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도요카와 젠요의 <경성천도>/김현경 옮김/전경일 편역·감수/다빈치 북스/2012년
일제가 조선을 강제합병한 후 23년이 지난 1933년, 서울 경성제국대학 앞에 흥아 연구소라는 특수 목적의 조직이 비밀리에 꾸려졌다. 연구소의 소장 도요카와 젠요는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일본 제국주의 팽창책의 일환으로 1급 문건을 작성했다.
경성천도
도요카와 젠요가 일본 제국주의의 항구적 대륙경영을 위해 '일본과 만주의 통제공작에 화룡정점'을 찍으려는 계획 차원에서 벌어진 거대한 음모는 바로 '경성천도'였다. 다빈치 북스에서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출간한 <경성천도>는 도요카와 젠요라는 한 개인의 야망으로 보기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침탈 과정이 책과 너무도 닮아있다.
여기서 문득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번역자가 당시 시대상황과 용어에 관한 해설을 주석 형식으로 편집하긴 했지만 책의 내용은 도요카와 젠요의 <경성천도>를 충실히 번역하는 데 역점을 뒀다. 자칫 일본 제국주의의 대륙 침략에 정당성을 부여해 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완역본 형태로 출간한 이유는 무엇일까. 편역과 감수를 담당한 전경일은 '역사를 아는 민족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역사의 반복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의 교묘한 책동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재하다면 역사를 대하는 현재의 의미는 저감될 것이라고 했다. 즉 도요카와의 '경성천도'는 최근 일본 우익의 독도 침탈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으며, FTA(자유무역협정)이 가져올 재앙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도쿄의 서울 이전 계획과 조선인 축출공작'이라는 부제가 붙은 <경성천도>를 통해 일본우익들이 그토록 독도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경성천도>는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를 점령한 이후 국제연맹에서 탈퇴한 후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고 도래할 태평양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해 조선의 경성을 거점으로 대륙을 침탈해 가자는 내용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도요카와 젠요라는 인물의 해박한 지식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만다. 역사와 지리, 경제, 국제관계까지 손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의 지식으로 일본 군국주의의 야망을 토로해내고 있다.
도요카와 젠요가 경성천도를 주장한 데는 일본의 수도 도쿄가 가지고 있는 지리적 한계 때문이다. 도쿄가 그들이 생명선이라고 생각하는 조선과 만주 등 대륙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쿄는 최근 일본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수도권 직하형 대지진'이라는 지질학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서구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은 20세기 초 근대화와 함게 급격한 인구 증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도요카와 젠요는 일본의 수도를 경성으로 옮기고 일본인 800만명을 조선으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만 경제블럭'을 주장한 대목에서는 경제 침탈까지 염두해 두었던 도요카와 젠요의 해박한 지식의 단면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의 대륙침탈이 얼마나 정교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도요카와 젠요는 조선반도는 극동항구의 잔교이며 일본 열도는 방파제로 잔교는 전략지점이지만 방파제는 전략지점이 될 수 없다는 논리로 경성이 7할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일제휴나 경제블럭이 평화 친선만으로 이루어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도요카와 젠요의 해박한 지식은 그의 의도와 달리 한·일 역사학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일본인의 조선 이주를 '1,500년을 거쳐 반동된 물결이 거슬러 올라가려 한다는 것'으로 아직까지도 일본 역사학자들이 주장하는 문명의 대륙전파설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해 준다. 하지만 번역자는 도요카와 젠요의 이같은 주장을 일본이 조선과 만주를 침략함으로써 대륙 진출을 꾀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한 왜곡된 식민사관을 밑바타에 깔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는 <경성천도>는 최근 일본 우익들이 독도를 국제분쟁 지역화하려는 꼼수를 여지없이 폭로해주고 있다. 현재 일본 우익들이 제국주의 시절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그 뿌리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들이 독도를 끊임없이 침탈하려는 것은 단순히 어로수역의 확대는 아닐 것이다. 도요카와 젠요의 경성천도론을 망상에 사로잡힌 한 개인의 허황된 꿈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일본 우익의 꼼수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우리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변함없는 사실에 지나치게 감상주의적 접근만을 하고 있다. 이런 감상주의가 국제사회에서 통할 리 없다. 일본 우익들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논리적 접근을 하고 있다. 실효적 지배라는 엄연한 현실 속에서 독도를 두고 국제사회가 동요하는 것도 이런 한·일간의 독도 접근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귀화 일본인으로 국내 독도 문제 전문가로 알려진 호사카 유지 교수(세종대학교)는 독도 연구가 객관적이지 못하면 역사교육은 방향성을 잃게 될 것이고 결국 일본의 논리에 밀리고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 도요카와 젠요의 <경성천도>를 별다른 해석없이 원문 그대로 완역한 것도 이런 역사적 사실 관계를 정확히 인식함으로써 독도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논리적 접근을 유도하기 위함일 것이다. 또 책에서 도요카와 젠요가 전쟁에 반대한 일본 진보세력에 반감을 표시했듯이 일본 내 양심적인 세력과의 적극적인 연대도 독도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제가 조선을 강제합병한 후 23년이 지난 1933년, 서울 경성제국대학 앞에 흥아 연구소라는 특수 목적의 조직이 비밀리에 꾸려졌다. 연구소의 소장 도요카와 젠요는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일본 제국주의 팽창책의 일환으로 1급 문건을 작성했다.
