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행복한 책읽기① 나만의 테마를 만들자

반응형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안중근 의사의 말이다. 안중근 의사는 나라 빼앗긴 울분을 달래기 위해 독서에 열중했다고 한다. 요즘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언급되는 말이지만 실상 안중근 의사의 이 말에는 지사로서의 비분강개가 녹아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왜곡이라면 왜곡일 수도 있는 이 말이 어찌됐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격언으로 변질(?) 됐으니 안중근 의사도 그리 안타까워하지는 않을 성 싶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힐 정도로 독서에 열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분명 있다. 언젠가 읽었던 <한국의 책쟁이들>이란 책에서도 책을 놓지 않고 사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어제였나?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국 대사관의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에 관한 평가가 화제가 되었다. 김영삼 전대통령에 대해서는 다혈질에 정치적 식견도 제한적이었다는 평가와 달리 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정치인이며 외교정책에도 능숙했다는 평을 했다고 한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탁월한 외교적, 정치적 식견의 근원이 독서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독서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이 때 책을 멀리 하고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늘 책을 곁에 두고 벗으로 삼은 이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서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독서의 중요성과 당위성이 주는 강박관념인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 책에 대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술 한 잔 들이키는 것보다야 못하겠지만 책읽기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나만의 테마를 만들자'. 내가 손에서 책을 놓지 않기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독서팁이다. 


고등학교 시절 독서모임도 하고 대학을 다니면서는 동아리 대신 역사 관련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학회 활동을 했지만 여전히 독서는 삶의 일부라기보다는 알 수 없는 부담이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독서에 목표의식이 있으면 책의 참맛을 느끼지 못한다. 책읽기는 재밌어야 한다. 책은 벗처럼 가까이 대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하고 성숙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읽기의 재미를 주었던 독서팁이 테마다.

테마독서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를 접하면서부터다. 그리스 로마 신화 한번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상을 살면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재밌게 읽어본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들, 또 그 신들의 복잡한 계보, 이런 이유로 그리스 로마 신화는 필독서일 뿐 재밌는 책은 되지 못하는 게 보통의 생각이다. 이 딱딱하기 그지없는 책을 이윤기 선생은 5가지 테마로 나누어 신들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메타포, 사랑, 오만, 헤라클레스, 탐험....읽어도 읽어도 들어오지 않던 그리스 신화의 세계가 손에 잡히는 듯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덩달아 <일리아스>, <향연>, <파이돈> 등 그동안 머리가 지끈지끈했더 그리스 고전들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독서테마는 자유롭게 설정하면 된다. 우선은 평소에 가장 관심이 많았던 분야의 책들을 선정하면 좋겠다. 나는 단편소설들과 신화 이야기를 좋아한다. 요즘 새롭게 관심이 가는 금서들도 있다. 넓은 의미의 테마가 결정되면 좀 더 세분화시켜 테마를 결정한다. 테마를 세분화시킬수록 나의 관심분야가 되고 흥미도 배가된다. 가령 단편소설 중에서도 어떤 달은 잊혀졌던 좌파문인들의 책을, 어떤 달은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을 테마로 잡는다. 사회적 이슈와 연관된 테마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5월에는 그동안 구입하고선 제대로 읽지 못했던 노무현 전대통령 관련 책들을 읽어볼까 한다.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어쨌든 내가 가장 관심있고 가장 알고 싶은 분야에 적당한 주제를 만들어 책을 읽으면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책읽기에서 또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벌써 수 백권의 책을 읽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아이를 위한 독서였는지 엄마를 위한 독서였는지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아이가 재미있어 했을까? 어쩌면 엄마만의 즐거움이요 만족이었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아닌 아이가 관심있어 하는 책을 골라주어야 한다. 엄마의 테마가 아닌, 아이의 테마를....책읽기는 재밌어야 한다. 재밌는 독서를 위해 나만의 테마를 만들어 보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