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아담과 이브 이전에 엔키와 닌후르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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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 신화▶누구나 낙원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에덴 동산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에덴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동경의 대상이다. 그곳의 삶이 어떤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성경 속 또는 히브리 신화 속 에덴 동산의 원형이 메소포타미아 더 정확히 말하자면 수메르 신화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에덴의 어원이 수메르어에서 황무지나 땅을 의미하는 에디누Edinu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수메르 신화 중에 엔키(Enki)와 닌후르삭(Ninhursag) 신화가 있는데 신화학자들은 바로 이 신화가 히브리의 에덴 동산 신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래 엔키는 메소포타미아의 주요 창조신 중의 한 명이다. 수메르 최고의 신이자 하늘의 신인 엔릴(Enlil)의 형제이기도 한 엔키는 지하수, 지혜, 기술의 신으로 불린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 편에 섰던 신으로도 유명하다. ‘엔키와 닌후르삭 신화에서는 지하수의 신으로 출현한다. 한편 닌후르삭도 수메르 주요 신 중에 한 명인데 수메르 최고의 신 엔릴의 아내이자 대지의 모신인 키(Ki)가 나중에 닌후르삭으로 불렸다. 수메르 신화에서 우주의 창조는 엔릴과 키의 결합으로 가능했다. 또한 더 이상 엔릴의 아내가 아닌 누이로 묘사되기도 한다

닌후르삭은 대지의 여신으로 지혜의 신 엔키와 남매지간이자 아내이다. 사진>구글 검색


엔키와 닌후르삭 신화의 배경은 딜문(Dilmun)이다.  수메르 신화에서 딜문은 우리가 알고 있는 낙원, 파라다이스, 에덴 동산의 모습 그 자체다. 질병도 없고, 늙지도 않으며, 어떤 해로운 동물도 없고, 우물에서는 단물이 솟는 등 늘 밝은 빛이 내리쬐는 아름다운 곳이다. 신화학자들은 오늘날의 바레인을 신화 속 딜문의 실제 장소로 추정하고 있다.


이 딜문에서 지하수의 신 엔키와 대지의 여신 닌후르삭은 결혼을 해서 닌싸르(Ninsar)라는 새싹의 여신을 낳는다.  엔키도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못지않은 난봉꾼이었는지 딸인 닌싸르와 관계를 맺고 산의 여신인 닌쿠라(Ninkurra)를 낳았다. 게다가 손녀인 닌쿠라와 결합해서 웃투(Uttu)라는 피륙의 여신까지 낳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가 남편인 제우스의 바람기에 늘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던 것처럼 닌후르삭도 더 이상 엔키의 난봉질을 참을 수 없었다. 엔키는 웃투에게까지 잠자리를 요구하게 된다. 화가 난 닌후르삭은 웃투에게 결혼 선물로 오이, 사과, 포도를 요구하라고 웃투에게 충고했다. 하지만 이런 걸로 엔키의 바람기를 막지는 못했다. 엔키는 요구한 선물을 모두 주고 급기야 자신의 증손녀이자 딸인 웃투와 결혼을 하게 된다. 닌후르삭의 분노가 폭발했다.

▲'엔키와 닌후르삭 신화'가 '아담과 이브 신화'의 모태가 되었다. 사진>구글 검색

 

닌후르삭은 웃투의 뱃속에서 엔키의 정액을 꺼내 대지에 뿌렸다. 엔키의 정액이 뿌려진 자리에 여덟 가지 식물이 자랐는데 엔키는 닌후르삭이 미처 이 식물들의 이름과 속성을 짓기도 전에 먹어치워 버렸다. 자존심이 상한 닌후르삭은 엔키를 저주하고 떠나 버렸다. 그 결과 엔키의 몸에는 여덟 군데에서 질병이 생기게 되었다. 특히 갈비뼈의 고통이 극심했다고 한다. 엔키는 어쩔 수 없이 닌후르삭을 찾아가 저주를 풀어달라고 애원했다. 한편 수메르 주요신 두 명의 불화는 다른 신들에게도 큰 걱정거리였다. 결국 신들의 설득으로 엔키의 저주가 풀렸다. 이 과정에서 닌후르삭은 여덟 명의 신을 새로 창조해 냈다고 한다. 엔키의 아들들인 셈이다.


닌후르삭의 명령으로 엔키의 갈비뼈와 질병을 치료해준 이가 바로 '갈비뼈 여자'라는 의미의 닌티(Ninti)였다고 한다. 에덴 동산 신화에서는 이브(Eve)가 아담(Adam)의 갈비뼈에서 태어난 것으로 각색되었다. 이밖에도 수메르의 많은 신화들이 히브리 신화의 모태가 되었다. 신화학자들은 이런 신화의 형성 과정을 '신화의 확산'이라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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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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