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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시인의 마을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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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파격이다. 불과 이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마치 낯선 길에 들어선 느낌이다. 그것도 새가 울고 꽃이 핀 봄햇살 가득한 길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치뤄진 장미 대선의 승자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그동안 보아도 못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살아서일까 새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봄날 새벽 공기처럼 신선하기 그지 없다. 격이 없이 시민들을 만날 때면 딱 이웃집 아저씨나 할아버지다. 부창부수일까 영부인은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명처럼 근엄함 대신 친근함으로 시민들과 포옹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낡은 구두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함이 느껴지고 독도 강치가 그려진 넥타이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급기야 대통령을 쪼그려 앉아 기다리게 한 간 큰(?) 초딩까지 출연했다. 어디 이뿐인가! 대통령의 인사는 파격 그 자체다. 적과의 동침을 협치로 승화시키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아직껏 여성을 허락하지 않았던 자리에는 유리천장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추상적으로만 들리던 '희망'이 어렴풋하게나마 실체가 보일 듯 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소회는 아닐 것이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새로운 길/윤동주 -

 

▲사인 받을 종이를 찾고 있는 초등학생을 기다리고 있는 대통령. 사진>인사이트


대한민국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들에 환호를 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일까? 그동안 너무도 비정상적인 일들을 정상적이라고 강요받으며 살아온 탓은 아닐까? 변화하는 시대를 수용하지 못한 이에게 오늘 걷는 길은 어제 걸었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일 걸어야 할 길도 과거의 그것에 불과할 것이다. 시인의 말처럼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은 분명 '새로운 길'이어야 한다. 새 시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새롭게 맞이할 세상을 위해 늘 성찰하고 글로써 저항했다. 그래서 시인이 어제 걸었던 길은 결코 어제의 그 길이 아니었을 것이다. 새로운 길.

지난 사년 동안 어리석은 지도자를 방치한 탓에 새로운 길을 걸어보지 못했다. 드디어 우리가 걷는 새로운 길은 내일도 새로운 길이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길은 오년 동안 가슴에 새겨야 할 초심에 달려있다. 초심을 잃는 순간 오늘 걷고 내일 걸을 길은 어제 걸었던 길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비로소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이는'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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