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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힐라스, 미인박명한 신화 속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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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박명(命)이라는 말이 있다. 미인은 운명이 기구하다거나 팔자가 사납다라는 뜻으로 대개는 '아름다운 여인은 운명이 짧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실제로 그런지 아니면 과학적 근거라도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인박명'은 중국 북송 시대를 대표하는 문장가인 소동파(소식, 1036~1101)의 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소동파가 지은 시 중에 '자고가인다박명(自古佳人多薄命, 옛부터 아름다운 여인의 운명은 기구한 이가 많다)'에서 유래돼 후에 '미인박명'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를 읽다보면 미인박명을 떠올리는 신들이 많이 등장한다. 소동파가 원래 노래했던 '아름다운 여인'이 아닌 대부분 잘생긴 미소년이라는 점만 특이할 뿐.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반해 빠져 죽은 자리에 수선화로 피어났다는 나르키소스. 태양의 신 아폴론의 사랑을 받았지만 원반 던지기 놀이 중 갑작스런 사고로 죽은 히아킨토스는 히아신스라는 꽃으로 피어났다. 뿐만 아니라 아폴론의 아들 퀴크노스는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카노포스 호수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고 한다. 퀴크노스가 환생한 동물이 백조라고 한다. 백조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시그너스(Cygnus)의 어원이 바로 퀴크노스(Cycnos)라는 것은 이제 상식 중의 상식이다.



또 미소년 아도니스는 어땠는가! 아도니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인이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아프로디테의 바람 상대 중 한 명이었다. 결국 아프로디테의 또 다른 연인이자 전쟁의 신인 아레스의 미움을 받고 멧돼지에 물려 죽었다. 아도니스가 아프로디테의 품에서 피를 흘리며 죽은 곳에 피어난 꽃이 바로 아네모네 일명 '바람꽃'이라고 한다. 물론 '미인박명'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인간들 중 가장 아름다운 남자로 칭송받던 트로이의 왕자 가니메데스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고 올림포스로 유괴되어 신들의 연회에서 술 따르는 일을 맡았다고도 한다. 여기 또 한 명의 '미인박명' 운명을 타고난 미소년이 있다. 헤라클레스의 사랑을 받았던 힐라스(Hylas)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힐라스는 드리오페스 족의 왕 테이오다마스와 님페 메노디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힐라스는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 그 미모가 대단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잘생긴 미소년들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힐라스의 잘생긴 외모는 남성의 상징 헤라클레스마저도 무너지고 말았다. 헤라클레스가 어느 날 배가 고파 힐라스의 아버지 테이오다마스 왕의 소를 잡아먹은 일이 있었다. 이 일로 둘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는데 헤라클레스는 테이오다마스 왕을 죽이고는 테이오다마스 왕의 아들 힐라스의 잘생긴 외모에 반해 그를 납치했다고 한다.



힐라스를 납치한 헤라클레스는 그 유명한 아르고 원정대에 힐라스를 동행하게 했다. 원정 도중 미시아 해안을 지날 때 헤라클레스가 그만 노를 부러뜨리고 말았는데 원정대 일행은 노를 다시 만들기 위해 잠시 육지에 정박했다. 헤라클레스가 숲으로 나무를 베러 간 사이에 힐라스는 동료 폴리페모스와 함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연못으로 물을 길러갔다. 잘생긴 외모는 어디를 가든 눈에 띄는 법. 연못에 사는 물의 요정, 님페들이 힐라스의 미모에 반하고 말았다. 님페들은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 주겠다며 힐라스를 유혹해 그를 물 속으로 끌어들였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몸이었던 힐라스가 물 속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었으리라.


어쨌든 아르고 원정대는 두 사람 때문에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아르고 원정대의 핵심 인물이었던 헤라클레스도 힐라스 찾기를 포기하고 일행과 함께 다시 항해를 시작해야만 했다. 아르고 원정이 끝난 후 헤라클레스는 미시아 인들이 힐라스를 납치했다고 생각하고 인질을 잡아 놓고는 힐라스를 찾아올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훗날 미시아인들의 의식이 되어 매년 축제가 열리면 미시아인들은 숲을 향해 힐라스의 이름을 세 번씩 외치고 있다고 한다. 한편 힐라스가 헤라클레스의 아들이라는 설도 있다. 즉 님페 메노디케가 헤라클레스와 바람을 피워 난 아들이 바로 힐라스라는 것이다. 헤라클레스가 테이오다마스 왕과 싸운 것도 친아들을 데려오기 위해서였다고도 한다. 신화 속에서는 '미남박명'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진>힐라스와 님페들(Hylas and the Nymphs, 1896년,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출처>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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