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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살인의 추억이 불러온 비극적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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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의 <맥베스(Macbeth)>/1605년

"마녀1 잘 돌아오셨어요, 맥베스님! 축하드려요, 글래미스 영주님!

마녀2 잘 돌아오셨어요, 맥베스님! 축하드려요, 코더 영주님!
마녀3 잘 돌아오셨어요, 맥베스님! 장차 왕이 되실 분!
마녀1 맥베스님만은 못하나 더 위대하신분.
마녀2 운이 그만은 못하나 굉장한 행운이 있으신 분.
마녀3 자신은 왕이 되지 못하나 자손은 왕이 되실 분. 잘 돌아오셨어요, 맥베스님과 뱅코님!"


세 명의 마녀가 전한 이 예언은 스코틀랜드의 개선장군 맥베스와 뱅코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비극의 단초가 된다. 세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의 시작은 이렇게 마녀들의 예언으로부터 시작된다.


비교적 짧은 희곡인 [맥베스]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빚어낸 피비린내 나는 참극의 연속이다. 그 욕망은 주인공인 맥베스와 그의 부인 레이디 맥베스의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욕망의 노예가 된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은 정반대의 성격변화를 겪게 된다. 마녀들의 예언을 믿은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은 덩컨왕 살해를 모의하게 되는데 당사자인 맥베스는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없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반면 맥베스 부인은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는 양심이라곤 전혀 없는 성격을 보여준다.

처음 살인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서로 다른 행동을 보여주었던 맥베스 부부는 거사(?) 이후에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변모하게 된다. 맥베스는 자신의 살인 혐의를 감추기 위해 또다른 살인을 감행하는 대담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맥베스 부인은 살인의 기억으로 죄책감에 시달리며 강박증세와 몽유병 증세를 보이며 끝내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마녀의 예언으로 시작된 피의 복수극은 또다른 마녀의 예언으로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마녀의 예언으로 왕이 된 맥베스는 자신의 혐의가 조금씩 밝혀지는 상황을 두려워해 다시 마녀를 찾아가 예언을 요구하게 된다. 마녀의 예언은 이랬다.

"환영2 잔인하고 대담하고 단호하게 행하라. 인간의 힘일랑 일소에 붙여라.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자로 맥베스와 맞설 자는 없느니라."

이 세상에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은 자가 있겠는가! 그러나 마녀의 예언만을 믿고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갔던 맥베스는 그의 살해 위협을 피해 잉글랜드로 도피했던 맬컴 왕자 곁으로 간 스코틀랜드 귀족 맥더프에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마녀의 예언은 맥더프의 한마디에 그 효력을 잃고 만다.

"맥더프 그까짓 마력은 단념해라. 네가 늘 믿어온 마녀한테 물어봐라, 이 맥더프는 달이 차기 전에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나왔다고 일러줄 것이다."

헛된 욕망은 끝없는 욕망의 환상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 욕망의 끝이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맥베스가 여자의 배를 가르고 나온 맥더프의 손에 비참한 종말을 고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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