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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파에Pasiphae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크레타의 전설적인 왕 미노스의 아내이자 반인반우 미노타우로스의 어머니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는 이 흥미로운 인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파시파에에 관한 이야기들은 그녀가 낯설고 매혹적인 캐릭터라는 것을 보여준다. 파시파에라는 이름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모두를 위한 빛’이라는 뜻이다. 그녀가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을 의인화한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 이름에 대한 해석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그녀의 어머니는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와 테티스의 딸들, 즉 3천명의 님페들을 일컫는 오케아니데스 중 한 명인 페르세이스였다.

 

가짜 암소 뱃속으로 들어가는 파시파에. 출처>구글 검색

 

파시파에는 여러 명의 형제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한 마녀 키르케였다. 파시파에는 또 두 명의 남자 형제도 있었는데 콜키스의 왕이자 황금 양털의 수호자 아이에테스와 페르세스가 그들이었다. 아이에테스와 페르세스는 인간이었지만 파시파에와 키르케는 불멸의 존재였다.

 

파시파에는 제우스와 에우로파의 아들이자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온의 의붓아들인 미노스와 결혼했다. 미노스는 그의 의붓아버지가 죽자 미노스를 계승해 크레타의 왕이 되었고 파시파에는 섬의 왕비가 되었다. 한 신화에서 미노스는 왕위 계승을 주장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며 왕위 계승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미노스는 포세이돈에게 깊은 바다에서 황소 한 마리를 보내 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포세이돈은 하얀 황소를 보내주었고 이 황소는 크레타 황소로 알려지게 되었다. 미노스는 왕이 된 후 다시 이 황소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노스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에 분노한 포세이돈은 왕비 파시파에가 황소와 사랑에 빠지는 저주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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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의 저주로 황소에 대한 욕정을 멈출 수 없었던 파시파에는 크레타 궁정의 장인인 다이달로스에게 도움을 구했다. 다이달로스는 나무로 속이 빈 암소를 만들고 진짜 소가죽으로 감쌌다. 다이달로스가 누군가? 그리스 최고의 장인이 아닌가! 그가 만든 암소는 진짜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였다. 파시파에는 이 가짜 암소 뱃속으로 들어갔고 들판으로 나갔다. 가짜 암소를 본 크레타 황소는 욕정을 느꼈고 둘은 서로 사랑을 나누었다. 실제로는 파시파에와 황소의 동침이었던 것이다. 이 날의 일로 파시파에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반은 인간 반은 황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났다.

 

미노타우로스에 관한 이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를 조금이라도 읽은 독자라면 꽤 익숙한 내용일 것이다. 이 신화에서 미노타우로스는 미노스와 파시파에의 딸들 중 한 명인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미노스와 파시파에는 또 트로이 전쟁에서 크레타인들을 이끈 이도메네오스의 아버지인 데우칼리온과 아테네에서 사망해 아테네가 매년 청년 일곱 명과 처녀 일곱 명을 크레타에 제물로 바치는 계기를 만든 안드로게오스의 부모이기도 했다. 미노스는 또한 파시파에가 아닌 다른 여자들과도 자식들을 낳았는데 이를 알게 된 파시파에는 미노스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할 때마다 정액 대신 뱀이나 전갈을 사정하게 하는 물약을 만들었다. 키르케처럼 파시파에도 마녀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파시파에의 이런 저주는 아테네 왕 에레크테우스의 딸 프로크리스가 풀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미노스는 프로크리스에게 절대 먹이감을 놓치지 않는 사냥개 라이라프스와 항상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창을 선물로 주었다.

 

파시파에의 운명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는데 그녀의 이야기가 그녀의 자식들이 언급될 때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그리스 신화에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더 이상 없다. 하지만 몇몇 고대 작가들은 파시파에를 위한 숭배 의식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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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