼다.
루크(Rukh)

13세기 베네치아의 탐험가 마르코 폴로는 루크 또는 로크(Roc)를 발톱으로 코끼리를 태울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새로 묘사했다. 그는 이 새가 마다가스카르에 살았다고 주장했는데 당시 이곳에는 지금은 멸종된 2.7미터 크기의 코끼리새가 서식하고 있었다. 14세기 모로코의 탐험가 이븐 바투타 또한 이 웅장한 새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 새는 보통 흰색이고 날개 길이가 14미터에 달하며 중국 바다 위의 ‘날으는 산’으로 묘사했다.
<천일야화>에는 이 환상적인 새들에 대한 더 많은 묘사가 있다. 전설적인 뱃사람 신밧드는 루크를 여러 번 목격했는데 이 새는 난파선에서 선원을 산 속 둥지로 안전하게 데려다 주었다. 그곳에서 그는 암탉의 알보다 148배 더 큰 루크 알을 목격했다. 모험가는 터번을 루크의 다리에 묶어 은신처를 탈출하는데 너무 높이 날아올라 대지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집트 불사조를 포함한 다른 문화권 신화에도 루크와 유사한 생물이 등장하며 루크는 그 생물의 아라비아 변종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13세기 이란의 우주학자이자 지리학자인 알 카즈위니의 저서에 언급된 또 다른 웅장한 새는 '긴 목을 가진 자'라는 뜻의 '안카'이다. 대지와 우주를 연결한다고 믿어지는 신비로운 산맥인 카프 산맥에 사는 거대한 독수리와 같은 모습이라고 전해진다.
단단(Dandan)

아마도 바하무트의 변종일 가능성이 있는 이 거대한 바다 생물은 <천일야화>의 어부 압둘라와 인어 압둘라 이야기에 등장한다. 이 물고기는 한 입에 배 전체를 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수천만 년 전에 살았던 거대 상어 메갈로돈과 비교되기도 한다. <아라비안 나이트>는 이 물고기를 ‘모든 물고기 중 가장 크고 가장 사나운 우리의 적’이라고 묘사한다. 이 물고기의 몸집은 육지의 어떤 짐승보다도 커서 낙타나 코끼리를 만나면 한 입에 삼켜 버릴 것이라고 한다. 단단의 간에서 나오는 기름은 기적적인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단단의 간으로 만든 연고를 몸에 바르면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이야기 속 압둘라 두 명 모두 이 힘을 발견하여 바다에서 살아남는다.
샤다바르(Shadhavar)

페르시아 민담에서 널리 알려진 샤다바르는 사두자그 또는 아라스라고도 불리며 현재 이라크 지역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가젤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이 물고기는 42개의(일부 전설에서는 72개) 오목한 뿔 하나를 가지고 있는데 이 뿔은 마치 매혹적인 피리 소리와 같은 멜로디를 낸다. 이 곡조는 듣는 사람을 멈추게 하지만 바람이 반대 방향으로 불면 이전의 부드러운 선율은 우울함을 유발하는 잊혀지지 않는 웅웅거림으로 변한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신화 속 동물이 키가 180cm나 되지만 수척하고 얼굴에는 검은 반점이 있어 마치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14세기 이집트 동물학자 카말 알딘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다미리는 샤다바르가 육식동물이라고 주장했지만 다른 이들은 그가 이 동물을 시라니스(입에 일곱 개의 구멍이 있는 전설의 해양 동물로 일곱 발가락을 사용하여 주둥이를 악기처럼 연주한다고 한다) 로 착각했다고 주장한다.
웨레하이에나(Werehyena)

변신하는 거대한 하이에나인 웨레하이에나는 하이에나가 사람으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이 짐승은 야행성이며 흡혈귀처럼 목을 물고 피를 마시는 것을 즐긴다. 고대 그리스, 아라비아, 페르시아의 전설에는 이 신화 속 괴물들이 희생자의 피를 빨아먹어 죽이는 모습이 등장한다. 아프리카 민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웨레하이에나는 인간의 모습으로 대장장이, 나무 베기, 치유와 같은 실용적인 직업을 선호한다. 수단, 탄자니아, 모로코 일부 지역의 웨레하이에나는 보름달이 없어도 변신할 수 있으며 눈으로 희생자를 최면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알 미라즈(Al Miraj)

30cm 길이의 검은색 나선형 유니콘 뿔을 가진 거대한 노란 토끼로 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는 아니지만 루이스 캐럴의 이야기에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 이야기에서는 이 잡종 생물을 인도양 한가운데 있는 자지라 알 테니 또는 용의 섬이라는 신화 속 섬에 등장시키기도 한다. 한 전설에 따르면 마케도니아 왕 알렉산더 대왕이 사나운 섬 용에게 독이 든 황소를 먹이로 주어 물리쳤을 때 섬 주민들은 목숨을 구해 준 것에 매우 감사하여 거대한 뿔 달린 토끼를 알렉산더 대왕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알 카즈위니는 그의 저서에서 알 미라즈를 묘사했는데 이 생물은 육식성으로 뿔로 훨씬 큰 먹이를 찔러 잡아먹는다. 알 미라즈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녀의 주문을 외우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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