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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블로그를 하면서 달라진 나의 독서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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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였다. 시사적인 문제도 다뤄보고 싶었고 평소 즐겨 읽던 책들을 정리해 보고도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형의 집] 리뷰가 있는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언제가 읽었던 책인데 작가 이름 빼고는 주인공 이름마저도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그 때 느꼈던 답답함이란 어떻게 표현하기조차 힘들다. 나의 기억력만을 탓할 게 아니었다. 이 몹쓸 기억력의 한계야 어쩔 수 없다지만 평소에 메모라도 해 두었다면 이렇게 답답하진 않았을 텐데.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 <여강여호>가 어느덧 9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그 동안 허접한 글쓰기에도 많은 블로거들이 방문도 해주고 격려도 해 준 탓에 다음뷰 랭킹 100위 진입이라는 선물까지 받았다. 평소에 시사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터라 외도도 없지는 않았지만 책 관련 리뷰나 도서 추천글이 100개는 족히 넘어 보인다. 물론 시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꾸준히 포스팅할 생각이다.

그렇다면 책 관련 블로그를 시작한 후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메모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깨닫고 시작한 블로그가 나의 독서습관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1년도 안된 새내기 블로거의 발칙한 글쓰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체계적인 독서

물론 블로그를 시작하기 이전에도 나는 고전이나 신화읽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중구난방이었다. 이 책 좀 읽다 덮고, 저 책 좀 읽다 덮고. 그렇다 보니 읽는 양에 비해 효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숲만 한 번 보고 산을 다 보았다고 하는 격이었다. 대강의 지식들만이 쓰레기가 되어 뇌를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은 새로운 달이 시작하면 미리 독서계획을 세운다. 가령 다음 달에 5권을 목표로 한다면 고전과 신화를 각각 1권씩 우선 포함시키고 나머지 3권은 그동안 관심은 있었으나 읽지 못했던 책들로 채워 넣는 식으로...그리고 나름 매월 독서주제를 설정하니 책 읽는 재미가 한층 더 쏠쏠해졌다. 이렇게 독서계획을 세우다 보니 허투루 책을 읽던 습관도 많이 고쳐졌다. 평소 성격과 달리 책을 읽을 때는 집중도 못하고 산만해서 정독을 못했는데 계획을 세워 읽으니 이 또한 많이 좋아졌다. 기존에 접근 자체를 어렵게만 느껴졌던 경제 관련 서적을 들춰보는 것도 독서계획을 세운 덕에 가능해졌다.


책 읽는 시간

책 읽을 시간의 확보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블로거들의 고민일 것이다. 아무리 핑계라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책 읽을 시간이 많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업무시간도 많고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은 게 우리네 현실이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책을 좀 많이 읽는다고 자부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워낙 척박한 우리 독서환경에 비해 좀 나았을 뿐 실제로 책 읽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블로그를 하면서는 매일 1건의 포스팅을 해야 한다는 기분좋은(?) 부담이 생겼다. 자연스레 많은 시간은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짬나는 대로 책을 접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학생 때처럼 벼락치기로 한 달에 한 두 번 몰아서 책을 봤던 것보다는 분명 좋은 현상이다.

메모하는 습관

우리는 늘 기억보조장치로서의 메모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자신의 머리가 좋지 않은 것을 폭로하는 것 같아 메모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작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그가 평소에 메모해 두었던 노트들이 공개되었다. 문득 그를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위대한 정치인으로 키웠던 게 메모가 빼곡히 적힌 저 노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블로그를 하면서 책 리뷰를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료들을 모아야만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스크랩하기도 하고, 관련 책들을 찾아서 따로 정리해 두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메모하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특히 방문자수가 늘어나고 내 글을 읽고 댓글을 올려주는 이웃들이 증가하면서 글쓰기에 좀 더 신중을 기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자료를 정리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지금은 컴퓨터가 있는 책상 위에도 조그만 메모장이 하나 놓여있다. 그냥 책이 아니더라도 혹시나 잊어버릴 것 같은 내용들이 있으면 적어두곤 한다.

아직은 수준 이하의 글들이 태반이지만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는 많이 좋아진 것 같기도 하다. 나만의 생각이지만또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블로그를 하는 동안 내 생활습관에는 분명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 독서습관이 하나 있다. 눈에 띄는 책이 있으면 무조건 사고 본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 책들이 책장 이곳 저곳을 차지하고 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이 책들도 내 블로그 한 귀퉁이를 채워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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