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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젊은 시절 꼭 읽어야 할 고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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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좋아하는 독자나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예비독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는 무슨 책을 읽을지에 관한 것이다. 위대한 문학가를 꿈꾸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아인슈타인을 능가하는 과학자를 책상머리에 새겨 넣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학가가 꿈인 독자는 문학 책만을, 과학자를 꿈꾸는 독자라면 과학 관련 책만을 읽을 것인가? 꼭 그래야 한다면 입술이 부르트도록 강조한 독서의 중요성은 한낱 말장난에 그치고 말 것이다.

특히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해야 할 젊은 시절 독서는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할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과학자이지만 문학가의 감성을, 문학가이면서 과학자의 이성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처음에 제기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독자들과 예비독자들은 더욱 더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많은 책들이 서점 한 코너를 장식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고전읽기를 좋아하는 나 또한 오래 전에 구입한 [서울대 선정 동서고전 200]이라는 책을 독서 지침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말 그대로 고전읽기 지침서일 뿐이다. [젊은이여 인생을 이야기하자]의 저자 앙드레 모르아는 그의 책에서 젊은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고전들을 추천해 주고 있다. 작가가 아닌 인생 선배의 입장에서 말이다.

어제 이 책의 리뷰를 올리기도 했지만 이 부분만은 나를 포함한 많은 책읽기를 즐기는 독자들에게 나름 소중한 의미가 될 것 같아 따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그는 추천할 고전들을 시대별로 구분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모르아는 말한다. 젊은 시절 당신의 생애에서 개인교사로 모실 수 있는 거장을 만나보라고, 누구를 선택하건 그건 당신의 몫이라고...

호메로스에서 몽테뉴까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딧세이아]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호메로스와 비슷한 시기의 인물로는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아이스토파네스, 플라톤 등이 있다. 모르아는 종교를 떠나 구약 성서도 추천목록에서 빼놓지 않는다.

이 밖에도 에픽테토스, 아우렐리아누스, 세네카,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루크레티우스,유베나리스 등을 꼽는다. 또 수세기를 뛰어넘어 수상록으로 유명한 라블레와 몽테뉴를 우리의 정신을 일깨워 줄 개인교사로 추천한다.

혼란스럽고 부담스러울 것이다. 모르아는 친절하게도 이 중에서 가장 추천할만한 개인교사로 호메로스와 플루타르코스, 몽테뉴로 좁혀준다.

20대에는 아나키스트가 되라

글쓰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레스 추기경과 생시몽의 [회상록]을 꼭 읽어야 할 고전으로 소개하고 있다. 코르네이유의 극작과 몰리에르의 작품도 있다. 보슈에의 [추도사]라신의 책들도 좋다. 라퐁텐의 우화집은 이솝 우화를 읽어본 독자라면 자연스레 찾게 될 것이다.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은 법률 관련 고전의 진수다. 볼테르의 [깡디드], 디드로의 [달랑베르의 꿈], [맹인에게 보내는 서간], [라모의 조카]도 모르아가 추천하는 고전이다. 모르아가 젊은 시절 읽은 장자크 루소의 [에밀] [신 엘로이스]는 인생을 알게 된 50세쯤에 다시 호기심으로 읽었단다.

모르아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스탕달과 발자크. 스탕달과 발자크의 책들은 다양한 삶의 방법들을 제시해 주었다고 한다.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 조르쥬 상드의 [내 생애의 역사],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과 함께 랭보의 시들도 젊은 시절 읽어야 할 책으로 소개하고 있다. 모르아는 랭보의 말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진취적인 기상을 강조하고 있다.

“20세에 아니키스트가 아닌 사람은 30세가 되어도 소방서장이 될 만한 정력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마르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예술적이라는 형태의 근본에서 비로소 찾아낼 수 있는 시대의 시편으로 소개하고 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대충 눈치챘을 것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고전들이 모두 프랑스 출신의 작가들이라는 것을, 또 고전의 재미와 유익함은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는다는 것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모르아는 프랑스를 넘어선 세계적 고전들도 놓치지 않고 있다.

책읽을 시간이 없다면

세익스피어, 로페 데 베가, 조나단 스위프트, 디킨즈, 애드가 알렌 포우, 괴테, 단테, 세르반테스의 책들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모르아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이반 일리이치의 죽음]의 작가 톨스토이의 이상주의적 고전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모르아의 이성을 흐리게 했다는 그래서 추천목록에 넣지 않고 있는 [죄와 벌], [카리마조프의 형제들]의 저자 도스토예프스키가 빠진 것에 조금은 실망스럽다.

그밖에 체호프의 단편집고골리의 [죽은 혼],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 푸시킨 콩트집, 조이스와 카프카의 소설들을 양서로 소개하고 있다.

이상 소개된 고전과 작가들을 보면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독자가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아무리 인생의 지침서요, 개인교사라지만 이 많은 저자들의 수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는단 말인가! 해야 할 일도, 공부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모르아는 이런 고민을 하는 독자들을 위해 꼭 읽어야 할 고전의 작가들을 7명으로 좁혀준다. 이들 7명의 작가들만 완전히 소화한다면 대단한 교양인이 될 거라고 확신하면서 말이다.

호메로스, 몽테뉴, 세익스피어, 발자크, 톨스토이, 프루스트, 알랭. 알랭은 모르아의 스승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된 느낌이 들어 나는 소개에서 빼고 말았다. 모르아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제외한 것처럼 말이다.

앞서 얘기했듯 이렇게 많은 작가와 고전들 중에 어떤 책을 선택하느냐는 독자 개인의 몫이다. 다만 이 중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빛이 되어줄 단 한 명의 개인교사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독서의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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