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페르세포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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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몇년 전이었을 것이다. 배우 이준기가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라는 노래를 부르며 한 음료 광고가 있었다. 잘생긴 배우가 나와서 미녀는 다 석류를 좋아한다고 하니 여성들의 손이 해당 음료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미인들이 석류를 좋아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석류에는 비타민과 여성 호르몬이 풍부해 예로부터 '여성 과일'로 불려지고 있다. 양귀비나 클레오파트라도 미용을 위해 매일 석류를 먹었다고 하니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지 싶다. '여성 과일'로써의 석류의 유명세는 신화로부터 출발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스 신화 속 미인 중 한 명인 페르세포네(Persephone, 로마 신화의 프로세르피나Proserphina)가 석류 때문에 겪은 일은 '여성 과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신비한 과일'에 더 가깝다.


페르세포네는 제우스(Zeus, 로마 신화의 주피터Jupiter)와 대지의 신 또는 곡물의 신으로 알려진 데메테르(Demeter, 로마 신화의 케레스Ceres)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태어날 때부터 어찌나 예뻤던지 어머니 데메테르는 딸을 지키기 위해 시칠리아 섬에 데려가 키웠다고 한다. 데메테르가 애지중지 키운 페르세포나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보통의 어머니이기도 했지만 딸바보였던 데메테르의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사방팔방으로 딸을 찾아다녔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제우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림>페르세포나를 납치하는 하데스. 출처>구글 검색


제우스에 의하면 페르세포네는 수선화 꽃밭을 거닐다 저승의 신 하데스(Hades, 로마 신화의 플루토Pluto 또는 디스Dis)에게 납치당했다고 한다. 예전부터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의 미모에 반해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했지만 데메테르가 허락해 줄 것 같지는 않고 해서 사실은 제우스의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제우스도 선뜻 데메테르를 도와줄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데메테르가 딸을 찾기 위해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동안 대지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고 곡식 생산을 할 수 없으니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상황이 이러니 제우스는 어쩔 수 없이 데메테르를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  


제우스는 하데스에게 페르세포네를 어머니에게 돌려보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페르세포네는 다시는 어머니 품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저승에도 나름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신이든 인간이든 한번 저승에 들어가면 다시는 이승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첫번 째 법칙이다. 또 하나는 페르세포네처럼 죽어서가 아니라 납치를 당한 경우라도 저승의 음식을 먹으면 다시는 이승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법칙이다. 이 법칙은 제우스는 물론 하계의 주인 하데스도 지켜야만 했다. 페르세포네가 먹은 저승의 음식이 바로 석류였던 것이다. 설마 페르세포네도 이런 법칙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달콤함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던지 아니면 더 아름다워지기 위한 욕망(?) 때문에 덥석 저승의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을까? 어쨌든 모녀의 상봉은 불가항력이었다. 

▲그림>한 쪽 손으로 석류의 유혹을 막으려는 페르세포네. 출처>구글 검색


데메테르와 하데스 사이에서 고민하던 제우스가 중재안을 내놓았다. 1년 중 3분의 2는 지상에서 어머니와 살고 나머지 3분의 1은 하데스의 아내로 사는 것이었다. 다행히 양쪽 모두 중재안을 받아들여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페르세포네의 이중생활이 시작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계절의 변화를 페르세포네 신화로 설명하려 했던 것 같다. 겨울은 페르세포네가 저승에 머문 때여서 어머니 데메테르가 슬픔에 빠져 대지를 돌보지 못한 탓에 곡식을 수확할 수 없고, 페르세포네가 지상으로 올라오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데메테르의 기쁨이 대지에 온갖 생명들을 자라나게 한다는 것이다.


한편 석류는 '여성 과일'이나 '저승 음식'이라는 신비한 이미지와는 달리 살상 무기의 이름으로 쓰이기도 한다고 한다. 손으로 던지는 근접전투용 소형 폭탄인 수류탄을 한자로 풀이하면 '수(手, 손), 류(榴, 석류), 탄(彈, 탄알)' 이라고 한다. 즉 '석류 폭탄'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외양과 터지는 모양 때문일 것이다. 영어 표현도 마찬가지다. 수류탄을 영어로 '그리네이드(grenade)'라고 하는데 석류를 뜻하는 영어 '포미그래니트(pomegranate)'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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