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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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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의 <리어왕(King Lear)>/1605년

 

"얻고 싶었던 사랑을 끝내는 잃어버린채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진실을 알게 했어요" 중학 시절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이 노래 가사는 여드름 투성이 사춘기 소년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곤 했다. 그 때는 노랫말 이상의 의미를 두기에는 삶의 길이가 너무도 짧았다.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서야 비로소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진실'이 어렴풋하게 눈에 보일듯 말듯 한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위 사람들과 사물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호모 사피엔스'라 자부하는 인간이지만 스스로 인간의 고귀함을 깨닫는 데는 외부의 자극과 충격을 동반해야만 하는 나약한 존재가 또한 인간이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의 주인공 리어왕도 극한의 고통 속에서 비로소 올바른 판단력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이 깨달음의 찰나는 비극적 종말을 동반하게 된다.

리어왕의 비극은 고령탓인지 본래 타고난 성품탓인지 확인되지는 않지만 지혜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리어왕>의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부모와 자식간의 애정과 갈등이 기본틀을 형성하고 극한의 고통스런 경험을 통해 갈등이 치유되지만 결말은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보잘것 없는 인간을 보여주는 데 비극적 결말만큼 효과적인 게 있을까 싶다.

<리어왕>은 하나의 전개 속에 리어왕과 세 딸(고너릴, 리건, 코딜리어), 글로스터 백작과 두 아들(에드거, 에드먼드)의 갈등 속에 두 아버지가 자식들의 참된 사랑을 깨달아 과정이 처절한 고통을 수반하며 진행된다. 리어왕과 글로스터 백작이 진실로 자신들을 사랑하는 딸(코딜리어)과 아들(에드먼드)의 진정성을 깨닫는 데는 광인이 되어 폭풍과 천둥이 몰아치는 광야를 헤메고서야, 두 눈을 잃고서야 가능했다. 이런 시련과 고통이 없었다면 두 아버지는 제대로 된 혜안을 갖추지 못한 채 진실한 자식의 존재를 영원히 알지 못했을 것이다.

세익스피어는 시련과 고통을 통해서만 인간의 고귀함을 자각할 수 있다는 진리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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