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헤스티아, 늘 곁에 있지만 존재감은 제로인 이유


올림포스의 12 헤스티아 


성냥이 최고의 집들이 선물이던 시절이 있었다. 더불어 양초도 빠지지 않았다. 전기가 귀하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새로 이사온 집 살림살이가 불처럼 활활 타오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전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불은 공기나 물처럼 흔하디 흔한 그래서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집들이 선물도 성냥이나 양초에서 화장지나 세제로 다시 집주인이 필요로 하는 자그마한 선물로 대체되고 있다 


불과 관련된 이야기들 


참고로 필자 세대의 남성들에게 성냥은 집들이 선물보다는 우정과 의리의 상징이었다. 지금의 한류처럼 1980년대는 홍콩 느와르 열풍이 대단했던 시절이었다. 특히 영화 영웅본색속 주인공 주윤발의 폼나는 낡은 바바리코트나 선글라스는 그저 그런 흔한 장면에 불과했다. 오히려 늘 입에 물고 있던 성냥 한 개비가 당시 중고등학생들의 로망이었다. 주윤발을 따라 하느라 질근질근 씹어 버린 성냥개비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남학생들에게는 그게 멋이고 폼이었으니까. 


불과 관련된 추억을 떠올리자면 원더우먼도 빼놓을 수 없다. 원더우먼은 1941년 거짓말 탐지기를 개발한 심리학자 윌리엄 몰턴 마스턴(William Moulton Marston, 1893~1947, 미국)이 찰스 몰턴이라는 필명으로 두 명의 아내에게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슈퍼히어로 캐릭터이다. 원더우먼의 능력은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그것을 토대로 하고 있었다. 원더우먼은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과 아테나의 지혜, 마법의 샌들을 신은 헤르메스의 빠르기를 갖춘 최강의 액션 전사였다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 '원더우먼' 중에서. 사진>구글 검색


여기에 진실의 올가미라는 원더우먼의 무기는 그녀의 상징과도 같았다. ‘진실의 올가미는 헤파이스토스가 가이아의 황금 벨트를 가지고 만들었는데 화로의 여신 헤스티아의 불까지 더한 최고의 무기로 절대 끊어지지 않고 진실을 말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밖에도 원더우먼은 제우스가 선물한 갓 킬러라는 검도 가지고 있었고 건틀렛이라는 팔찌, ‘란시나 원반이라는 방패로 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더우먼은 늘 다른 슈퍼히어로와 같이 출연했을 뿐 단독으로 출연한 만화나 영화는 없었다. 그래서일까 원더우먼 캐릭터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으로 원더우먼 단독 주연 영화가 곧 개봉된다는 소식에 영화팬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존재감 제로 헤스티아의 운명, 인류와 영원히 같이 한다 


그리스 신화 속 화로의 여신 헤스티아처럼 동양에도 불을 다루는 신이 있었다. 중국 신화 속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이 불을 다루는 신이었다. 불을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등 불은 인간의 식생활이나 주거 생활에 필수적이며 삶을 풍족하게 해 주는 근원이기 때문에 부엌의 신인 조왕신은 그 집의 재물복을 관장하는 신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조왕신은 자녀를 보호해주는 부엌의 신으로 알려졌는데 예로부터 어머니들은 부뚜막에 정화수를 떠놓고 조왕신에게 자식의 건강과 안녕을 빌기도 했다. 인류 발전의 기초가 되었던 것이 불의 발견이었지만 공기나 물처럼 불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불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리스 신화 속 화로의 여신 헤스티아처럼∙∙∙. 


 ▲불을 지키는 헤스티아. 사진>구글 검색


헤스티아(Hestia)는 불과 화로의 여신으로 올림포스의 12 으뜸신 중의 한 명이다. 가정용 히타 중에 베스타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베스타가 바로 불과 화로의 여신 헤스티아의 로마신화 버전이다. 헤스티아는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육남매 중 장녀로 알려졌다. 알다시피 헤스티아의 형제들로는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제우스가 있다. 아버지 크로노스의 엽기적인 행각 때문에 막내로 태어난 제우스가 올림포스의 주인이 된 이야기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듯 싶다. 크로노스와 레아의 육남매 중 헤스티아의 존재감은 하도 미미해서 신화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들도 헤스티아를 쉽게 기억해 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헤스티아의 미미한 존재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헤스티아를 사랑한 신들이 있었다.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이자 조카가 되는 아폴론과 자신의 남동생인 포세이돈이었다. 아폴론과 포세이돈은 헤스티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는데 이를 지켜본 헤스티아는 영원히 순결을 지킬 것을 맹세한다. 그러자 제우스는 헤스티아에게 순결을 지킬 권리를 부여하고 인간이 바치는 제물을 가장 먼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또 인간의 가정과 신들의 신전에서 숭배 받을 영예도 부여 받는다. 


헤스티아는 올림포스의 열두 신에 속하지만 그녀의 존재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트로이 전쟁에서 신들이 편을 갈라 치열하게 싸울 때도 헤스티아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오로지 불만 지키는 신이었다. 많은 화가들이 올림포스의 신들을 그렸지만 그녀를 그린 화가는 없었을 정도로 그녀의 존재감은 제로 그 자체였다. 하지만 불이 그렇게 미미한 존재인가! 너무 익숙해져서 존재감이나 고마움을 인식하지 못할 따름이지 불은 인간 생활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될 물질이다. 제우스, 포세이돈, 헤라 등 대부분의 신이 지금에 와서는 관념적인 존재에 그치고 있지만 헤스티아만은 묵묵히 인류의 곁을 지켜왔고 인류와 영원히 같이 할 유일한 신이 아닐까? 신화가 불의 여신, 화로의 여신으로 묘사한 것도 이런 불의 극과 극의 존재감을 말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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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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