경성천도
도요카와 젠요가 일본 제국주의의 항구적 대륙경영을 위해 '일본과 만주의 통제공작에 화룡정점'을 찍으려는 계획 차원에서 벌어진 거대한 음모는 바로 '경성천도'였다. 다빈치 북스에서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출간한 <경성천도>는 도요카와 젠요라는 한 개인의 야망으로 보기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침탈 과정이 책과 너무도 닮아있다.
여기서 문득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번역자가 당시 시대상황과 용어에 관한 해설을 주석 형식으로 편집하긴 했지만 책의 내용은 도요카와 젠요의 <경성천도>를 충실히 번역하는 데 역점을 뒀다. 자칫 일본 제국주의의 대륙 침략에 정당성을 부여해 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완역본 형태로 출간한 이유는 무엇일까. 편역과 감수를 담당한 전경일은 '역사를 아는 민족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역사의 반복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의 교묘한 책동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재하다면 역사를 대하는 현재의 의미는 저감될 것이라고 했다. 즉 도요카와의 '경성천도'는 최근 일본 우익의 독도 침탈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으며, FTA(자유무역협정)이 가져올 재앙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도쿄의 서울 이전 계획과 조선인 축출공작'이라는 부제가 붙은 <경성천도>를 통해 일본우익들이 그토록 독도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경성천도>는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를 점령한 이후 국제연맹에서 탈퇴한 후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고 도래할 태평양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해 조선의 경성을 거점으로 대륙을 침탈해 가자는 내용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도요카와 젠요라는 인물의 해박한 지식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만다. 역사와 지리, 경제, 국제관계까지 손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의 지식으로 일본 군국주의의 야망을 토로해내고 있다.
도요카와 젠요가 경성천도를 주장한 데는 일본의 수도 도쿄가 가지고 있는 지리적 한계 때문이다. 도쿄가 그들이 생명선이라고 생각하는 조선과 만주 등 대륙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쿄는 최근 일본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수도권 직하형 대지진'이라는 지질학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서구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은 20세기 초 근대화와 함게 급격한 인구 증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도요카와 젠요는 일본의 수도를 경성으로 옮기고 일본인 800만명을 조선으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만 경제블럭'을 주장한 대목에서는 경제 침탈까지 염두해 두었던 도요카와 젠요의 해박한 지식의 단면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의 대륙침탈이 얼마나 정교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도요카와 젠요는 조선반도는 극동항구의 잔교이며 일본 열도는 방파제로 잔교는 전략지점이지만 방파제는 전략지점이 될 수 없다는 논리로 경성이 7할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일제휴나 경제블럭이 평화 친선만으로 이루어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도요카와 젠요의 해박한 지식은 그의 의도와 달리 한·일 역사학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일본인의 조선 이주를 '1,500년을 거쳐 반동된 물결이 거슬러 올라가려 한다는 것'으로 아직까지도 일본 역사학자들이 주장하는 문명의 대륙전파설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해 준다. 하지만 번역자는 도요카와 젠요의 이같은 주장을 일본이 조선과 만주를 침략함으로써 대륙 진출을 꾀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한 왜곡된 식민사관을 밑바타에 깔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는 <경성천도>는 최근 일본 우익들이 독도를 국제분쟁 지역화하려는 꼼수를 여지없이 폭로해주고 있다. 현재 일본 우익들이 제국주의 시절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그 뿌리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들이 독도를 끊임없이 침탈하려는 것은 단순히 어로수역의 확대는 아닐 것이다. 도요카와 젠요의 경성천도론을 망상에 사로잡힌 한 개인의 허황된 꿈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일본 우익의 꼼수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우리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변함없는 사실에 지나치게 감상주의적 접근만을 하고 있다. 이런 감상주의가 국제사회에서 통할 리 없다. 일본 우익들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논리적 접근을 하고 있다. 실효적 지배라는 엄연한 현실 속에서 독도를 두고 국제사회가 동요하는 것도 이런 한·일간의 독도 접근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귀화 일본인으로 국내 독도 문제 전문가로 알려진 호사카 유지 교수(세종대학교)는 독도 연구가 객관적이지 못하면 역사교육은 방향성을 잃게 될 것이고 결국 일본의 논리에 밀리고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 도요카와 젠요의 <경성천도>를 별다른 해석없이 원문 그대로 완역한 것도 이런 역사적 사실 관계를 정확히 인식함으로써 독도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논리적 접근을 유도하기 위함일 것이다. 또 책에서 도요카와 젠요가 전쟁에 반대한 일본 진보세력에 반감을 표시했듯이 일본 내 양심적인 세력과의 적극적인 연대도 독도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
'북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매기의 꿈이 새우깡인 게 뭐가 어때서 (35) | 2012.05.25 |
---|---|
세상의 중심은 물푸레나무 위그드라실이었다 (30) | 2012.03.23 |
김어준의 '문재인 대망론'은 실현될 수 있을까 (52) | 2012.02.23 |
장근석의 도쿄돔보다 화려했던 조선통신사의 일본행렬 (38) | 2012.02.22 |
남성의 상징 헤라클레스는 왜 하필 여장을 즐겼을까 (22) | 2012.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