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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니오베, 제우스와 관계를 맺은 최초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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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 니오베

 

제우스의 사랑을 받았다는 이유로 헤라에게 끝없는 박해를 받았던 이오를 기억할 것이다. 제우스는 헤라에게 이오와의 밀회 현장이 들키자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하지만 헤라는 구름 사이로 둘의 밀회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헤라는 시치미를 딱 떼고 제우스에게 졸라서 이오가 변신한 암소를 차지하게 된다. 헤라는 눈이 백 개 달린 아르고스에게 암소를 감시하게 한다.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는 한 번에 두 개의 눈만 감은 채 자기 때문에 이오의 모든 행동은 아르고스의 눈을 벗어날 수 없었다.

 

비록 불륜이었지만 자신의 연인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시켜 이오를 구출하도록 지시한다. 헤르메스는 피리를 불어 아르고스가 잠에 빠지도록 한 다음 목을 쳐 죽이고는 절벽 아래로 던져 버린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헤라는 아르고스의 눈을 공작새의 꼬리에 붙여 놓았다. 헤라를 상징하는 새이기도 한 공작새의 꼬리가 그렇게 화려한 것도 빛나는 아르고스의 눈 때문이다. 제우스의 연인을 감시하다 죽은 아르고스이지만 아르고스 자신도 사실은 제우스의 연인 후손이기도 했다. 바로 니오베(Niobe)였다.


 ▲헤르메스의 피리 소리에 잠이 든 아르고스. 사진>구글 검색

 

니오베에서 아르고스까지 연결되기까지는 복잡한 관계를 거친다. 니오베는 오케아노스의 아들이자 강의 신인 이나코스와 배다른 누이동생 멜리아의 아들 중 한 명인 포로네우스와 텔레디케의 딸이다. 니오베는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펠라스고스와 아르고스라는 아들을 낳게 되는데 아르고스가 에우아드네와 결혼해 얻은 4명의 자식 중 에크바소스의 손자가 바로 백 개의 눈을 가진 괴물 아르고스였다.

 

니오베에 관한 기록은 많지 않지만 니오베가 제우스와 관계를 맺은 최초의 여인이었다는 것만은 아폴로도로스의 <비블리오테케>에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르고스도 제우스의 최초의 아들이 되는 셈이다. 물론 이 아르고스는 눈이 백 개 달린 고손자 아르고스와는 다른 인물이다. 아르고스는 외할아버지인 포로네우스로부터 펠로폰네소스 지역을 다스리는 왕권을 물려받게 되는데 아르고스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왕국의 이름을 아르고스라고 지었다고 한다. 즉 니오베의 아들 아르고스는 아르고스 왕국의 시조가 된다.

 

아르고스 집안은 헤라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맺어지는데 다른 문헌에 따르면 눈이 백 개 달린 아르고스 뿐만 아니라 니오베의 아들 중에 이아소스가 있었는데 이아소스의 딸이 바로 이오였다고 한다. 결국 니오베 후손 중 한 명은 제우스의 불륜 상대가 되고 또 한 명 눈이 백 개 달린 괴물 아르고스는 그 불륜을 감시하기 위해 헤라의 조력자가 되는 셈이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리스 신화를 읽어본 독자라면 제우스의 연인 니오베보다는 동명의 다른 니오베를 더 잘 알 것이다. 오만 때문에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남매로부터 집안이 몰살당했던 니오베와는 다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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