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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아르테미스, 잔인할만큼 순결한...연인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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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의 12신 ②아르테미스(Artemis)


루이 14세가 말했다는 '짐은 국가다'라는 말은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를 대표했던 볼테르(Voltaire, 1694~1778)의 창작이었다고 한다. 사실은 루이 14세가 죽음을 앞두고 했던 말은 '짐은 이제 죽는다. 그러나 국가는 영원하리라'였다고 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제군주였던 루이 14세(Louis ⅩⅣ, 1638~1715)는 스스로를 '태양왕'이라고 칭했다. 즉 스스로를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론에 비유했고 그에 걸맞게 베르사이유 궁전 정원도 태양 형상으로 조각하고 많은 양의 아폴론 조각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루이 14세는 스스로 태양의 신, 아폴론이 되기 위해 온갖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해 백성들의 혈세가 필요했다. 백성들의 원성이 분노로 바뀌고 있었지만 루이 14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음식과 여자에 탐닉했다. 하지만 그도 인간이었다. 아무리 스스로를 신의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루이 14세는 죽음 앞에서 비로소 올바른 지도자의 덕목에 대해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죽기 전 루이 15세(Louis ⅩⅤ, 1710~1774)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를 닮지 말거라. 화려한 건축물에 마음을 쏟지도 말고, 전쟁을 좋아하지도 말아라. 이웃나라와 싸우기보다 화친하도록 애쓰거라. 늘 신을 경건히 섬기고, 백성들이 신을 편안히 섬길 수 있게 돕거라.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군주가 되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단다.”


 ▲장 마르크 나티에가 그린 '아르테미스로 분장한 퐁파두르'. 사진>구글 검색


하지만 할아버지뻘인 루이 14세의 실패와 조언에도 불구하고 루이 15세도 정치를 썩 잘했던 것 같지는 않다. 예리한 감수성과 두뇌를 가졌지만 성격이 소심하고 방탕하여 엄격해야 했던 정치를 멀리 했다고 한다. 특히 결단력이 부족했던 루이 15세는 애첩인 퐁파두르(Marquise de Pompadour, 1721~1764) 의 간언에 따라 전쟁을 일삼아 재정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고 백성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결국 루이 15세의 실패는 훗날 프랑스 혁명으로 가는 과정이 되고 말았다. 루이 15세가 자신의 애첩 퐁파두르를 사냥의 여신이자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Artemis) 모습으로 묘사하게 한 것도 그가 얼마나 퐁파두르에 의존했는지를 알 수 있다. 


출산의 여신으로서의 아르테미스


루이 15세는 그의 애첩 퐁파두르를 달의 신비를 간직한 여인으로 묘사하고 싶었겠지만 실은 달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잔인하기 그지 없었다. 이제 그 신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아르테미스와 님프들. 사진>구글 검색


아르테미스는 아폴론과 쌍둥이 남매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폴론의 누나였다.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와 레토의 딸이었는데 제우스의 정실 부인 헤라의 질투와 방해로 태어나지 못할 뻔 했다. 제우스가 헤라 몰래 레토와 사랑을 나누고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자 헤라는 레토가 이 세상에 해가 비치는 곳에서는 절대로 아이를 낳을 수 없으리라는 저주를 내렸다. 레토는 출산할 곳을 여기저기 찾아다녔으나 이 세상에 해가 비치지 않는 곳은 없었다. 제우스는 레토가 지상 어느 곳에서도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포세이돈에게 도움을 청했다. 포세이돈은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던 땅을 솟아오르게 해서 레토를 그곳으로 데려갔다. 이 섬이 바로 델로스였다. 


델로스 섬은 그때까지만 해도 바다 속에 있었기 때문에 헤라의 저주가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자 헤라는 출산의 여신인 에일레이티이아를 시켜 레토의 출산을 방해했다. 레토는 에일레이티이아의 방해로 진통만 할 뿐 아이를 낳지 못하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헤라의 저주보다 더 강력한 권위를 가지고 있었던 제우스는 전령의 여신 이리스를 에일레이티이아에게 보내 레토의 출산을 도우라고 명령했다. 결국 레토는 쌍둥이 중 아르테미스를 먼저 출산했다. 아르테미스가 출산의 여신이 된 데는 이 때부터였다. 먼저 태어난 아르테미스는 곧바로 아폴론의 출산을 도왔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신화에서는 가능한 설정이었다. 


