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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프로크네와 필로멜라, 엽기의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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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철새 중에 제비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3월3일(삼짇날)에 와서 음력 9월9일(중양절)에 강남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즉 수가 겹치는 날에 와서 수가 겹치는 날에 간다고 해서 예로부터 영민한 길조로 여겨왔다. 고전 소설 <흥부전>에도 등장하면서 우리에게는 어떤 조류보다 친숙하게 느껴지는 새이다. 실제 제비가 겨울을 나는 곳은 대만,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의 영향을 받아 중국 양쯔강 이남을 의미하는 '강남'을 제비의 겨울 서식지로 인식해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비가 있다면 유럽인들에게는 나이팅게일이 있다. 제비만큼이나 유럽의 문학작품이나 신화에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 특히 울음소리가 아름다운 새로 유명한데 모든 생명이 잠든 시간인 밤에도 잘 울기 때문에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한편 머리와 깃털이 인디언 장식처럼 멋진 새가 있다. 후투티. 우리나라에서는 뽕나무밭 주변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오디새라고도 한다. 높이 날지도 않고 나는 속도도 느리며 힘들여 둥지도 틀지 않고 자연 둥지나 다른 새들의 둥지를 이용한다고 한다.



느닷없이 새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하나같이 작고 귀여운 이 세마리의 새와는 어울리지 않는 신화가 있어서다. 그야말로 엽기의 끝판왕이라 할만하다. 


아테네의 왕 판디온에게는 프로크네(Procne)와 필로멜라(Philomela)라는 두 명의 딸이 있었다. 판디온 왕이 다스리던 시절 아테네는 테바이와 국경 문제로 전쟁이 잦았다. 판디온 왕은 테바이와 맞서기 위해 트라키아의 왕 테레우스(Tereus)에게 도움을 청했다. 트라키아의 도움으로 테바이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아테네의 왕 판디온은 큰딸 프로크네를 테레우스의 아내로 주었다고 한다.



트라키아의 왕 테레우스의 아내가 된 프로크네는 동생 필로멜라가 보고 싶었다. 테레우스는 자신이 직접 필로멜라를 데려오겠다며 아테네로 떠났다. 아테네에 도착한 테레우스는 필로멜라를 보고는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테레우스는 욕정을 감추고 필로멜라를 데리고 트라키아로 떠났다. 트라키아에 도착한 테레우스는 필로멜라를 자신의 아내이자 필로멜라의 언니가 있는 성으로 데려가지 않고 숲속의 작은 성으로 데려가 욕정을 채우고는 이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필로멜라의 혀를 잘라 버렸다. 테레우스는 필로멜라를 그곳에 가두고는 프로크네에게는 그녀가 트라키아로 오는 도중에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혀가 잘려 말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된 필로멜라는 성에 갇힌 채 불행한 하루하루를 옷감에 수놓는 일로 달래고 있었다. 필로멜라는 자신의 불행한 처지와 테레우스의 만행을 언니에게 알리고 싶었다. 어느날 필로멜라는 수를 놓은 옷감을 하인을 시켜 트라키아 궁전에 있는 언니에게 보냈다. 프로크네는 동생이 보내온 옷감을 보고는 분노했다. 옷감에 놓인 수에는 테레우스의 만행과 동생 필로멜라의 불행한 처지가 그대로 담겨 있었던 것이다. 프로크네는 테레우스 몰래 동생이 있는 성으로 가서 복수를 다짐했다.



프로크네는 필로멜라를 변장시켜 트라키아 궁으로 데려온 다음 테레우스를 꼭 닮은 아들 이티스를 죽여 요리로 만들어 테레우스의 식탁에 내놓았다. 식사가 끝나자 변장하고 들어왔던 필로멜라가 이티스의 머리를 테레우스 앞에 내밀었다. 그때서야 자기가 먹은 고기가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안 테레우스는 도끼를 들고 두 자매를 추격했다.


프로크네와 필로멜라는 더 이상 도망칠 힘이 없었고 자신들을 쫓고 있는 테레우스를 뒤로 하고 신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신들은 프로크네는 나이팅게일로, 동생 필로멜라는 제비로, 이들을 쫓는 테레우스는 후투티(오디새)로 변신시켰다고 한다. 나이팅케일이 밤낮으로 우는 것도 동생의 복수를 위해 죽여야만 했던 아들을 부르는 프로크네의 울부짖음이라고 한다. 또 제비의 목에 있는 붉은 무늬는 필로멜라가 조카이자 테레우스의 아들인 이티스를 죽일 때 튀긴 피 때문이라고 한다. 도끼를 들고 자매를 쫓던 테레우스가 변한 후투티도 도끼처럼 생긴 부리를 가지고 있다. ◈사진>위에서부터 프로크네와 필로멜라, 제비, 나이팅게일, 후투티. 출처>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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