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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아이기나, 개미족 전사가 트로이 전쟁의 숨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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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 아이기나

 

호머의 대서사시 <일리아드>나 페터슨 감독의 영화 <트로이>를 본 독자라면 미르미돈 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르미돈 족은 그리스 신화 속 전설적인 종족으로 그리스 북부 테살리아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호머의 <일리아드>에 의하면 트로이 전쟁 당시 미르미돈 족은 아킬레우스의 부하들로 누구보다 용맹한 전사들이었다. 미르미돈 족은 스파르타 전사들만큼이나 호전적이었다고 한다. 한편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 자신이 바로 미르미돈 족 후예이기도 했다. 이런 미르미돈 족이 원래는 개미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개미가 어떻게 인간이 되었을까? 바람둥이 제우스의 연인 중 한 명이었던 아이기나의 행적 속에 그 답이 있다.

 

아이기나(Aegina)는 강의 신 아소포스와 물의 님페 메토페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제우스와 사이에서 아이기나 왕국의 전설적인 왕 아이아코스를 낳았다. 아이아코스는 텔라몬과 펠레우스의 아버지로 펠레우스가 테티스와 결혼해서 낳은 아들이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다. 한편 아이기나는 오푸스 출신의 악토르와 결혼해서 아르고 원정대의 일원이었던 메노이티오스를 낳았는데 메노이티오스의 아들이 바로 아킬레우스의 둘도 없는 친구 파트로클로스이다.


 ▲아이기나와 독수리로 변신한 제우스. 사진>구글 검색

 

<일리아드>에 따르면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과의 갈등 속에 전투에서 손을 떼게 된다. 이후 그리스 연합군은 헥토르가 지휘하는 트로이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파트로클로스는 절친이던 아킬레우스를 설득해 보지만 끝내 실패하고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고 전투에 참여하게 되는데 후퇴하는 트로군을 쫓아가다 역습을 당해 전사하고 만다. 아가멤논과의 갈등으로 전투에서 손을 떼고 있던 아킬레우스는 절친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이후 친구의 복수를 다짐하며 다시 전투에 참여해 헥토르를 죽이게 된다. 아이기나 후손들의 트로이 전쟁에서의 활약은 이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제우스는 아소포스의 딸이자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님페 아이기나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그동안다양한 변신술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워왔던 제우스는 이번에는 독수리로 변신해 아이기나를 납치해서 아티카 근처 오이노네 섬으로 데려갔다. 이곳에서 태어난 아들이 아이아코스였다. 이때부터 오이노네 섬은 아이기나 섬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아이아코스는 아이기나 섬의 왕이 되었다. 늘 그랬듯 제우스의 정실 부인 헤라가 이 상황을 두고만 볼 리 없었다. 헤라는 아이기나 섬에 역병을 내리고 무서운 괴물을 보내 거의 모든 섬 주민들을 몰살시켜 버렸다. 아이아코스가 기댈 곳은 아버지 제우스 밖에 없었다. 아이아코스는 제우스에게 자신의 백성들을 다시 돌려달라고 간청했다.


 ▲영화 '트로이'에 등장하는 아킬레우스와 미르미돈 족 전사들. 사진>구글 검색

 

제우스는 어떻게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었을까? 그리스 신화에서 죽은 자의 세계 타르타로스에 한 번 들어가면 누구든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 이것은 세상의 질서였다. 참고로 이 법칙을 어기고 하데스의 분노를 산 인간이 있었다.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였는데 뛰어난 의술로 죽은 자를 살리는 재주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하데스는 세상의 질서를 파괴한 아스클레피오스 때문에 타르타로스에 들어올 자가 없을 것을 염려해 제우스에게 분노를 표시했다. 이에 제우스는 번개로 아스클레피오스를 내리쳐 죽였다고 한다.

 

어쨌든 제우스는 세상의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범위에서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했다. 죽은 자를 살리는 것 빼고는 신 중의 신 제우스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었다. 제우스는 아이기나 섬의 땅을 기어다니는 수많은 개미들을 사람으로 변하게 했다. 아이기나 섬은 다시 인간들로 북적이게 되었는데 아이아코스는 이들이 개미에서 생겨난 사람이라고 해서 미르미도네스(개미족)라는 이름을 붙여 자신의 백성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미르미돈 족이 훗날 아킬레우스의 부하가 되어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 전쟁을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한편 제우스가 독수리로 변신해 아이기나를 납치한 후 강의 신 아소포스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딸을 찾아 그리스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지만 땅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런데 딸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이가 나타났다. 바로 코린토스의 왕 시시포스였는데 자신의 아크로폴리스에 샘물이 솟게 해주면 딸의 행방을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코린토스 아크로폴리스에 샘물이 솟게 해 주자 시시포스는 독수리 한 마리가 아이기나를 품에 안고 오이노네 섬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해 주었다. 아소포스는 곧바로 오이노네 섬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제우스가 이 사실을 알고 번개를 내리쳐 되돌아가게 했다고 한다. 이 때부터 아소포스 강의 바닥에는 제우스의 번개에 탄 검은 돌이 생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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