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제개편안이 국민적 조세저항에 부딪치자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발언이 있은지 단 며칠만에 수정 개편안이 발표됐다. 요즘말로 '멘붕'이란 이럴 때 쓰는가 보다. 7개월간 준비해 왔다던 국가중요정책을 대통령 말 한마디에 도깨비 방망이에 금은보화 쏟아지듯 새 것이 뚝딱 나오니 말이다. 또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가 있기 전 여당 정책위 부의장이라는 사람은 세제개편안의 국민적 저항을 의식한 듯 '2013년 세제개편안은 세금폭탄이 아니라 십시일반'이라며 오히려 국민들을 훈계하려 들었다.
대통령도 여당 관계자도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한 국민적 저항의 본질은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뚱딴지같은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부자감세 철회는 제쳐두고 털리는 유리지갑에 서민과 중산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아는지 모르는지. 뿐만 아니다. 보수언론은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정부를 두둔하고 있다. 뚱딴지같은 소리를 넘어 거의 왜곡 수준이다. 다들 뚱딴지 같은 소리로 애먼 '뚱단지'만 모욕하고 있는 꼴이다.
'뚱딴지'는 엉뚱한 말을 할 때 쓰는 표현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무뚝뚝해 붙임성이 없는 사람'이라니 일상에서 쓰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지 싶다. 다른 것은 이게 다가 아니다. 돼지감자도 '뚱딴지'이고, 전기용품인 애자(애자)도 '뚱딴지'란다. 생각컨대 노랗고 예쁜 꽃에 비해 뿌리 열매는 엉뚱하게도 울퉁불퉁 못생겨서 '뚱딴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돼지감자(뚱딴지)의 뿌리는 생으로 먹거나 삶아 먹어도 되는데 아무리 삶아도 아린 맛이 가시지 않아 식용으로는 부적절해서 돼지나 먹으라고 던져준 데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또 번식력이 강해 아무데서나 엉뚱하게 잘 자란다고 해서 '뚱딴지'라는 별명을 얻었다고도 한다. 생긴 걸로만 치면 그냥 감자나 돼지감자나 도진개진일터 결국 맛이 '뚱딴지'를 탄생시킨 셈이다.
이런 뚱딴지가 요즘 무척이나 각광받고 있나 보다. 돼지감자, 뚱딴지의 땅 속 덩이줄기에는 천연인슐린이라고 불리는 이눌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당뇨환자가 먹으면 치료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실제로 오래 전부터 돼지감자를 식용으로 사용해왔던 이스라엘에는 당뇨병 환자가 적다고 한다. 또 이눌린은 탁월한 식이섬유여서 변비와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한다. '못 생겨도 맛이 좋아'가 아니라 '못 생겨도 몸에 좋아'가 바로 뚱딴지인 것이다.
몸에 좋은 것은 비단 뚱딴지의 덩이줄기만이 아니다. 꽃이나 잎, 줄기도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달여서 차처럼 먹으면 좋다고 한다. 꽃이며 덩이줄기며 효능까지 뚱딴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말 '뚱딴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쓸모없이 왔다가 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쓸모있는 '뚱딴지'가 엉뚱하고 쓰잘 데 없는 말이나 행동을 빗댄 말이라니 '뚱딴지'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뚱딴지 같은 소리로 뚱딴지를 모독하고 있는 집단은 정부와 여당 뿐만이 아니다. 야당도 조세저항의 본질을 모르는지 아니면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하려는지 세금폭탄이라는 뚱딴지 같은 주장만 되풀이하다 이게 아니다 싶었는지 철회한 모양이다. 증세 없이는 복지도 불가능하더던 그들의 구호치고는 당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당 집권 시절 종부세를 세금폭탄이라고 공격했던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민심을 호도하는 전형적인 정치공세일 뿐이다. 제발 뚱딴지 같은 소리들 그만하고 국민들이 왜 분노하는지 머리를 맛대어 고민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맛은 없지만 사람을 살리는 '뚱딴지'다. 왜 당신들은 맛도 없으면서 멀쩡한 사람들 속앓이만 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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