잔인한 순결의 여신...그러나


믿거나 말거나 신화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는 태어나자마자 쌍둥이 동생의 출산을 도왔다는 설정 말고도 또 있었다.


 ▲아르테미스와 칼리스토. 사진>구글 검색


아르테미스는 겨우 세살 때 아버지 제우스에게 영원히 처녀로 살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제우스는 이런 딸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아르테미스는 평생 남자들을 멀리한 채 님페들과 숲에서 사냥을 하며 지냈다.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님페들 역시 순결을 약속해야 했으며 이를 어길 때는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칼리스토였다.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님페였지만 제우스의 유혹에 빠져 아르카스를 낳았다. 아르테미스 이전에 제우스의 정실 부인 헤라가 두고 볼리 없었다. 헤라는 칼리스토를 곰으로 변신시켰다. 사냥의 여신이었던 아르테미스는 곰으로 변신한 칼리스토를 활로 쏘아 죽였다고 한다. 


한편 자신에게 순결을 맹세하고 이를 지키다 죽은 남자를 위해 잔인한 복수를 한 적도 있었다. 바로 히폴리토스였는데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에 따르면 히폴리토스는 테세우스의 아들로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사냥과 운동만을 즐겼다고 한다. 심지어 아르테미스에게 여자들을 사랑하지 않겠다는 맹세까지 했다고 한다. 히폴리토스를 끔직이도 싫어하는 여신이 있었다. 순결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던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였다. 아프로디테는 히폴리토스의 맹세를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다. 히폴리토스가 전차에서 떨어져 죽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프로디테의 저주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르테미스는 자신의 열혈 추종자를 죽인 아프로디테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하고 아프로디테의 연인 아도니스를 멧돼지의 어금니에 찔려 죽게 만들었다고 한다.


순결의 여신에게도 연인이 있었다


잔인할 정도로 순결을 강조했던 아르테미스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테바이의 사냥꾼 악타이온도 피해자였다. 악타이온은 50마리의 사냥개를 데리고 숲으로 사냥을 갔다가 우연히 아르테미스가 연못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자신의 알몸을 본 것에 분노한 아르테미스는 악타이온을 사슴으로 변하게 한 뒤 그가 데리고 온 50마리의 사냥개들에게 물어 뜯겨 죽게 했다고 한다.   


 ▲아르테미스와 오리온. 사진>구글 검색


잔인할 정도로 순결을 지키며 살았던 아르테미스에게도 연인이 있었다. 거인 사냥꾼 오리온이었는데 문제는 쌍둥이 남매인 아폴론이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는 것이다. 아폴론은 아르테미스가 아버지 제우스에게 맹세했듯이 순결을 지키며 살아가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오리온이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사랑한 유일한 남자였다. 아폴론은 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을 떼어놓기 위해 묘책을 내놓았다. 아르테미스의 사냥실력을 얕잡아보는 듯한 말로 아르테미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즉 바다 멀리 떠있는 둥근 물체를 맞출 수 있냐며 아르테미스를 떠본 것이었다. 결국 아르테미스는 그 둥근 물체를 화살로 명중시켰는데 그 둥근 물체가 바로 오리온의 머리였던 것이다. 오리온이 워낙 거인이었기 때문에 바다를 걷고 있었음에도 머리만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었다. 자신의 실수로 연인을 잃은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에게 부탁해 오리온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일리아드>의 작가 호메로스도 아르테미스를 언급하고 있다. 트로이 원정을 앞둔 그리스 연합군은 바람으로 인해 출발이 지연되고 있었다. 아르테미스의 저주 때문이었다.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트로이 원정을 앞두고 사냥을 갔다가 아르테미스에게 봉헌된 성스러운 동물 사슴을 죽이는 바람에 아르테미스의 분노를 샀다. 아가멤논은 딸인 이피게네이아를 아르테미스에게 제물로 바치고서야 트로이 원정길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아르테미스는 '포이보스'라는 이름으로 태양의 신으로 여겨졌던 쌍둥이 동생 아폴론에 대응해 '포이베'라는 이름으로 달의 여신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 전래동화 '햇님달님'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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