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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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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혐오는 어떻게 아름다운 문학이 되었나 아름다운 얼굴/송기원/1993년 문학을 삶의 어떠한 가치보다 우위에 놓고 그것에 끌려 다니던 문학청년 시절의 탐미주의부터 비롯하여, 머지않아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러서도 아직껏 아름다움 따위를 찾는다면, 남들에게 철이 없거나 얼마쯤 덜떨어지게 보이리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쭙잖게 고백하건대, 십 년 가까이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못한 채 거의 절필상태에서 지내다가 가까스로 다시 시작할 작적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아름다움 때문이다. - 중에서-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무력으로 진압한 전두환 일당은 그 해 7월4일 중대 발표를 한다. 당시 계엄사 당국은 김대중이 집권욕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사조직인 민주연합 집행부에 복학생을 흡수, 학원조직에 연결시켜 서울대·전남대생 ..
<첫눈> 눈오는 밤 왕포집 여자들에게 생긴 일 방영웅(1942~)의 /「월간문학」38호(1972.1) 한국 문학과 지성의 양대 산맥이라고 하면 흔히들 1966년 창간된 《창작과 비평》과 그로부터 4년 후 첫 선을 보인 《문학과 지성》을 꼽는다. 서로 다른 색깔, 즉 민족문학 계열의 《창작과 비평》과 순수문학을 대변하는 《문학과 지성》은 각각 '창비 계열'과 '문지 계열'의 수많은 작가들을 배출해 내면서 한국 문학과 지성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창작과 비평》은 1953년 장준하 선생이 창간한 《사상계》가 박정희 전대통령의 부정부패와 친일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재정난에 허덕이다 1970년 폐간된 이후 맥이 끊길뻔 했던 한국 진보 지식인들의 담론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런 《창작과 비평》이 배출해 낸 대표적인..
미완성 교향곡에 숨겨진 사랑의 비밀 주요섭(1902~1972)의 /「조광」3호(1936.1) 키프로스의 왕 키뉘라스에게는 스뮈르나라는 예쁜 딸이 하나 있었다. 딸을 어찌나 예뻐했던지 키뉘라스왕은 딸 스뮈르나를 아프로디테(로마신화의 비너스)의 아름다움에 견주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아프로디테가 누군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그리스 최고의 미인으로 선택한 신이 바로 아프로디테였다. 그러니 원조 '공주병' 아프로디테가 스뮈르나를 가만둘 리 없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를 불러 스뮈르나가 처음 본 남자에게 견딜 수 없는 사랑에 빠지도록 스뮈르나에게 황금 화살을 쏘게 했다. 이 어찌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었던지 에로스의 황금 화살을 맞은 스뮈르나가 처음 본 남자는 다름아닌 아버지 키뉘라스왕이었다. 이 사건은 스뮈르나뿐만 아니라 아프로디테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왼손잡이의 동행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조광」12호(1936.10)/창비사 펴냄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릭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혀 하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한 편의 짧지 않은 시를 읽는 듯 서정적이다. 소설을 시문학으로 한단계 올려놓았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유진오 등과 동반작가로도 불리는 이효석은 구인회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그의 소설과 달리 실제 생활은 커피를 마시고 버터를 좋아하는 등 도시적 면모가 강했다고 한다. 『메밀꽃 필 무렵』만 본다면 작가 이효석의 작가로서의 천재성을 확인하는데..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삼국유사 - 일연 지음, 김원중 옮김/민음사 거창하고 대담하다. 읽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난해한 책을 과감히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제목을 붙이다니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 교육현실을 볼 때 결코 지나친 자만심은 아닐 것으로 확신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2011년부터 그동안 고등학교 1학년생들이 필수과목으로 배우고 있는 한국사가 선택과목으로 전환된다고 하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과거를 삭제해 버리고 미래를 설계한다는 우리교육이 과연 정상적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는 교과서마저 외면한 우리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부식의 [..
혈의 누, 이인직 그는 뼛속까지 일본인이었다 이인직(1862~1916)의 /「만세보」연재(1906.7.22~10.10) 신소설이라고 하면 20세기 초에 등장한 고대소설과 현대소설의 가교 역할을 했던 소설을 총칭해서 이르는 말이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최초의 신소설로 이인직의 [혈의 누]를 꼽고 있다. 그러나 뼛 속까지 일본인이었던 그를 우리는 ‘신소설의 선구자’ 정도로만 알아왔다. 추억해 보건데 최소 고등학교 시절까지 우리는 이인직을 개화사상과 자유연애를 소설로 설파한 위대한 개화사상가로 배워왔다. 어쩌면 해방 65주년을 앞둔 오늘까지 제대로 된 친일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그의 친일행보가 문학사적 업적에 가려져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사회가 덮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인이고자 했던 이인직의 사상이 가장 짙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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